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면 생각나는'재미나는 추억 하나'

by 홈쿡쌤 2007. 12. 24.
728x90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면 생각나는'재밌는 추억 하나'


여러분은 각종 모임을 몇 개나 가지고 계십니까?

사흘들이 모임을 갖고 있는 남편에 비해 나는 겨우 2-3개 밖에 없어 늦게 들어오기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남편 왈

“모임이 많은 건 인간성하고 연결 되는 거야.”
“엥? 뭔 인간성?”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니까 모임도 없지..”
“참나, 아이들 챙기려고 땡하면 집에 오는 땡순이 보려~~”

“알았어 알았어 농담이야.”

“누가 놀 줄 몰라서 그러나” 뽀로통하여 눈을 흘겨 주었습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이곳저곳에서 송년회 소식이 날아들자

몇 년 전 오늘, 크리스마스이브 날 모임 때 있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오래전부터 만나오던 친구들, 만나면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하는 모임으로, 그날은 특별히 집안 잘 정리 해 놓고 나오라는 당부까지 있는 날이었습니다.

"남자들만 밤바람 쐬고 다니라는 법이 있냐?"

"새벽이슬 맞고 댕기는 기분이 어떤 건지 우리도 한번 느껴보자."

"기다리는 심정을 남자들도 경험해 봐야 한다니까. 그러니 우리도 오늘 끝(?)까지 함 가 보는 거야."


이런 얼토당토 않는 오기로 똘똘 뭉친 여인네들이 모처럼 저녁 약속을 하고선 7시에 만나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온 시간이 8시 정도, 배도 부르니 세상 부러울 게 없고, 그래서 들린 곳이 노래방, 목청껏 스트레스 풀며 보낸 시간이 1시간.

“야! 9시 밖에 안됐는데.. 어제 어디로 가지?"

"나이트.. 우리도 나이트 한번 가 보자."

“무슨 나이트? 물 버린다고 쫓겨나면 어캐?”

“쫓겨나긴 우리가 어때서?”

그렇게 찾아 간 모 나이트.

현란한 불빛.

경쾌한 생음악.

젊음이 넘쳐나는 분위기.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몸을 뒤트는 무대 위의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의 미모(?)에 반한 취객들의 쉴 새 없는 dash~!


"어지러버라. 고만 집에 가자."

음주가무에 별로 능하지 못한 우리가 그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 겨우 2시간.

밖에 나오니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모처럼 늦을 거라고 아이들 챙겨 먹이라고 큰 소리 치고 나왔는데, 이 시간에 들어가기는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의논 끝에 들어 간 곳이 커피숍.

역시 여자들에게 시간 보내기엔 '수다'가 제일이었습니다.

남편 흉도 봐가면서 앉아 있으니,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겨우 겨우.. 보낸 시간이 새벽 1시.

어디서 들었다고 하며 친구 하나가 남편의 애정도, 관심도 test를 하자고 합니다.

“그게 뭔데?”

“각자 집으로 전화해서 남편들을 데리러 나오게 하는 거야.”

평소 두터운 부부애를 자랑하던 친구가 젤 먼저 전화했습니다.

몇 마디 하지 않고 전화를 끊더니 아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응. 지금 바로 출발하겠데."

.

.

.

이런 저런 순서를 거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신호가 한참 가고서야 자다가 일어난 남편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습니다.

평소 하지 않던 콧소리까지 넣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여기 시내인데. 잠깐 나와서 나 좀 델로 와~"

"와. 택시비도 없나……."

"그게 아니라. 럼 늦어서 택시 타기도 무섭잖아."

"하이고~ 김 여사. 니 지금 취했나? 아무 걱정 말고 가로등 밑으로 얼굴만 똑바로 내 놓고 온나. 그람 아무도 안 델꼬 간다. 얼굴이 무기 아이가?"

“푸하하하~ 뭐 시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평소 남편의 이미지와는 달리 입으로 농담하는 소리에 더 더욱....



친구 남편이 태워다 주는 차를 타고 씩씩~ 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살짝 눈가에 침까지 발라가며

"홀짝~ 홀짝~ ~ 으~앙!"

“아니, 그 땐 농담이었고 델로 갈라 카는데 와 당신이 전화를 끊노?”

더 큰소리로

“으앙~~~~”

“미안 미안, 잘못했어.”


그날 밤 우리 남편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겨우 마누라 곁에 누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내 가슴의 상처는 다 치료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송년 모임 소식이 날아들면 그날 밤의 그 충격이 아직도 되살아나는걸 보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온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 되세요.




2007 블로거기자상 네티즌 투표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