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2. 1. 10. 06:00


오랜만에 찾아간 시댁, 가슴 먹먹했던 시어머님의 눈물




주말에 시어머님이 집으로 오셨습니다.
막내아들의 등에 업혀 들어서는 어머님은 왜소해 보입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한 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오셔서 그런지 기운이 없으신가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잠에 빠져듭니다. 어머님이 주무실 동안 얼른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시어머님은 6남매를 키워내시고 혼자 시골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인가 찾아온 치매로 형제들이 의논하여 요양원으로 모신지 2년이 넘어갑니다.
막내아들 집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어 주말이면 찾아뵙고 있지만,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집에 가고 싶다고 해 모시고 왔던 것입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난 뒤
"어머님! 그렇게 집에 오고 싶었어요?"
"응."
"잘 오셨어요. 어머님."
몇 마디 이야기 나누고 난 뒤 또 앉아 계시지 못하고 누워 버리십니다.
"장을 담아야 되는데.."
"장독에 담가 놓은 김치도 갖다 먹어라."
기억은 가끔 뒷걸음질 치기도 하였습니다.

늦게 퇴근하고 들어서는 남편은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는 씻고 그냥 옆에 누워버립니다.

"여보! 엄마 불러 봐!
"주무시는데 그냥 놔 둬!"
자꾸 주무시기만 하는 게 아쉬워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머님! 어머님! 아들 왔어요."
"왔나? 저녁은 묵었나?"
언제나 자식의 끼니 걱정입니다.
"엄마는 시간이 몇 신데. 밥을 안 묵노"
그게 끝이었습니다.
"당신, 오손도손 이야기 좀 해. 그렇게 오고 싶다고 하셨는데."
"..................."
두 사람 모두 깊은 잠에 빠져버립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엄마와 아들 사이여서 그럴까요?
아니면 잠을 자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합니까.
붕어빵 같은 모습을 보며 가만히 앉아 바라보니 마음 씁쓸했습니다.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했습니다.
국물 하나만 있으면 공깃밥 한 그릇은 드시기에 마음이 놓입니다.
기저귀 갈아 끼우고 씻기고 나서 삼촌에게 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떠 올라
"어머님! 시골 가 보실랍니까?"
"그럼 여기까지 와서 안 가 볼끼가?"
"여보! 어머님 모시고 시골 갔다 오자."
"추운데 어딜까!"
"그래도 가고 싶다잖아."
"감기 걸려 안돼!"
자라고 꿈을 키워왔던 집도 사라지고 없는데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어머님 소원하나 못 들어주나?
모임에 꼭 가야 하는 것 아니면 그러지 말고 갔다 오자.
잔소리를 늘어대자 겨우 '알았다.'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어머님. 외투 입혀 드릴게요."
그렇게 남편은 어머님을 업고 자동차에 태웠습니다.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밀감 몇 박스와 과자를 사서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1. 동네 마을회관으로

어머님이 시골 계실 때 자주 놀러 갔던 마을회관을 찾아갔습니다.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어머님을 주르르 달려나와 반기십니다.

"아이쿠! 나동댁 왔나?"
"잘 있었소?"
"얼굴은 좋아 보이네."
"석동댁은 왜 그렇게 늙었노?"
"안 죽으니 이렇게 만나네."
"00댁이 죽었어. 며칠 전에."
"........"
"나도 얼른 죽으면 좋을낀데...."
너도 나도 늙어가기에 외로움 달래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계셨습니다.

밀감과 과자를 내려 드렸더니
"뭐하러 이런 걸 사 왔노?"
"별거 아닙니다. 나눠 드세요."
"우린 뭘 주나? 음료수 없나?"
"냉장고에 있긴 한데 차가워서 되것나?"
이웃집 어르신이 달려가시더니 사과 1개 배 1개 귤 3개를 담은 비닐봉지를 전해줍니다.
"줄 것이 없어. 이것이라도 집에 가서 입맛 다셔."
소중한 정을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2. 어머님의 절친을 만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친구가 많습니다.

그래도 유독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머님의 친구 작은아들은 우리 아파트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큰아들 몰래 잘 살지 못하는 작은아들이 마음에 걸려 농사지은 쌀 채소 등을 챙겨 시댁에 가져다 놓습니다. 우리가 주말마다 찾아가기 때문에 어머님은 우리 차에 물건을 올려주면서 좀 갖다 주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골고루 나눠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심부름도 해 주곤 했습니다.

또, 어머님은 며칠 집을 비우게 될 때 '닭 모이 주는 것'을 부탁했고 햇살에 말려 놓은 호박이나 토란대 갑자기 비라도 내릴 때 전화로 부탁하고 그리고, 혼자 계신 어머님이 전화를 받지 않을 때 걱정되어 친구분에게 전화해 확인하곤 하는 사이였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어머님의 친구분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계세요?"
어르신은 소죽 솥에서 물을 끓여 들고 나와 머리를 감고 계셨습니다.
"누고? 눈이 어두워서 잘 모르겠네."
"나동댁 며느리입니다."
"아이쿠! 우짠 일이요?"
"어머님 모시고 왔습니다."
"나동댁이 왔단 말이가?"
"네. 얼른 머리 감으세요."
반가운 마음에 추운 날씨에 머리를 제대로 닦지도 않고 꼬부랑한 허리로 어머님이 계신 자동차로 향하십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분은 손을 마주잡으십니다.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반갑다. 잘 지냈나?"
"잘 지냈지."
"뭐든 많이 묵어라. 그래야 건강하지."
"많이 묵고 있어."
"................"
서로 말을 잊지 못합니다.
어머님의 친구분은 허리가 땅에 닿을 듯하면서도 산에 나무하러 다니신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후, 차 문을 닫고 어르신은 내 손을 잡으십니다.
"아이쿠! 고맙소. 이렇게 찾아주고."
"아닙니다. 어머님이 오고 싶다고 하셔서 왔어요."
"고생이 많소. 나이 들면 얼른 죽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그러게 말이야."
"설에 모시고 올게요."
"바쁠텐데 어서 가보소."
"네. 안녕히 계세요."


자동차가 멀리 떠날 때까지 혼자 서서 손을 흔들고 계시는 모습을 뵈니 어찌나 마음 짠하던지.....
오래오래 우정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3. 사돈과의 만남

막내 삼촌과 동서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동네에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각별한 사돈 사이입니다. 평소 서로 전화 통화도 자주 하고 마음을 나누며 지내셨습니다.
어머님이 요양원으로 떠나시고 난 뒤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계세요?"
기척이 없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00이 숙모인데, 어머님 모시고 왔습니다."
"지금 어디요?"
"집 앞입니다."
"알았소. 딸기 하우스인데 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오니 저쪽에서 유모차를 끌고 반쯤 뛰어오시고 계셨습니다. 사돈어른의 손에는 커다란 딸기 몇 개가 들려 있었습니다.
"사돈! 이것이라도 잡수세요."
오물오물 달콤한 딸기를 드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집에서 딸기 1박스와 부추를 챙겨 차에 실어주십니다.
그리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내가 딸이 셋인데 늘 부처님한테 공들일 생각 말고 부모님께 잘하라고 늘 시키고 있어."
"우리 며느리 정말 잘해."
"가까이 있는 사람이 해야지."
"주말마다 찾아오면서 맛있는 것도 사 오고. 고생이지."
"우리 딸 보다 여기 있는 며느리가 더 잘한다고 하더만."
"잘 하지. 그리고 이젠 나한테 신경 안써도 됩니다."
"내가 뭘한다고. 어떻게든 잘 드시고 건강하이소. 그래야 또 볼수 있지요."
"그라지요."
우리 막내 동서는 날개없는 천사입니다.
아마 엄마를 닮았나 봅니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갔습니다.
"고맙소 이렇게 모시고 다니고."
"아닙니다."
"사돈! 잘 가이소"
"들어가세요. 잘 먹을게요."
또 두 분은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이별은 참 아쉬운 것 같습니다.

서로 눈물을 삼키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과연 시어머님을 몇 번이나 더 모시고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참 맘처럼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머님!
더 나빠지지만 마시고 우리 곁에 계셔 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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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러가지 느낌이 올라옵니다.
    노을님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2012.01.10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참으로 마음씨가 깊고 따뜻한 며느님이시군요.
    그렇게 어른의 심정을 낱낱히 헤아리시다니.....
    자판기에 눈물이 쏟아집니다.

    2012.01.10 13:10 [ ADDR : EDIT/ DEL : REPLY ]
  4. 마음이 짠하네요~~그저 건강을 회복하시기만 바래보네요~~

    2012.01.10 13:54 [ ADDR : EDIT/ DEL : REPLY ]
  5. 난..나쁜 사람입니다..엄마도 나도.. 서로가 그립지 않습니다..ㅠㅠ

    2012.01.10 14:04 [ ADDR : EDIT/ DEL : REPLY ]
  6. 서글프지만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가 전해옵니다.

    2012.01.10 14:36 [ ADDR : EDIT/ DEL : REPLY ]
  7. 댓글 이걸로쓰면 아래 리스트에 쌓이나요?
    시험용,,댓글;

    2012.01.10 14: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안되는군요;;
    아래 블로그 댓글로 글남기려고했는데... 댓글다는게 없어요?
    모지모지;;
    오늘 새로 마이뷰만들고 글첫발행인데..
    새로 시작하는거라 또 힘드네요 ㅠㅠ

    먼저 인사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흑
    좋은하루되세요^^

    2012.01.10 14: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군요.....
    눈물이 자꾸만 흐르네요.....

    2012.01.10 15:13 [ ADDR : EDIT/ DEL : REPLY ]
  10.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2012.01.10 15: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사랑의 향기가 납니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 하세요~~
    잘 읽고 갑니다.^^

    2012.01.10 17: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고부의 모습이 넘 아름답습니다.
    행복한 화요일 보내세여, 노을님 ^^*

    2012.01.10 17:33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정말 훈훈하면서 애틋한 모습입니다. 건강하게 자식들과 오래사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2012.01.10 18: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네여 이쁜 마음 배우고 갑니다

    2012.01.10 19:20 [ ADDR : EDIT/ DEL : REPLY ]
  15. 마음이 짠하네요....
    정이 무언인지 느끼게 하는 글인 것 같습니다.
    감동입니다.

    2012.01.10 22:18 [ ADDR : EDIT/ DEL : REPLY ]
  16. 글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말없이 눈물만 흘리셨는 시어머님과 친구분들의 무언의 대화는 글을 읽는 저로썬 가슴 시림과 아픔이 묻어나오더군요..저도 어머님이 오래오래 사셨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글 읽고 마음이 훈훈해지는게 제가 더 얻어가는 기분이예요^^

    2012.01.10 23:17 [ ADDR : EDIT/ DEL : REPLY ]
  17. 내가 나이 들고...내 부모가 늙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보니 참 늙고 힘이 없어진다는게 그렇게 서글퍼보입니다.
    참 좋은 며느리신가 봅니다.
    부모님께 가장 큰 효도는 함께 사는거라더군요.

    2012.01.11 01:22 [ ADDR : EDIT/ DEL : REPLY ]
  18. 눈물이 그냥 ㅠ.ㅠ 나이들어가는 어머님 바라보면 항상 애틋하지요. 항상 눈팅만 하는 사람인데 너무 감동적이라 댓글 남기고 갑니다. 항상 저녁노을님 글 잘 읽고 있어요. 앞으로도 자주 업뎃해주세요~^^*

    2012.01.21 14:23 [ ADDR : EDIT/ DEL : REPLY ]
  19. 눈물이....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1.21 15: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어쩌다가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까지 왔습니다. 잘 찾아 온것 같습니다. 고요한 고부의 정과 마음을 깊이 느끼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의 건강이 사시는 날 동안 더 회복되셨으면 하고 기원해 봅니다. 며느님의 아름다운 삶과 그 마음 분명 크게 복 주시리라 믿습니다. 가정에 축복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2.01.24 06:19 [ ADDR : EDIT/ DEL : REPLY ]
  21. 세상에 사람은 모두가 그렇게 늙게 되어있는데 연세가 드신분만 보면 왜 이리도 마음이
    아프로 아려오는지요 나의부모님도 그렇고 나 또한 이제 머지 않아 몸이 쇄할것은 뻔한일
    조금이라도 성할때 더많이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데 어느 자식이 그런마음을 알겠습니까
    노을님 같은 마음이곱고 사랑을 아는 따뜻하고 가슴이 훈훈한글잘보았습니다
    그 가정과 그가족들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2.01.25 12:24 [ ADDR : EDIT/ DEL : REPLY ]
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12. 3. 06:00

 

여러분은 생일, 기념일을 얼마나 챙기며 살아가시나요?

어제는 음력 10월 27일 50번째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무엇에 쫓겨 살아가는 지 나 자신의 생일조차 챙기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 챙기고 부산하게 움직여 출근하였습니다.

책상 앞에 앉으니 딩동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뭐지?’하고 열어보니

“고객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건강하세요.”

가입했던 곳, 물건을 샀던 이곳저곳에서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주민등록상 12월 3일이기에 ‘양력으로 축하해 주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동료가 나를 데리러 왔습니다.

“빨리 와!”

“왜?”

“아무튼, 어서 와 봐!”

생크림 케이크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 생일 축하 합니다.~”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어? 오늘 무슨 날이야?”

“자기 생일이잖아!”

“............”
“미역국도 못 먹은 거야?”

“고마워.”

“아저씨, 너무 했다. 아이들이야 시험기간이니 그렇다 치고.”

‘밥도 해 주지 마라.’

‘내년에 미역국도 끓여 주지 마라.’

‘쫓아내라.’

‘한 달 전부터 생일이라고 알려야지.’

모두가 한마디씩 하였습니다.


곁에 있는 달력을 집어 들고 날짜를 따져보니 생일이었던 것입니다.


모두가 제자리로 떠나고 나니 문득,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가족도 서운했지만 나 스스로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생 헛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으니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엄마! 생일 축하해!”

“몰라.”

“사실, 내일인 줄 알았어.”

“어떻게 알았어?”
“이모가 메시지 보내주었어. 엄마 미안해. 음력이라 헷갈렸어.”

“됐어.”

“엄마 사랑해요.”

잠시 후, 핸드폰에 불이라도 난 듯 뽕뽕~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이건 또 뭐야?’하면서 확인을 하니 딸아이 반 친구들이었습니다. 놀란 딸아이가 목소리 높여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는 후배의 딸이 같은 반이라 나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먼저 보내자 너도나도 보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딸아이의 반 친구들이 보낸 축하 동영상이었습니다. 또 한 번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딸아이의 원망스러운 전화를 받고 남편의 메시지도 날아왔습니다.

'생일 축하노래와 아림이 어머님! 건강하세요.!"
우렁찬 함성이 귀가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구형 핸드폰으로 받은 것이라 화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오후가 되자 정상적인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앉으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꽃 배달 왔어요.”

“네? 누가 보냈어요?”
“00씨가 보냈습니다.”

나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였습니다.

통화를 하다 서운한 마음을 알게 되어 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보냈던 것입니다.

“야! 뭐 하러 이런 걸 보내냐?”
“남편이 보냈다고 해.”

“그래 고마워. 네가 오늘 나의 기를 팍팍 살려주는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누가 보냈어요?”
“후한이 두려워 보냈나 봐. 쫓겨나기 싫어서.”
“너무 예쁘다.”


사실, "선물 주고 밥이나 한 끼 하려고 했는데 오늘 너의 기분은 밥보다 꽃바구니가 더 나을 것 같다."고 하면서 보내준 것 입니다. 친구의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던지. 또 한 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친정엄마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으로 16살에 시집을 와 6남매를 낳고 기르면서 어릴 때 보면 엄마는 자식에게 지극정성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엄마의 마음은 다 그랬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잡곡밥에 미역국 끓여 윗목에 차려놓고 칠성님이나 삼시랑(아이를 점지해준 상상적인 토속신)께 건강과 장래를 기원했습니다.

"엄마! 밥을 왜 그렇게 많이 담아?”

“수북하게 담아야 복 많이 받고 운수대통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상을 차려 놓고 두 손을 모으시며

"그저 건강하고 잘 되게 해 주이소"

두 손 싹싹 비비며 소원하였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였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나니 생일만 되면 농사지은 잡곡과 나물을 준비해 와서 생일상을 차려주곤 하였습니다.

“애미야! 만약 내가 죽거든 미역국은 꼭 끓여 묵어라이.”

“에이~ 내 생일날 내가 미역국을 끓이라고?”

“그럼. 그래야 한다.”
“왜?”
“그래야 가족들도 챙겨주게 되는 거야.”

“알았어. 꼭 그럴게.”

엄마의 말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 스스로 잊어버린 날이었으니 엄마 생각이 간절한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어머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서른넷인 아들과 서른셋인 며느리의 늦은 결혼이었기에 그 사랑은 감사할 정도로 받고 지냈습니다. 며느리 직장생활 편안하게 하라고 하시며 우리 아이 둘을 키워주셨고 생일만 되면 집으로 와 축하해 주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우리 집에서 생활하시다 2010년 2월 치매가 심해져 요양원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생일은 항상 외고 있어 당일에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겁니다.

“오늘 00이 생일이야. 전화라도 해!”

“네. 어머님.”

멀리 떨어져 지내는 형제애를 돈독하게 해 주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부재로 그냥 넘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머님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늘 의지하며 살았었는데 말입니다. 오늘따라 어머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전화라도 한 통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가족들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여보! 미안해.”
“엄마. 죄송해요. 내년엔 꼭 미역국 끓여 드릴게요.”

축하노래를 듣고 맛있는 케이크를 나눠 먹으니 배부른 저녁이었고,

하루 세 번 울었어도 아주아주 행복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엔 달력에도 빨간 동그라미를 아주 크게 그려놓고,
한 달 전부터 생일이니 선물 달라고 외치고 다니렵니다.
맨 먼저 가족들의 축하를 받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여러분도 축하해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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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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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따님 친구들의 생일 축하 영상이 제일 부럽습니다. ^^

    노을님, 생신 축하 드리구요, 늦었어라도 미역국 꼭 드세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2010.12.03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날이후

    와우~ 신기하네
    오늘은 음력 10월28일
    저의 생일 입니다.
    아침에 미역국도 못얻어먹고 출근했는데
    아직 엄마는 모르는것 같네요.. ㅎㅎ
    연락이 없는걸 보니..
    이제 자꾸 깜빡깜빡 하시는 엄마를 보니
    조금 서글프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귀엽게 투정이나 부려볼까..
    그냥 웃으면서 넘겨볼까 고민중입니다
    나이 먹었어도 축하한단 소리 듣고싶은
    생일이네요..ㅎㅎ

    2010.12.03 13:54 [ ADDR : EDIT/ DEL : REPLY ]
  4.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저녁노을님에~생일 축하 합니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지만...
    따님의 문자/동영상 이벤트는 정말 멋집니다!!!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2010.12.03 14:03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정말 공감 100배 입니다.
    늦었지만 축하 또 축하 드립니다!! ^0^

    2010.12.03 14: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생일 축하해요~!!
    그래도 나중엔 웃고 행복하게 보낼수 있었기에 다행이네요~^^
    저는 가끔 제가 제 생일을 까먹어요..ㅋㅋ
    그럴땐 부모님이 챙겨주지만..ㅎ
    노을님~내년에는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그려두세용~ㅎㅎ
    저도 내년엔 노을님 생일 기억할게용~^^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0.12.03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는 제가 잊어버립니다.
    축하 합니다.^^

    2010.12.03 14:50 [ ADDR : EDIT/ DEL : REPLY ]
  8. 글 읽다가 솔므이 돋았네요...정말 무한감동 하셨겠습니다!! 늦엇지만 생일축하드립니다!

    2010.12.03 15: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생일축하드립니다~~ 저는 생일상 받아본지가 ㅜ.ㅜ
    아무도 제 생일 기억을 ㅜ.ㅜ

    2010.12.03 16: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아이들에게 저런 문자를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잘보고갑니다.

    2010.12.03 16:43 [ ADDR : EDIT/ DEL : REPLY ]
  11.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늘 어머니 생신에 미역국 한번 끓여드려야지 생각만 하는데,
    내년에는 꼭!! 휴가내서 어머니 생신날 고향 내려가야겠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0.12.03 17: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오소리

    추카추카~~~~

    2010.12.03 17:27 [ ADDR : EDIT/ DEL : REPLY ]
  13. 에고 늦었지만 노늘언니 생신축하 드려요 ^^

    2010.12.03 1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비록 눈물로 시작했지만, 행복하게 생일을 보내셨네요~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려요~^^*

    2010.12.03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서운한 마음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하루였겠습니다.
    늘 아름답고 행복한 날 이어ㄱ지길 빌겠습니다..^^

    2010.12.03 17:50 [ ADDR : EDIT/ DEL : REPLY ]
  16. 50번째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이들 반 학생들까지 축하 인사를 받다니 정말 행복한 하루셨네요..^^
    노을님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2010.12.03 2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비밀댓글입니다

    2010.12.03 21:34 [ ADDR : EDIT/ DEL : REPLY ]
  18. 생일축하드립니다.
    맨 아래 케익에 촛불을 보면서 5살인줄 알았습니다.............ㅋㅋ

    2010.12.03 23: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와...저까지 행복해지는 이야기...축하드립니다. 쪼매 늦었지만요.

    2010.12.03 2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축하한단 말을 해주지 않을 수 없군요.
    ^^

    2010.12.04 17:42 [ ADDR : EDIT/ DEL : REPLY ]
  21. 에휴,. 속상하셨겠어요.
    그래도 뭐, 많이 축하받으셨네요. 챙겨주는 동료들, 친구도 있고 .. 딸아이 친구들.. 가족들 다~
    어머니라는 자리는 어느 정도는 기본적으로 '희생'이 없을 수 없다고 봅니다.
    늘 애쓰시고 최선다해 노력하시는 저녁노을님 잠시나마 속상하신 거 다 풀어지셨을 거라 봅니다.^^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2010.12.05 16:08 [ ADDR : EDIT/ DEL : REPLY ]

노을이의 작은일상2008. 1. 31. 19:55
 

★밥알 하나에 담긴 사랑★


하루에도 몇 번의 그냥 스쳐 가는 인연으로 살아가기도, 끊지 못한 인연을 맺고 이렇게 부부로 살아가기도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 같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삼십 년을 넘게 자라나 먹는 것, 자는 버릇, 생각하는 것까지 다르지만,
이제는 십 년을 넘게 한 이불을 덮고 생활하다 보니 눈빛만 보아도 느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울어야 할 핸드폰이 진동으로 되어있는 바람에 알람이 울지 않아 늦잠을 자 버렸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출장을 가야하기에 저보다 더 늦게 나가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부산하게 손 놀려 후다닥 된장국을 끓여 놓고
"저 먼저 출근해요."
"그래. 잘 갔다 와~ 여보! 잠시만"
"왜요?"
"출근하는 사람이 신발이 그게 뭐냐?"
"학교 가서 닦으면 되요."
"엘리베이터 눌러 놓고 와. 내가 얼른 닦아줄게.."
"우와. 정말? 고마워라."
11층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려면 1분은 기다려야 하니 얼른 눌러 놓고 발만 갖다 대니 쓱싹쓱싹 구두 솔로 닦아 내 얼굴이 비춰질 정도 반짝거리니 새 신을 신은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하늘까지 닿을 만큼 발걸음 가벼웠고 차가운 바람마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즐거운 하루를 시작한......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을까요?
하루 종일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을 해 저녁상을 물리면서 저는 빨래에 집안 청소를,
남편은 설거지를 거의 같은 시간에 마쳐 안방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Tv를 함께 보다가
"아이쿠! 우리 마누라 어쩔까?"
"왜요?"
"얼굴이 이게 뭐고?"
"뭐 묻었어요?"
"얼굴에 고추장 튀어 있고, 이건 내일 아침 밥 할거야?"
"밥 먹다가 흘렀나?"
나의 손이 먼저 올라가기도 전에 벌써 남편의 손은
제 얼굴에 묻은 밥알을 때어 자기 입 속에 넣어 먹어 버리는 게 아닌가?
"어?"
"왜? 당신 얼굴에 묻은 건데 어때서?"
"그래도 그걸 먹으면 어떡해?"
"당신이 좋아서 그렇지"
"치.."
"치? 마누라가 예쁘면 친정 말뚝보고도 절한다고 하잖아"
"당신 정말 그만큼 절 사랑해요?"
"당연하지"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그 웃음 속에는 감동의 눈물도 함께 말입니다.
성격상 저는 사랑 표현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느끼고 있지만, 남편은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편입니다. 때론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지만, 사랑 표현은 하면 할수록 기분 좋은 것이라는 걸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밥알 한 톨에 담긴 그 사랑은 누런 황금들판을 얻은 기분 말입니다.

오늘은 저 울어도 될 만한 날이죠?
행복에 겨운 눈물 말 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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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한 저녁노을님이시네요~^^

    2008.01.31 20: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老 松

    눈물이 날많큼 그행복 영원 하시기를.....

    2008.01.31 23:00 [ ADDR : EDIT/ DEL : REPLY ]
  3. 피오나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2008.02.01 00:23 [ ADDR : EDIT/ DEL : REPLY ]
  4. 밝은미소

    아름다운 행복 오래오래 지켜 나가시길 빕니다.

    2008.02.01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노을이의 작은일상2007. 12. 6. 13:06




세상에서 처음 먹어 본 눈물어린 '참치미역국'




 

▶ 참치 미역국                                                            ▶ 고구마  생일케익


  12월, 달랑 한 장남은 달력이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화살을 쏘아 놓은 듯 달아나 버리는 게 세월인 것 같습니다. 새해 계획 세운다고 한 지 어제 같은데 말입니다.

남편은 연말이라 일이 바빠 며칠 째 집에도 오지 못하고 있고, 두 녀석들 기말고사 기간이라 독서실에서 늦게야 돌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려 주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들 깨우는 일 또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게 나의 작은 일상입니다.


어제 저녁, 퇴근을 해 집으로 들어서자 우리 아들

"엄마! 내일 생일이죠?"

"몰라~"

음력을 지내고 있는 터라 달력을 봐야 생일을 알 수 있는지라

"넌 어떻게 알았어?"

"할머니가 전화 왔어요. 엄마 생일 잘 챙겨 주라고.."

"생일은 무슨... 아빠도 없는데..."

“아빠는 내일 오면서 엄마 선물 사 오신다고 했어요.”

사실, 남편이 없으니 반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먹고 지내고 있어 아무것도 준비 된 게 없었지만 그냥 다른 날과 변함없이 늦은 시간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딸아이를 맞이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녘, 잠결에 달그락 달그락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결이라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겠지?' 하며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자꾸 나는 것 같아 부시시 눈 비비며 부엌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세상에 딸아이였습니다.

"어? 너 뭐하는 거니?"

"엄마생신이라 미역국 끓여요."

"미역국을? 재료도 없는데 뭘로 끓었어?"

"냉장고에 쇠고기가 없어서 그냥 참치로 끓였어요."

"하이쿠야 우리 딸 다 키웠네."

숟가락을 들고 맛을 보니 그런 대로 괜찮은 맛을 내었습니다.

냄비에 끓인 미역국 속의 건더기는 적당히 잘 넣었는데, 물에 담가놓은 미역이 더 많았습니다.

"엄마! 불러 놓은 미역은 어떻게 해? 뭐가 저렇게 많이 불어나? 조금밖에 안 담갔는데 말이야"

"어떻게 하긴 담에 또 끓여 먹으면 되지"

우리 딸은 마른미역이 10배정도 불어나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참치 캔 하나를 따서 냄비에 미역과 함께 다글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고 했습니다.


기말고사라 1시를 넘긴 시간에 잠들었으면서 아침잠이 많은 딸아이 5시 30분에 알람시계 소리에 벌떡 일어나 국을 끓었던 것입니다. "아들! 미역국 어때?"

"뭐야? 참치 넣었어?"

"맛이 어떻느냐구?"

"보기보단 맛있네."

"이거 누나가 새벽에 일어나 끓인 건데..."

"제법인데!"

믿음직스러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애교스럽고 친구 같은 중학교 1학년인 나의 딸,

두 녀석이 준비한 생일 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축하노래까지 불러주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주부들이 자신의 생일 밥을 차려먹는다는 게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가 있으면 찾아 와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줬을 것인데 말입니다.

허긴,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 하신 말씀

“야야~ 내가 없더라도 생일은 챙겨먹어야 한다이~그래야 인복이 있는거여~”

그래야 되는데 잘 되질 않습니다.

엄마!~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집니다.



딸아이가 끓여 준 감동받고 눈물어린 참치미역국을 먹는 날이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딸아~ 너무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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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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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와

    감동적이네요. 엄마를 생각하는 따님의 따뜻한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

    2007.12.06 15:15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07.12.06 15:23 [ ADDR : EDIT/ DEL : REPLY ]
  3. 밝은미소

    사랑을 나누시는 따순 가족애 봅니다.
    따님 넘 사랑스러워요.

    2007.12.06 18:18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07.12.06 20:54 [ ADDR : EDIT/ DEL : REPLY ]
  5. 비밀댓글입니다

    2007.12.08 08:23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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