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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아들이 효자면 며느리도 효부?

by 홈쿡쌤 2008.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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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국
 
















                                                    ▶ 일주일 드실 반찬들....


 

 아들이 효자면 며느리도 효부?

  얼마 전, 아이 둘 인천 삼촌 집에서 사촌들과 즐겁게 놀고 있을 동안, 남편과 둘이서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위해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기로 하였습니다. 중2가 되는 누나의 책상을 아들 방으로 옮겨 동생에게도 공부하는 습관을 따라 했으면 하는 맘으로 말입니다. 남편 곁에서 들어주고 도와주고 한 것 밖에 없는데 하루 종일 종종거리다보니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해 있었습니다. 몸이 안 좋은 어머님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시골을 다녀오고 있습니다. 집에 모시고 싶었지만, 친구가 있는 시골이 좋다고 하시기에 혼자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해에 살고 있는 동서에게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동서 뭐해?"
"내일 어머님한테 가져 갈 반찬 만들고 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이번 주에는 제가 해 간다고 했었잖아요."
"그랬나? 맛있게 만들어."
"네."
"내일 봐."

대충 정리를 해 두고 국물이나 만들어 놓고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쇠고기를 사서 남편과 함께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40 - 50분이면 도착하는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살고 계신 어머님이십니다.
하나 둘 비어가는 시골집을 바라보며 찬바람 가르며 달려가니 조카들은 벌써 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어린 조카들의 밝은 인사를 나누며 동서가 차려주는 점심상을 받았습니다.
마루에 앉아 따스한 겨울 햇살이 등을 타고 흘러들었고 동서가 만들어 온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서! 고생 많았네. 맛있겠다."
"아닙니다. 많이 잡수세요."
배불리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난 뒤, 국물이나 끓일까 하는데
"형님! 뭐 하시게요?"
"응. 어머님 국이나 끓여놓고 가려고..."
"제가 곰국 만들어 얼려 왔습니다."
"그래?"
"그런데 인천 형님이 곰거리를 택배로 보내왔어요."
"또?"
"네."
"아마 삼촌이 보냈을 거야."
넷째 아들인 우리 삼촌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른 아들보다 남다릅니다.
하루 한 번 어머님께 거는 전화는 기본이고, 다리가 안 좋다고 하면 한의사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약을 지어 보내고, 혈압에 좋다는 약도 사서 보내기도 하고, 월 3만원씩 형제간에 통장을 만들어 공금으로 어머님과 집안일이 있을 때마다  다 사용하고 있는데도, 삼촌은 별도로 월 10만원을 어머님의 통장으로 꼬박꼬박 송금하는 효자입니다. 그 효자 곁에 있는 동서는 더 효부입니다. 한 몸에서 태어난 자식들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아들이야 엄마이기 때문에 효자가 되기 쉽습니다.  효심의 바탕은 부모에 대한 감사와 연민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감사와 연민이 바로 도덕적 능력입니다. 거기에 효자나 효녀는 믿을 수 있고 사귈만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효심의 가장 고귀한 모습은 효부입니다. 현실적으로 효자와 효부는 나뉠 수 없습니다. '효부 없이 효자 없다'는 속담이 있듯 며느리의 효심이 없으면 어떤 착한 아들도 효자 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며느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엄마이기에 효부가 되어가나 봅니다. '시'자만 들어가도 '시금치'까지 먹기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건 한 울타리라는 가족을 만들었기에 오순도순 따뜻한 사랑 나누며 살아가야하지 않을까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말없이 어머님께 잘 해 주고 있는 두 동서들이 더 예쁩니다. 저 보다 한참 어린 신세대인 동서들인데도 말입니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는 냉장고에 사 두었던 야채로 나물을 만들었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기에 늘 국물을 자작하게 하고, 나물도 푹 삶아서 무쳐갑니다.
"아들! 간 좀 봐 줄래?"
"우와. 맛있다."
"우리 아들도 나중에 장가가면 엄마한테 이렇게 해 줄까?"
"모르죠."
"우리 며느리가 이 엄마한테 반찬 만들어 줄까?"
"엄만, 그게 제 마음이 아니잖아요."
"허긴...엄마가 바랄 걸 바래야지."
"................"
조금 쑥스러운가 봅니다.

이번에는 공부하느라 따라가지 않겠다는 녀석 둘을 데리고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아이쿠 우리 새끼들이 어쩐 일이여?" 하면서도 얼마나 반가워하시던지....
우리 어머님에 손으로 키워주셨기에 손자사랑은 또 다른가. 봅니다.
몇 시간 아니지만, 따뜻한 정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할머니! 우리 집에 왔어"하면서 도착을 알립니다.

가끔은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전화를 걸어 보라고 시킵니다.
그러면 "할매! 밥 무것어?" 하며 조잘조잘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르나 어머님의 그 자리, 오래오래 지켜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머님....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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