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 절대 나무라지 마세요!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남녘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매화와 노오란 산수유도 피어나고,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는 지인들의 모임이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여럿 되는 분 중에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며 하시는 말씀이,
“재수 억수로 좋은 날이었어”하시기에 저는 귀가 솔깃하였습니다.
요즘 신학기이다 보니 학생과 선생님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라 희망에 의해 야간자율학습을 10시까지 한다고 합니다. 까만 밤을 환하게 밝혀가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생 3명이 나란히 인도로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아이들을 덮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본 학생과 두 번째 학생은 소리를 지르며 피했고, 맨 나중의 학생이 허리를 치는 바람에 논으로 굴러 떨어지고 차는 도주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바로 병원으로 옮기고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 않은 상태였으나, 학년주임과 담임선생님들은 병원으로 달려가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경찰이 나와 수사를 시작하였답니다. 알고 보니 술에 만취한 사람이 운전을 하는 바람에 그런 사고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튿날, 학교에 출근한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교통안전에 대해 훈시를 하셨고, 학교 앞 ‘스쿨존’은 고등학교라 아직 설치가 안 되어있어 시청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할 수 있는 블록을 설치 해 달라고 요구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전에 학생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닙니다. 그만하기 다행이지요.”
“다시 한 번 교통안전에 신경을 쓰겠습니다.”
“네. 그리고 당부 하나 드릴게요.”
“무얼 말씀하시는지...?”
“담임선생님 절대 나무라지 마세요.”
“네?”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운이 나쁜 건 우리 아들이지요.”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요즘 학부모들 내 아이가 최고로 알고 지내고 있고, 학교 내에서 자그마한 상처를 입고와도 전화를 해 따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상해를 입고 입원을 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시는 학부모를 보니 얼마 남지 않았지만 교직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인덕이라 여깁니다. 평소 책임감 있고 베풀며 살아가고 있기에 돌아오는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일들로 하루를 보내고 살지만,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열심히 살아야지요. 일 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시는 말씀 속에 인자함이 넘치는 걸 느낄 수 있는 분입니다.
제가 닮고 싶은 분....
그 학생도 얼른 나아 학교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맘 또한 간절히 가져 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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