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드는 사람이 남편, 정말 그럴까?
남남이 만나 서로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입니다. 몇 십 년간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함께 지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 미움에 사무치기도 합니다. 삶은 늘 맑은 날만 있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며칠 전부터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집 앞에 있는 딸아이의 학교 운동장을 돌거나 아파트만 벗어나기만 하면 고향 분위기가 나는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오랜만에 7시간이나 되는 지리산 천왕봉을 갔다 와 몸에 무리가 갔던지 걸음조차 걸을 수 없었습니다.
“여보! 운동가자.”
“오늘은 쉬고 싶은데.”
“아니야. 운동해서 풀어야 해. 얼른 일어나.”
“알았어.”
못 이겨 할 수 없이 따라나선 길이었습니다.
뒤뚱뒤뚱 운동장 코너를 돌고 있을 때 옆으로 달려가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여보! 좀 비켜줘라.”
“왜?”
“아니, 아줌마 달리기하잖아!”
“나도 걷기 하고 있잖아!”
“좀 비켜주면 어때서 사람이 왜 그래?”
“사람 없는 곳으로 달리면 되잖아. 꼭 내 옆으로 지나가야 해?”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
할 말이 없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나도 경보처럼 걷고 있는데 경주하는 것도 아닌데 달리는 사람이 비켜 가면 될 것 굳이 날 보고 비켜주라고 하니 괜히 화가 났습니다. 혼자 쌩하게 운동장을 내달렸습니다. 걷다가 달리다 보니 얼마나 서운하던지요.
‘뭐야? 저 사람 내 남편 맞아?’
‘나보다 남의 여자가 더 소중하단 말인가?’
속 좁은 생각에 미치자 왜 그렇게 눈물이 삥 도는지....
평소, 밖에 나가면 ‘사람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며칠 전, 지리산 1박 2일 친구모임 때 염소 한 마리를 구워먹고 뼈를 푹 삶은 국물 한 그릇씩 주인이 돌렸습니다. 그러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술도 권하고 싹싹한 남편의 친구 분이 뚝배기에 담긴 국물이 작아 보였는지 가져온 뜨거운 국물을 한 그릇을 잡고 여자들 국그릇에 골고루 더 부어주고 계셨습니다. 배가 불러 있어
"아니, 괜찮습니다."라고 사양을 하는데도 국물을 부어주자
"작은 양이 아닌데 왜 저러는지 몰라.”부인이 한마디 합니다.
“많이 먹으라고 그러는 것이지요.”
“저렇게 뜨거운 걸 화상 입으면 어쩌려고.”
“덕분에 많이 먹고 좋잖아요.”
“가만히 있지. 뭐 하러 저러는지 정말 싫어.”
나처럼 남편에게 불만 어린 투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기 혹시 00씨 집에서도 저렇게 다정해요?”
“아니, 전혀~”
“우리 남편이랑 같네요. 남편은 남편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남편’은 ‘남의 편을 들기 때문에 남편’이라고 한답니다.”
“호호호~ 정말! 말 된다.”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려니 하며 삽니다. 간섭하다 보면 같이 못 살아요.”
“맞아요. 안 그럼 매일 싸우게 되죠.”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웃음 뒤에 숨은 마음에는 남자들은 왜 저렇게 바보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높이 살 만하지만, 자기 마누라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남자의 마음은 넓고
여자의 마음은 좁아서 그럴까요?
내 여자도 챙기고 남의 여자도 챙기면 좋으련만,
내 앞에서 남의 여자부터 챙기니 서운해하지 않을 아내 어디 있겠는가!
정말 어디까지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가끔 있습니다.
남의 편드는 남자가 남편이라 여기며 살아야할까요?
'그저 곁에만 있어도 좋다.'
'당신이 있어 내 인생은 행복해!'
그런 말 들으며 사는 게 부부가 아니었나?
하긴, 서로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이 헷갈리는 날이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며 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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