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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날, 사랑하는 딸에게 전하는 편지

by 홈쿡쌤 201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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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날, 사랑하는 딸에게 전하는 편지



서른셋, 서른넷
엄마와 아빠는 맞선을 보았단다.
첫눈에 반한 사람처럼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지.

늦은 결혼이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를 손꼽아 기다렸단다.
친정 집 뒷마당, 하얀 안개꽃 속에 빨갛게 장미가 활짝 피어 있어 예쁘다고 감탄을 하며 방으로 들어왔단다. 그런데 잠시 후 집에 도둑이 들었어. 너무 무서워 이불을 덮고 숨어야 하는데 엄마의 배에서는 섬광이 밖으로 훤하게 비쳐 감출수가 없었단다. 너무 깜짝 놀라 일어나 버렸지. 그게 우리 딸의 태몽이었단다.

일 년 후, 너의 동생이 태어났어.
그래서 그랬을까?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도 어찌나 어른스러웠는지 모른단다.
동생이 잘못하여 아빠에게 회초리로 맞으면 가로막아서며
"아빠! 안돼! 안돼!"
절대 때리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었지.

어느 날인가 야외에 놀러 갔을 때,
장난이 심한 아빠가 동생한테 개구리를 먹이는 시늉을 하며
"아! 아!"
그러자 동생은 정말 입을 크게 벌리며 받아먹을 자세를 취하자
"아빠! 아빠! 안돼! 안돼!"
엉엉 울면서 말렸던 너였었지.

유치원 다닐 때도 꼭 손잡고 가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그림자처럼 데리고 다녔었지.
초등학교 3학년 여름에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너무 더웠는지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고 고집까지 피우며 가만히 서 있었을 때 얼리고 달래봐도 안되어 눈물을 흘리고 서 있자 지나가던 청소부 아저씨가 그 모습을 보고 천 원을 주었다고 했었지. 100원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 동생한테 전하고 900원을 남겨 아저씨한테 갖다 주었지만 동생 잘 돌보는 착한 누나라며 900원을 다시 주셨다고 했었지.

그림대회에 나가는 날에도 크레파스, 물감, 이젤 등 모두 챙겨서 동생을 데리고 다녀오곤 한 너였었지.

그렇게 넌 엄마의 일을 많이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였단다.








이제, 이만큼 자라 고등학생이 되었구나.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기에 잘 해 낼 수 있으리라 믿어.
아니,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돼!
잘하면 잘 하는 대로,
못하면 못 하는 대로
그냥 숙연하게 받아들일게.
여태...엄마가 너를 믿어왔던 것처럼 말이야.

여기 저기서 택배로 날아오고
지인들이 보내 준 찰떡, 엿

그리고 정성과 염원까지 담아 보내고
실수하지 않고 잘 보길 기도하고 있을 거야.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몸을 태워 불빛을 내는 촛불처럼,
이 세상을 밝히는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램이란다.


너 때문에 기뻤고,
너 때문에 많이 웃을 수 있어 행복했었어.

사랑한다.
우리 딸!
네가 내 딸이라 자랑스러워!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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