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남아 선호 사상 사라지는 이유?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내 주위에는 딸 부잣집이 많다.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6남매는 기본이었고, 아들을 낳기 위해 7공주를 낳은 사람도 적지 않다. 며칠 전,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도 통화가 잘되지 않았다. 어제서야 겨우 통화를 하면서
“야! 너 어디야? 전화도 안 되고.”
“응. 지금 제주도야.”
“엥? 제주도? 어떻게 간 거야?”
“응. 우리 엄마 팔순이잖니.”
“아하. 이맘때 생신이셨지?”
“딸들이 돈을 내서 여행하고 있어.”
“부럽다야~”
친구는 7공주 중 다섯째 딸이다. 평소 서러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친구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또 딸이야?”하고는 찬바람이 날 정도로 한 마디만 남긴 채 사라져가셨다고 하였다. 그 후 줄줄이 딸만 낳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의 구박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라고 했다. 그 시절 아들을 못 낳으면 씨받이를 들여 밖에서 낳아 들이곤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변하지 않는 엄마사랑으로 그 힘겨움을 버터 냈다고 한다. 아버지 또한 큰아들이었기에 작은 아버지의 아들을 양자로 들이고, 이제 7공주가 모두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려 잘 살아가고 있고, 친정에는 혼자가 된 엄마를 보기 위해 늘 주말마다 북적이며 담장 너머 행복한 웃음 넘기며 지내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아들만 있는 집보다 딸부자 집은 약속이나 한 듯 돌아가면서 찾아와 엄마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으니 말이다.
“아들 낳으면 자전거 타고,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어제 뉴스를 보니 여아선호를 반영하듯 지난 2005년 108%였던 신생아 중 여아 대비 남아의 출생비율은 지난 2008년 106%로 줄어들었고, 국내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12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 전국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20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패널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 아버지의 37.4%가 딸을 바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꼴인 셈이다. 반면 아들을 바란 경우는 28.6%였다. 나머지 응답자는 ‘특별히 바라는 성별이 없었다’고 답했다. 신생아 어머니도 임신한 자녀가 딸이기를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을 바란 31.3%보다 많았다.
아버지의 경우 딸 선호도는 연령 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20대가 38.9%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37.8%였다. 반면 40대인 아버지는 27.9%로 낮았다.
★ 뿌리깊었던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지는 이유?
첫째, 이제 남아선호 사상이 젊은 세대에선 확실히 약화되어가는 이유는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줄고 부모 부양의 책임도 사회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덜어 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 더 이상 아이가 대를 잇는다거나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주지도, 줄 수도 없는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의식이 약화되면서 키울 때 좀 더 아기자기 즐겁고, 또 친구 같은 딸을 선호하게 되나 보다.
셋째, 70~80년대까지만 해도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오는 주체가 대부분 남성이어서, 경제력과 경제권이 모두 남성에게 편중돼 있었는데, 지금은 여성도 똑같이 경제력을 갖게 된 점도 이 같은 생각을 바꾸게 한 원인도 한몫하는 것 같다.
그럼 요즘 유행하는 시리즈를 한 번 살펴보자.
아들 시리즈 1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아들 시리즈 2
사춘기가 되면 남,
군대에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아들 시리즈 3
낳았을 땐 2촌,
대학가면 4촌,
군대 다녀오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
출가 시리즈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딸은 예쁜 도둑.
메달 시리즈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에 아들 하나는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유행가 시리즈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옛날과 많이 변한 세태를 보며 기뻐해야하는 지, 슬퍼해야 하는 지, 그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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