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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곁에 있어줘서 든든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by 홈쿡쌤 2007.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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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줘서 든든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연말, 바쁜 남편 얼굴을 못 본지가 꽤 되어갑니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아야 더 깊은 정이 든다고 했는데,
정말 사람이 곁에 없다보니 그 대들보가 주는 허전함이 얼마나 큰 줄 느끼게 되는 나날입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아스라이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갑자기 뛰어드는 차로 인해 난 논두렁으로 구르고 말았습니다.
'정신 차려야지,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도 스르르 정신을 놓아버렸던...

잠시 후, 눈을 떴을 때에는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습니다. 그 와중에 생각 난 건 남편뿐이었습니다. 핸드폰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는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고 뒤처리는 남편이 알아서 척척 다 해 주었고, 유치원 다니고 있는 딸아이 나보다 더 깔끔하게 머리를 땋아 주었고,  아이 둘 챙겨 보내고, 또한 나의 보호자가 되어 주었던 당신이었습니다.

  늦게라도 들어오던 당신이 사무실 일이 바빠 며칠째 집안을 비우고, 건강마저 좋지 않아 감기에 눈병까지 났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러던 어제는
"여보~ 속옷 좀 챙겨서 경비실에 맡겨놔."
"당신이 와서 가져가요?"
"아니, 직원이 갈 거야."
"알았어요."
바쁜 손놀림을 해 이것저것 챙겨 넣어 보내려고 하다가 젊은 부부들의 아름다운 사랑놀이(?)를 보고 들은 게 있어, 그냥 어설픈 글을 몇 자 적어 곱게 접은 뒤 옷가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전화가 와서는
"당신 편지 보냈데?"
"으흐흐흐~ 부끄럽게..."
"아이쿠 우리 마누라에게 이런 애교도 있었나? 고마워. 아이들 잘 챙기고..."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당신, 왜 안 하던 짓 해?' '정신이 어캐 됐어?' 그렇게 말할까봐 은근히 걱정했거든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끼니 잘 챙겨 드세요."
"걱정 마. 이제 감기는 다 나았어."
벌써 내 마음 까지 헤아린 것 같아 더욱 행복하였습니다.

 


사실, 남편이 더 정스럽게 하는 편인데 떨어져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표현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말로 표현하기 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더 쉽잖아요.
자그마한 일에 감동하는 것 보니 표현하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말 실감하는 날이었습니다.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봅니다.
부부란 게 이런 것인가 봅니다.
따스한 맘으로 관심 가져서 좋고,
사랑으로 포근히 감싸 안아줘서 고맙습니다.
그저 곁에 있어 줘서 든든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연말을 보내고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여러분도 애정표현 한 번 해 보세요.
정말 부끄럽고 쑥스러웠지만, 하고 나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2007 블로거기자상 네티즌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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