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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엄마~ 할머니가 안 계세요"

by 홈쿡쌤 200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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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할머니가 안 계세요"


  혼자 계시던 시어머님을 집으로 모셔온 지 며칠 째, 이웃도 없는 아파트에서 집에만 계시는 것을 보니 마음 한편으로 씁쓸함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먹던 약도 거의 다 되었고, 병원 한번 가보고 싶다하시기에 조퇴를 하고 나와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드시는 것도 잘 드시고 하는데 어지럽고 기운 없어 하십니다."

"중풍 예방약하고 울렁거림증 약 처방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뵈어도 노병이라 딱히 약도 없다고 하십니다.

약국에 들러 보름치 분량의 약을 타서 주차장으로 가려고 하니 할머니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느린 동작을 하고 있는 어머님이라 제가 얼른 전화를 받으니

"엄마? 할머니가 안 계세요."
"할머니 지금 엄마랑 같이 있어."
"어디세요?"
"병원"
"휴~ 걱정 했잖아요."

"왜?"
"아프신 할머니가 집에 안 계시니까 말입니다."
"그래. 우리 아들 다 키웠네."

학교에 갔다가 반가이 맞아  줄 할머니가 안 계시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곁에 앉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저씨께서

"할머니 손자신가 봅니다."
"네. 할머니가 안 계시니 전화를 했네요."
"녀석, 잘 키우셨네요."

"아닙니다. 할머니가 어릴 때 키워 주셨으니 그렇죠."
"그래도 아이들이 어디 그렇습니까?"
"예쁘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허허허..."

그 말씀을 듣고는 시어머님도 손자녀석이 참 대견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어떤 아저씨가 아들보고 잘 키웠다고 하더라."
"왜요?"
"할머니 안 계신다고 전화까지 다 한다고..."
"제가 좀 착하죠?"
"엥??"
우린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담 너머로 웃음을 흘러 보냈습니다.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선거가 있는 날, 시어머님은 혼자 있어도 친구가 있는 시골이 좋다고 하시며 선거 핑계를 대며 살던 곳으로 구지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두게 한다는 사실을 결정하기가 어려워 시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고모~ 어머님이 자꾸 시골 가신다고 하는데..."
"그럼 반찬이나 좀 만들어서 며칠 지내게 해 봐. 소원하시니..."
"네. 그래 볼게요."
그렇게 어머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바쁜 손놀림으로 미역국 한 냄비 끓어놓고,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어머님~ 끼니 빠지지 말고 꼭 챙겨 잡수세요."
"오냐~ 알았다."

집에 계실 때에는 기운 없으시다 며 누워만 있으시더니, 시골에 와서는 염소 사료도 주고, 이리 저리 움직이시는 것 보니 차라리 잘 모시고 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밥을 해 함께 점심을 먹고 난 뒤,

"엄니~ 저 갑니더."
"그래, 어서 가서 아이들 챙겨라."
"네. 어머님 몸 안 좋으시면 당장 전화하세요."
"그려 그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서 있는 것 보니 기분 참 묘해졌습니다.

20-30년만 있으면 바로 내 모습 같아서 말입니다.


집에 거의 도착 할 때가  되니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엄마! 할머니는?"
"응 시골 모셔다 드렸어. 엄마는 집앞이야."
"그냥 혼자 두시고 오면 어떻게 해?"
"혼자 계시겠다고 하네."
"그래도 엄마는 그럼 안 되지."

".................."


그럼 안 돼?

정말 어떤 게 효도인지 모를 일입니다.

집으로 모시고 오자니 하루 종일 혼자서 소일거리도 없이 지내야 하고,

시골에 혼자 계시게 두자니 몸이 안 좋으시니 밥도 안 넘기실 갈 것이고, 또 하기 싫어 대충 드실 것 같기에 말입니다. 빨래 걱정도 되고....

혼자 주무시다 그렇게 쓸쓸히 정신을 놓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더 크게 앞섰습니다.

"자식 애 안 먹이고 자는 듯 떠나가고 싶다”고 소원하시건만 인력대로 안 되는 게 사람 목숨이니....


가슴 한 컨이 묵직합니다.

건강히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아들 녀석 저녁이면 전화를 걸며,

“할매! 밥 묵었어?”

반말을 해도 귀여운 아들입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을 보면.....

손자의 목소리 듣고 빙그레 웃으실 어머님을 떠올립니다.


이 모두가 어머님이 주신 사랑 때문임을 잘 압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07 블로거기자상 네티즌 투표

여러분의 귀한 한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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