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가끔씩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인 ‘순이’는 외아들 ‘상길’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매달 군대 간 남편의 면회를 간다. 그러나 언제나 살가운 말 한마디 없는 남편 상길. 어느 날, 그녀에게 취한 상길이 묻는다. “니 내 사랑하나?”
1971년 베트남 전쟁,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순이는 다음 달도 여느 때처럼 면회를 가지만, 상길이 베트남 전에 자원해 갔다는 소식을 통보 받는다. 행방조차 알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한 순이.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정만’을 쫓아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하여 ‘써니’란 새 이름을 얻은 그녀는 화염과 총성이 가득한 베트남, 그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데...
★ 주요인물
상길 - 실연으로 괴로워하여 결국 자기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끝내는 베트남으로 끌려가야만 했던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남자
순이 - 상길과 결혼은 했으나 그의 외면을 받아야했던 순박한 시골여자.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굴하지 않는 억척스러움과 오기로 마침내 남편을 만나는 의지의 여자
정만 -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파렴치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밴드 마스터 정만. 돈을 벌러 간 베트남에서 순이의 순정과 집념을 보며 심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나쁜 남자-
나의 평가 : 별점 4개
시골 아낙 순이의 눈물겨운 순애보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더위 식히기 위해 시원한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줄거리도 살피고 예약도 해 두고 시간 맞춰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 둘은 순애보가 싫다며 '놈놈놈'을 보러 먼저 들어가고 혼자 30분을 기다려 본 '님은 먼 곳에'
막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란히 팔짱을 낀 젊은 아가씨, 딸인가? 할아버지를 혼자 남겨두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고마워~"
"누구랑 오신 거예요? 딸?"
"아니여~ 우리 손녀여~"
"네. 자주 나오세요?"
"가자고 하는데 눈이 잘 안 보여서 잘 안 따라나서~"
"그래도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지 마시고 따라나서세요."
"허허~ 늦어가지고 주책이지~"
"아닙니다. 보기 너무 좋아요."
"그려?"
"네. 할아버지. 근데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내가 월남을 갔다 왔지~
내가 월남을 갔다 왔지~ 전쟁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더 재미있게 봤어. 그리고 순이의 행동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부부란 어떤 것인지를 말해 주는 것 같어~ 요새 젊은이들에게 저런 사랑은 찾아 볼 수 없을걸!
할아버지와 잠깐 나눈 대화 속에서 난 참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을 전쟁에서 잃고 아들 하나만 믿고 살아가는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시골아낙입니다. 대학을 다녀며 알고 지낸 여대생을 애인으로 둔 상길이는 사랑하지도 않는 아내를 버리고 훌쩍 군대로 도피처마냥 떠나버립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달거리에 맞춰 며느리를 면회를 보내 손자 얻기를 소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길이의 애인에게서 마지막 이별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 편지를 상사가 많은 병사들 앞에 읽어버리자 화가 난 상길이는 큰 싸움을 하게 됩니다.
"아이 새끼야~ 옷 벗기려고 환장 한거야?"
"너희 둘, 영창갈래 월남갈래?"
그렇지 않아도 마음 어수선한 상길이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월남 행을 선택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또 한 달이 지나 남편의 면회를 가니
"상길씨는 월남 갔습니다."
시골로 돌아온 순이는 시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월남에서 편지 하나가 날아듭니다. 순이는 그때서야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럼 매달 올라가서 그냥 왔단 말이야?"
"상길씨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본처와 첩이 같아?"
"................"
"난 첩에게서라도 손자 낳게 할 거야."
남편에게서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 시어머니한테도 인정받지 못하는 며느리였기에
시집에서 짐을 싸가지고 친정으로 갑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
"한번 시집갔으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거야."
한발자국도 들여 놓지 못하게 하는 매정한 아버지였습니다.
할 수 없이 발길 되돌려 시댁으로 돌아오자 하나뿐인 아들을 찾아 나서겠다는 어머니의 절규를 듣습니다.
그러니 "어머님~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하면서 어디 붙어 있는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면서 찾아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턱 잡아 보겠다는 떠나는 위문공연단에 끼어 월남으로 떠나게 됩니다. 노래만 조금하는 시골아낙이 섹시한 가수로 변신해 가면서 사랑하지도 않았던 남편을 향해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 통을 헤치며 인질범이 되어가며 조금씩 다가서게 됩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70년대 월남전과 한번 뿌리를 내리면 영원히 살아내야 한다는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되었기에 요즘 젊은이들의 '연예 따로 결혼 따로 ' '대일밴드 사랑' '일회용 사랑'을 무색하게 하는 진솔한 사랑이야기였습니다. 맞지 않아도 사랑하지 않아도 참고 견뎌내며 살아왔던 우리 어머니 세대의 사랑이야기로 조금만 맞지 않아도 같이 살기 싫어하고 이혼 해 버리는 사랑과 너무 대조적이었던....
그렇다고 전통적인 그 사랑이 더 좋다는 말은 아니며, 조금 더 생각하고 진지한 사랑을 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사실 저 역시 영화관으로 가기 전, 남편과 작은 말다툼을 하고 아이 둘을 데리고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부르면 눈을 마주치고 호응을 해 달라는 작은 요구에도 쉽게 받아들이고 내 할일만 하고 있으니 남편이 화가 난 것입니다. 싸움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다른 성격, 자라온 환경 또한 다르기에 생각자체가 틀릴 수밖에.....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순이는 사랑하지도 않았던 남편을 찾아 월남까지 찾아 나서게 되는데, 난 너무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 가져 주는 남편에게 아무렇게나 대해 버렸다는 반성도 하게 된....
그리고 또 하나,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순이와 상길이의 마지막 상봉 장면은 남편에게 '사랑은 이런 것이야' 라는 강한 의미와 내게 찾아 온 사랑은 꼭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내겐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이 영화에서는 ‘여자도 강하고 어머니도 강하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은...
지금도 순이가 불렀던 70년대 노래들이 머리에 맴돕니다. 쓸쓸하면서도 애절한 노래 "님은 먼 곳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해답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 스크랩을 원하신다면 http://blog.daum.net/hskim4127/13368740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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