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쉰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나

by 홈쿡쌤 2009. 10. 27.
728x90
반응형
 

쉰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나



건강의 3대 요소를 꼽으라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입니다. 먹고, 자고, 싸고를 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 중에는 잘 먹고, 잘 자기는 하는 데 잘 싸지를 못해 고민인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시다 우리 집으로 모셔온 지 한 달이 넘어가는 83세 시어머님. 물러 받은 재산 하나 없이 6남매 공부시키는데 다 쏟아붓고 남은 건 아픈 몸뚱어리뿐. 이제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휴일, 가을 햇살, 가을 바람이 유혹하건만 우린 밖으로 나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자꾸만 화장실로 향하시는 어머님.

"왜요? 어머님"

"응. 화장실에 가도 안 나온다."

우리가 걱정하던 배설하는 일이 잘 안되었던 것입니다.


녀석들 별미를 뭐로 해줄까 고민하다 참치김밥을 샀습니다.

어머님이 드실 수 있도록 최대한 작게 쓸어 드렸는데 그릇을 내 앞으로 당겨놓으며

"야야! 너도 먹어라."

"어머님! 저는 자투리 많이 주워 먹어 배불러요."

며느리를 걱정하는 우리 시어머님입니다.


그리고 또 모시고 왔다 갔다를 여러 번 하고 기운 없는 다리를 폈다 오므르기를 하고 연방 적셔내는 팬티 갈아입히고 씻기는데 어머님도 나도 지쳐버렸습니다.

"어머님! 그냥 내일 병원 가 봐요. 아무리 해도 안 되잖아요."

"그래 알았다."

몸은 말을 듣지 않아도 마음은 훤한 시어머님,  며느리인 나에게 많이도 미안하신가 봅니다.

할 수 없이 딸아이가 사용하는 나이트 생리대를 이용했습니다. 몇 번을 갈아 끼우고 나서는

"여보! 안 되겠어. 마트 가서 기저귀 좀 사 와."

"그럴게."

당신 어머니이지만 대신 해 줄 수 없음으로 옆에서 보고만 있던 남편도 안쓰러운 표정입니다.


자꾸만 화장실에 앉아만 계시는 어머님, 안 되겠다 싶어 지어 짜듯 파내 보았습니다.

"어머님! 힘줘보세요."

한참 후에야 쑤욱 빠져나오는 덩어리를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해졌습니다.


하루에 세 번 먹는 약도 알이 10개나 됩니다. 두 번에 걸쳐 나눠 드시긴 하는데 쉽게 넘기질 못하니 머금고 있다가 밖으로 토해버리는 바람에 옷도 이불도 다 씻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잠시 후, 남편은 한마디 합니다.

"와! 당신 정말 많이 변했다."

"뭐가?"

"아이들 어릴 때 큰 것 보고는 ‘억억’ 하던 사람이었는데."

다른 엄마들은 자식 똥은 냄새도 안 난다고 하던데, 비위가 약한 탓인지 녀석들이 먹다 남은 밥도 못 먹어 남편이 먹어주었고, 실례를 하고 나서도 남편이 집에 있으면 꼭 나 대신 갈아 끼워주곤 했으니 말입니다.

"닥치면 다 하게 되나 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 자신도 모를 일입니다.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런 힘이 솟아났나 봅니다. 내일모레면 내 나이 쉰, 이제 나도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시원하시죠?"

"응. 니가 고생이 많다."

"................"


하루종일 누워만 계시는 어머님. 오늘도 남편이 점심을 차려주려고 집에 들어가서야 화장실로 향하는 어머님이십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터라 편안히 모시지 못하는 마음 어쩔 수 없어 남편에게만

"어머님. 어쩔거야?"

"이제 요양병원 한 번 알아봐야지."

"................."

정말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내가 모신다고, 요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먼저 말을 꺼낸다면 '모시기 싫어서 그런다.' 그럴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 역시 직장도 직장이거니와 척추 전위증으로 허리에 쇠를 심어야 하는 상황으로 어머님을 옮기고 들고 할 기운조차 쓸 수 없으니 더욱 걱정이 앞섭니다. 당신은 요양원 가는 일이 ‘자식들이 많은데 왜 내가 그런데 가?’ 라고 하시며 ‘신 고려장’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해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서니 늘어놓은 빨래가 차곡차곡 접어진 채로 쌓여있었습니다.
"어머님! 빨래 개셨네."
"응. 심심해서 안 했나. 오늘도 고생 혔제."
"얼른 저녁 해 드릴게요."

나빠졌다 좋았다 하시는 어머님의 건강을 보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다 가셨음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