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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시어머님은 센스쟁이?


  83세인 시어머님 6남매 힘들게 키운다고 어디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십니다. 이제 혼자 끓여 드시는 것도 힘에 겨워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아이 둘 학교에 가고 우리 부부도 다 나가고 나면 하루 온종일 혼자 계셨을 어머님.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앉아서야 가족들이 집으로 들어섭니다.


“다녀왔습니다.” 옛날 같으면 “오냐! 어서 오너라. 고생 많았지?” 했을 텐데 이제는 인기척을 해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침대에 오그리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주섬주섬 외출복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섭니다. 바쁜 손놀림을 하여 저녁상을 봐놓고

“어머님! 식사하셔야죠.”

“왔냐? 벌써 저녁밥이야?” 하십니다.

“네. 먹어야 살지요.”

옹기종기 모여앉아 맛있게 밥을 먹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고 매운 걸 드시지 못하는 어머님 때문에 우리 집 식탁에는 거의 연하고 부드럽게 해야 하고, 매운탕에 조차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조리를 합니다.

“엄마! 이거 한 번 먹어봐!”

남편이 어머님의 밥숟가락 위에 생선살을 발라줍니다.

“오냐. 너나 어서 식기 전에 먹어.”

먹고 난 그릇들을 싱크대에 넣고 깔끔하게 씻어 선반에 정리해 두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또 어머님은 밥숟가락 놓자마자 누워계십니다.

“어머님! 주무세요?”

“아니.”

“그럼 왜 누워만 계세요. TV도 보고 그러세요.”

“재미도 없어.”

“저랑 이야기나 해요.”

“무슨 이야기가 있나?”

“아니, 그냥요. 오늘 누구한테 전화 왔었어요?”

“응. 인천에서 안 왔나.”

“삼촌이? 동서가?”

“삼촌이.”

“그랬군요.”

“에효! 우리 어머님 심심하셨지요? 제가 놀아 드릴까요.”

“뭐하고 놀래?”

“음~ 어머님! 우리 화투놀이 해요.”

“그럴까?”

금방 쓰러져가던 모습이었는데 다소곳하게 앉으십니다. 언젠가 녀석들과 앉아 재미나게 화투를 치는 모습이 생각나 얼른 뛰어가 판을 벌일 준비를 했습니다. 화투도 가져오고 장롱 속에 든 담요도 가져와 펼쳤습니다. 툭탁툭탁 던져가며 맨 화투를 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이쿠! 패가 왜 이래? 이래서 어디 화투 치것나?”

“골고루 안 섞였나? 어머님 난 억수로 좋은데.”

돌아가며  먹기도 하고 들치기도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자꾸 어머님이 이기는 것입니다.

“우와! 우리 어머님 타짜네. 정말 잘하십니다.”

그러면서 일부러 점수계산을 하게 했습니다.

“어머님 몇 점이세요? 얼른 계신 해 보세요.”

“풍, 초 내가 다 땄으니 60점에, 190점이네.”

“엥? 어머님이 또 이기셨네.”


가을이긴 해도 밖에서는 촉촉이 비가 내려 습도가 높은 탓도 있고, 맥반석 침대라 전기를 넣어둔 탓도 있어 앉아있으니 온 몸에 더운 열이 막 올라왔습니다. 갱년기도 찾아온 지 오래라 가끔 열이 차오르곤 합니다. 어머님 앞이라 옷도 벗지 못하고 땀을 흘리며

“하이쿠! 와 이리 덥노?”

“야야~ 니가 돈을 잃으니까 그리 덥다 아이가?”

“네? 호호호 어머님,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원래 돈 잃으면 그런 법이여!”

그 말씀에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선수를 빼앗기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돈 놓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어머님이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만 원짜리 석 장을 꺼내시며

“옜다. 이거 가지고 화투 치거라.”

“우와.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니가 덥다카이 내가 주는 거 아이가!”

“어머님. 이러다 우리 경찰서 잡혀 가겠습니더.”

“와?”

“판돈이 이렇게 시퍼런 만 원짜리가 오가니 큰일 났습니더.”

“야야~ 절대 내가 주더라 카지마라이. 니 돈이라 캐라이.”

그 말에 우린 또 한 번 깔깔 넘어갔습니다.


정말 시어머님은 센스쟁이십니다. 고스톱이 아닌 화투놀이를 하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너무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을 넘게 둘이서 호호거리다

“어머님! 허리 안 아프세요?”

“오늘은 그만할까?”

“네. 내일 또 해요.”

그리고 3만 원은 다시 어머님 호주머니에 넣어드렸습니다.


우리 어머님, 하루하루 시간 죽이시는 게 더 힘겨울 것입니다. 그래도 시골 계실 때에는 텃밭도 가꾸시고 노인정에도 놀러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이제 자식들에게 기대며 살아가야 할 나약한 분이니까 말입니다.   가만히 누워계시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 불쌍해 보입니다. 어머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고작 화투놀이뿐이니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편안한 노후를 맞이 해야 할 때인데 건강이 좋지 않으니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모든 걱정 내려놓고 편안히 지냈으면 참 좋겠습니다.


허긴, 기운 없이 쓸어져 계신 모습이 바로 30년 후의 내 모습이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님^^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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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골에 계시다가 오셨으니 아는 이도 없고 나갈데도 없으시고 더더욱 갑갑하실 거에요...
    노을님이 잘하시고 계시네요. 모습 보기 좋네요.
    건강하시길 저도 기도할게요.
    저도 친정부모님, 시어머니 많이 생각납니다.

    2009.09.26 09: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녁노을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쩜 우리집과 똑같을까 하는 생각을 듭니다.
    우리 엄니도 내후년이면 팔순입니다만.
    오손도손 사시는걸보니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집도 우리집사람이 시어머니하고 친구같이 늘 지내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늘 고맙기만 하더군요..
    시어머니 앞에서 재롱떠는 며느리 별로 없을텐데. 16년이지난 오늘도 그러고 사니 천성인가바요.
    저녁노을님. 효부 며느리로써 존경하고 싶습니다. 살아생전 못다한 효孝 많이 해드리고 할머니 만수 무강하시어 오래오래 사세요..

    2009.09.26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 것같습니다.
    그래도 행복하고 정겨운 가족들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2009.09.26 09:51 [ ADDR : EDIT/ DEL : REPLY ]
  5. 마음이 참 따뜻 하십니다.
    어머님하고 함께 사시는데 정말 아무것도 해 줄 없다는게 좀 그렇죠.

    살아 계실 때가 그래도 그때가 행복인것 같습니다.
    저도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토요일입니다.
    주말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세요.
    ^^
    ^^행복한 하루되세요.
    ^^

    2009.09.26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화투놀이
    이거 우리부부에겐 중노동 같더군요
    명절때가 되면 울남편하고 저하고는 연습합니다
    대가족이 모이면 이거 없이 즐길만한 놀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남들이 다하는 화투를 못하는 우리부부는 완전 문제아가 되는 분위기니...
    다른 좋은 놀이가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
    엄청 갑갑하실 것입니다
    울친정엄마 아파트인 울집에 오시면 갑갑해서 며칠 못 계시는 걸 알거든요.

    아프지 않고 살다 떠나는 비결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의 미래도 비슷하겠지요.

    2009.09.26 1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가정이라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저도 곧 가정을 가지게되는데.. 잘해낼수 있을까 노파심이 생기네요^^

    2009.09.26 12: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노을님, 오늘도 따뜻한 글 감사해요. 가족분들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2009.09.26 12: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어르신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합니다.
    따뜻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즐건 주말되세요.

    2009.09.26 13: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2009.09.26 15:31 [ ADDR : EDIT/ DEL : REPLY ]
  11. 마음 따스한 며느리네요... 저녁노을님 같은 며느리만 있으면 정말 어머님들이 맘 편해지겠어요~~~
    이리 저리 재는 게 고부지간인데... 보기좋은 고부지간이라 배우고 갑니다...예쁜 주말 되세요^^

    2009.09.26 15:38 [ ADDR : EDIT/ DEL : REPLY ]
  12.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너무 행복하고 흐뭇한 광경입니다.
    정말 효부세요...에구...전 정말 아직도 멀을 것 같습니다.

    2009.09.26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박종혁

    부모님들께 대하는 마음 가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딱 그거 하나면 되는데 안그런 사람들을 볼때면 안까깝죠 행복한 가정 되시길 나중에 자식들도 님에게 그대로 효도 할것입니다 보고배워서...

    2009.09.26 17:33 [ ADDR : EDIT/ DEL : REPLY ]
  14. ㅎㅎㅎ 재미있는 글이네여~~~

    2009.09.26 19: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시어머님과 사이가 좋은 모습이 너무 좋아보이네요~ㅎㅎ
    우리 시어머니는 어떤분이실려나~저도 센스쟁이 어머님을 만나고파요~ㅎㅎ
    그러려면 저도 센스가있어야겠죠~ㅋㅋ

    2009.09.27 0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비밀댓글입니다

    2009.09.27 07:22 [ ADDR : EDIT/ DEL : REPLY ]
  17. 시모님 심심하실까봐
    재미나게 놀아주시는 노을님 참 행복해 보이십니다..^^*

    2009.09.27 07: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시어머님의 무병 장수를 기원해요~

    2009.09.27 08: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너무 보기좋은 모습이에요~ 앞으로도 화목하게 건강하게 사셨으면 해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09.09.27 15: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부러움

    내 친정엄마도 민화투를 그리 좋아하셨는데..
    지금은 거동도 못하시며 누워만 계십니다. 며느님의 고운마음씨가 넘 이쁘네요
    저도 시어머님을 십년넘게 모셨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부모님께 잘하면
    자식들이 잘되더라구요.
    지금의 그마음 변치마세요. 아무리 힘드시더라도....

    2009.09.30 19:55 [ ADDR : EDIT/ DEL : REPLY ]
  21. Leah

    아..
    정말이지..훈훈하고 따스한 이야기네요^^

    이런 며느리도 요즘 시대에 있군요^0^

    님도 이다~음에 며느리 보시면,마음씨 고운 며느리가
    님이 시어머님께 해드렸던 것 처럼 해드릴껍니다^^

    다음 영자씨!

    이런글이야 말로 메인에 띄워줘야지 되는 걸세,알겠는가?!

    영자씨도 맨~날! 식상한 내용보다 ,참신한 내용으로 페이지를 꾸미고 싶을텐데

    천편일률적인 내용=뭔 내용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눙
    말고,이런 글을 띄워보게.

    2011.01.14 04:44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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