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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반장, 피자 돌리지 않아도 당선됩니다.

by 홈쿡쌤 2007.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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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블로그에 올라오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반장선거에 대해 왈가왈부 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꼭 모두인 것처럼 오보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들의 실례
지금 우리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전교 부회장입니다.
스스로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 아들이고, 남 앞에 서기를 꺼려하는 편이라 남편이 권해서 전교부회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쑥스러움이 많은 아들을 볼 때마다, 꼭 어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 역시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학생으로서 지킬 약속만 하도록 연설문을 함께 만들고, 홍보물도 직접 손으로 그려 붙이고 오려붙이고 하였습니다. 선거가 임박 해 질 무렵, 아들이 내게 전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엄마! 000이가 아이들한테 피자 돌리다가 출마하지도 못하고 박탈당했어."
"정말?"
"선생님이 오늘 그러셨어!"
"그러게 왜 피자를 돌려서..."
혹시나 하여 아들에게
"너도 아이들 뭘 좀 사 줘야 하지 않아?"
"엄마는 그럴 필요 없어요. 00이처럼 박탈당하고 싶어요?"
"몰래 하면 되지"
"안돼요.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소심한 녀석이 한번 마음을 먹으니 제법 당찬 소리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학교장의 의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선거의 공명성을 알려야 어른이 되어서도 선거란 어떤 것이란 걸 알고 실천 해 나갈 것 같기에 말입니다.


딸아이의 실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동생과는 달리 남 앞에서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신학기 때 선생님이 '반장 해 보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볼래?' 하셨을 때 딸아이의 손은 번쩍 올라가 있었을 것이란 걸 안 봐도 아니까요. 요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가위 바위 보를 시킨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임시반장에서 떨어졌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정식으로 반장 선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켜만 봐도 알아서 하는 녀석이라, 제법 그럴듯하게 연설문을 만들어 가더니 반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 준다고 돈을 달라고 한 건 체육대회 때였습니다. 5월이었던가? 1, 2, 3학년 홀수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열심히 응원도하고 게임도 하면서 3학년 반장언니가  땀 흘리는 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한 개씩 돌리자는 제안을 해 왔다고 해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돌린 것 밖에 없습니다. 2만원을 주었습니다.

아직 선생님 얼굴도 만난 적이 없으며, 소풍갈 때 도시락도 싸 드리지 않았습니다.
가을 소풍 때 "딸! 선생님 점심은 어떻게 해? 김밥 하나 더 쌀까?"
"아니, 학교에서 도시락 주문한다고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지내온 아이들 때문인지 '촌지' '반장턱' 하는 이야기가 너무 의아해집니다.

얼마 전, 시골에서 시어머님이 감을 따서 보내왔습니다.
"선생님 좀 갖다 드려라"
"제가 전화 해 볼게요."
토닥토닥 전화를 걸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먹은 걸로 하시겠데...."
"농사지은 것이라고 하지"
"고맙지만 안 받으시겠답니다."
"..........."
괜스레 말을 해 본 제가 더 미안하게 하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확고한 의지력이 계시기에 작은 마음까지 받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해 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작은 중소도시라서 그럴까요?
하지만, 교육열이 모자라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더 학구열이 넘치고 관심 또한 많으니까요.

피자를 돌리지 않아도, 반장에 당선되고
촌지를 주지 않아도 우리 아이를 편애하지 않는 학교와 선생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맑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듣기 참 좋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써,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르다는 사실과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줬음 하는 맘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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