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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오진

by 홈쿡쌤 2010.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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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오진


봄은 봄인데 봄날같지 않은 요즘, 우중충한 날씨처럼 몸도 마음도 가라앉습니다.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감기가 찾아왔나 봅니다.

며칠 전, 퇴근하고 들어서는 남편이

“여보! 누야가 누야가~”

말을 잇지 못하고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엉엉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왜? 무슨 일이야?”
“에이씨~”

“아이쿠 갑갑해 말을 해야 알지.”

“누야가 간암이란다.”
“뭐? 농담하지 마.”

“농담 아니야.”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3개월밖에 못 산데.”

“...............”

몸에 기운이 하나 없고 다리가 풀려 덥석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지금 병원에 있는데 가 봐야겠어.”

“나도 갈래”
“아이들 오면 밥 차려줘야지.”

“차려놓고 가지 뭐. 메모해 놓고.”

한 시간을 넘게 차를 몰고 가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거짓말이길 바라면서....

형님은 하도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입원수속을 밟아 검진을 빨리 받았는데 이상징후가 보인다며 결국 병원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고, MRI까지 찍게 되어 이튿 날 보호자를 모셔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3개월 진단을 받았으니 그 놀라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던 것.

병원을 들어서니 고모부와 고모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뭐하러 왔어?”
“아니, 맨날 내 걱정만 하더니 정작 형님이 왜 이러십니까?”
“별거 아니야. 걱정 마.”

고모는 담담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사실, 시누는 나의 둘도 없는 든든한 후원자 입니다. 남편과 싸워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고 작은 집안일도 의논하며 마음으로 의지하며 지내는 분인데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하니 정말 거짓말이길 바랬습니다. 또 친정의 가족력을 걱정하시며 
"암보험 한 개만 들어 놓으면 안 돼. 내가 하나 들어줄게."
여러개 들어놓아야 놀래서 안 걸리다고 하시며 자신의 카드로 매월 결재 해 둔 시누이입니다.
“형님! 건강검진은 언제 했어요?”
“1년 전에 했지. 6개월 전에 피검사도 했어. 간 수치 이상없었어.”

“그런데 이런다 말예요?”
“그러니까 괜찮을 거라 하잖아.”


저만치 떨어져 서 계시는 고모부한테 다가서니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고모부! 괜찮을 겁니다.”

“이제 살 만한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

“내가 남한테 몹쓸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졸복, 졸복, 복도 지질 이도 없어.”

“.........................”

정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3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수술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큰 조카도 군대 갔다 와 이제 졸업반이고 작은 조카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잘 키워내시고 걱정 없이 살 만해졌는데 우리 곁을 떠난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이게 아니다 싶어 인맥이라는 인맥은 다 동원하여 서울 큰 병원에 진료 날을 잡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진단받은 지 나흘 만에 간을 40%나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누나의 수술날짜와 시간이 잡히자, 오지 말라는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은 모든 일 다 팽개치고 천리길 서울로 날아갔습니다. 다행히 평소 건강한 편이라 그런지 마취도 빨리 깨어나고 누나 얼굴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제법 큰 혹을 떼 내고 조직검사를 하였습니다.


일주일 후 바로 어제 진단결과가 나왔습니다. 떨리는 가슴 진정시키며 전화를 걸어

“형님! 형님~”

너무 무서워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어 부르기만 했습니다.

“응. 나쁜 건 아니란다.”
“정말요?”
“응. 괜찮다고 했잖아.”

“그만하기 다행입니다.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우리 기분이 이런데 오진을 한 의사에게 고모부는

“내가 교직경력 30년이 다 되어가도 학부모에게 학생이 어떻다 심한 말을 못하는데 하물며 의사라는 분이 설사 암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안겨주지는 못할망정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하셨습니다.

차라리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가 보세요.’ 그랬더라면 이렇게 놀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수술조차 못한다고 했는데 수술을 했기에 다행이라 여겼고, 조직검사 결과 또 이상 없다고 하니 그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진으로 인해 간이 콩알만해 졌지만, 그마저 감사히 여기고, 이제 아끼고 서로 소중히 여기며 알콩달콩 잘 살아가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나의 든든한 후원자를 잃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고모!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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