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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휴대폰이 없으면 외계인이다?

by 홈쿡쌤 200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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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되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신없는 시간입니다. 바쁜 와중에 며칠 전, 직원체육을 하면서 배구 한 게임하고 난 뒤 환영식을 치렀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또 일 년을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술잔도 높이 올려보았습니다. 어제는 직원들의 비상연락망이 지갑에 넣을 수 있게 코팅되어 내 손에 쥐어졌습니다. 이름들을 죽 살펴보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어? 이 선생님은 아직도 핸드폰이 없네!"

"에이~ 요즘 휴대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기 봐. 모두가 핸드폰 번호인데 이분은 집 전화번호잖아!"

"그런가?"


사실 두 번째 만나 근무하게 된 선생님이십니다.

그때에도 휴대폰을 왜 안사느냐고 여쭤보니

"그거? 족쇄야 족쇄, 어딜 가 있어도 불러대는 바람에 싫어"

그러면서 자유롭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십대 초반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갑자기 연락할 일 있으면 어떻게 해요."

"학교로 하면 되지."

"사모님이 뭐라고 안 하세요?"

"왜, 아이들이 사 들고 온 것 다시 가져 가라고 했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모두들 다 있는데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하긴, 나 보고 외계인이라고 하더라."

어느 하나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듯 야무지고 결단력 있고 일처리 또한 똑바르게 잘하시는 분입니다.


요즘 유치원생도 가지고 다닌다는 핸드폰입니다. 그 속에는 전화통화는 기본, 문자, 동영상, 메모, 알람, 카메라, TV, MP3, 없는 기능 없이 다양하게 나오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거부하고 사시는 분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휴대폰으로 인해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에게 따스하게 흐르던 정이 사라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첫째, 연애편지가 사라졌습니다.

또박또박 눌러 밤새 써 내려갔던 연애편지는 컴퓨터 때문에 메일로 옮겨왔고, 또 휴대폰 문자로 주고받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내용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둘째, 세종대왕도 울고 갈 문자들

띄어쓰기 무시로 받침 없는 글자들이 그리고 은어들이 난무합니다. 잉크에 펜촉으로 글씨 연습하던 우리와는 아주 다르게 컴퓨터로 워드를 작성하는 세대이니 손 글씨체는 엉망입니다. 그래도 다 알아볼 수 있다는 아이들이 대단한 걸까요?


셋째, 말이 짧아졌습니다.

바쁜 세상을 살아서 그럴까요? 마음 또한 각박해 졌는지 문자로 보내기에 말의 표현이 짧기만 합니다. 표현이 짧은 만큼 우리의 생각도 짧아진 건 아닐까요?


넷째, 기다림이 없어졌습니다.

무엇이든 궁금하면 바로 문자를 넣거나 전화를 해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기에 애태우며 기다리는 마음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섯째, 공공장소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병원, 지하철, 회의 시, 휴대폰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게, 통화할 때 내 목소리도 조용조용해야 하는 예절까지 생겼습니다.


여섯째, 사생활 침해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던 인맥관리가 이젠 휴대폰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내용들이 흘러나간다면 사생활 침해의 우려까지 뒤따릅니다.


일곱째, 중독증세

학생들의 손에서 노는 휴대폰은 게임과 문자로 장난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우리는 휴대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날이면 은근히 불안합니다. 벌써 우린 핸드폰에 포로가 되어있습니다.


아주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로봇과의 사랑을 하고 기계와 정을 나누는 것 같고 인간미는 없어져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휴대폰 없이 하루를 견딜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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