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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부모님 모시는 것 '효도는 셀프다?'

by 홈쿡쌤 201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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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모시는 것 '효도는 셀프다?'


인류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장차 한국이 인류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 사상 일 것이다.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지구에서 꼭 가지고 가야할 제일의 문화는 한국의 효 문화”라고 말했을 정도로 효는 우리나라와 동양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덕목(德目)이었습니다.


어제는 우연하게  ' 효도는 셀프란 말 몰라? 아내의 말' 라는 글을 읽고 또 수 많은 사람들이 댓글에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몇 십년을 남남으로 살다가 부부라는 연을 맺었습니다. 부부란 둘만의 관계가 아니고 시댁, 친정, 무시할 수 없는 모두가 끌어 안아야 할 가족들입니다. 조금 힘들다고 자신의 부모는 자신이 책임져야한다고 말을 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창밖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매섭기만 합니다. 몸이 안 좋으신 83세의 시어머님이 우리집으로 모셔온 지 4달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기에 겨우 화장실에 혼자 다니며 기억은 돌아가신지 14년이 된 친정엄마를 찾곤 하는 환자입니다. 또, 가끔 남편만 집에 없으면 시골에 가자고 졸라댑니다. 아무리 알아듣게끔 이야기를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발걸음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밖으로 나섭니다. 끌고 오다시피 해 집에 모셔다 놓기를 몇번을 하고나면 나 스스로 지치게 됩니다.
"여보! 어디야? 어서와야겠다. 어머님 집에 간다고 자꾸 나선다."
"금방갈게. 당신이 좀 고생해."
"알았어."
오락가락 정신없는 소리를 하시는 어머님을 뭐라하겠습니까. 후다닥 들어서는 남편은 어머님보다 저를 먼저 달랩니다.
"여보! 미안해 고생많았지?"
"아니야. 얼른 어머님한테 가 봐."
그리고는 오순도순 이러쿵 저러쿵 알아듣게 말을 해 줍니다. 아들 말은 잘 듣는 시어머님의 모습을 보면 아까 때를 쓰던 모습은 간곳이 없습니다. 꼭 어린아이처럼 고개만 끄득이십니다.
시어머님은 사랑스러운 남편을 제게 선물처럼 안겨주신 분입니다.
어찌 감히 '셀프'라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남편은 친정엄마가 아파 우리 집에 와 계실 때 정성을 다했습니다.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나만 모른채 모시고 있을 때 어느날 갑자기 몸이 좋아지신 엄마가
"야야! 나 이제 집에 갈란다."
"안돼! 혼자 어쩌려고."
"여보! 내가 장모님 모시고 갔다올게."
"..................."
정말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시골 장모님곁에서 함께 둘이서 같이 먹고 출근을 하고 잠을 자면서 일주일을 보내더니,  또 몸이 좋지 않아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병원을 모시고 가 봐도 진통제만 더 많이 줄 뿐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모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마침 겨울방학을 한 큰오빠가 엄마를 모시고 시골로 갔습니다. 그렇게 친정에서 이틀밤을 지내고 엄마는 홀연히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더욱 남편에게 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깡촌 없는 살림에 6남매 하나 같이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을 삶의 터로 떠나보낸 노부모의 마음은 허전하다 못해 외롭기 그지없고, 자식들이 바쁜 줄 알면서도 전화 한통이라도 기다려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며, 별일 탈없이 오순도순 살기를 바라는 것이 끝없는 어버이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효도는 '셀프'(self)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들의 삶의 문제를 자기들과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 부모가 욕먹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내가 욕먹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일부 젊은 층의 의식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효도를 기호에 따라 먹고 안 먹고 하는 커피나 음식처럼 병들고 나이 든 부모봉양을 셀프라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한심스럽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변할 수 없는 것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아니겠습니까.


남편은 셋째 아들입니다. 기력 떨어지고 거동 불편한 늙은 부모, 기억력의 저하와 건망증이 심하고 질병에 시달리는 어버이를 봉양하고 돌봐야 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요, 의무이지 효도는 셀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큰아들 작은 아들 구분하여 키우시지 않았기에 말입니다.

옛날과는 달리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고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있어 이야기 상대도 되니 있을만 하고 주말마다 찾아가 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어머님이 더 이상 움직이시지 못하고 대소변을 받아내게 된다면 형제들이 많으니 서로 의논하여 요양병원으로 모실 것입니다.

그것도 흉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형편이 좋아지고 성공하면 효도하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효도의 길은 멀어지며 부모와의 관계는 더 멀어집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정성껏 모시는 보살핌이 바로 부모에게 보답하는 효성이 아니겠습니까. 부모는 자식이 크게 출세하기 보다는 밖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은 자식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자식들과 오순도순 걱정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부모의 외로움과 질병을 무관심하게 넘기는 사이에 부모는 영영 되돌아 올수 없는 길을 가고 말 것입니다. 친정 부모님이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다 보니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기에 정성을 다 하고 싶습니다. 돌아가신 뒤 불러 보고 울어 봐도 못 오시는 부모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살아도 부모님의 은혜만큼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효도하는 것을 남편은 아내에게 다 미루고 또 아내는 '네가 잘해야 나도 잘하지' 보다는 서로 의논하고 맞춰 살아가는 게 진정한 부부애가 아닐지. 누구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어머님!
더 나빠지지 마시고 오래오래 우리곁에 머물러 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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