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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어머님 한 분 모시질 못하고 사는 여섯 불효자

by 홈쿡쌤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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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한 분 모시질 못하고 사는 여섯 불효자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뉴스에는 징검다리 연휴로 많은 사람이 구경을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부모 공경은 '옛말'이라고 하면서 자식이 부모를 모시지 않고 나 몰라라 하기에 결국 법정까지 가서는 월 35만원의 생활비를 드리라는 판결이 났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50대 이후 우리의 부모님은 오직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사셨고 노후대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자식이 봉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도 10명 중 7명은 노후대책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통계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

우리 시어머님 역시 6남매를 낳아 기르시느라 허리가 휘고 지금은 아무런 기운조차 없으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올해 84세, 작년부터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계시는 시어머님은 우리 집에서 지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신지 일 년을 조금 넘기고 계십니다.

마침 일요일이 어버이날이라 형제들이 요양원 근처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동서! 그냥 어머님 모시고 우리 집으로 오면 안 될까?"
"어머님이 차 멀미를 하셔서 모시고 가기가 좀 그렇습니다."
"손님 치루기 힘들잖아."
"괜찮아요. 형님은 힘 안 드세요? 그냥 우리 집에서 할게요."

착한 막내 동서는 주말만 되면 김밥이나 먹을 것을 싸서 시어머님을 찾아갑니다. 일 년을 조금 넘겼지만, 아직도 고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막내 아들에게 전화해
"나 언제 데리려 올 거야?"
토요일, 일요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바쁜 일이 있어도 엄마가 기다리는 것 같아 꼭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을하는 막내아들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녀석은 주말에만 학원을 갑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찾아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딸! 아들! 내일 어버이날이라 할머니 뵈러 가는데 같이 갈 수 있지?"
"나 학원 있는데."
"학원 하루 빠져라 그냥. 내년에는 고3이니 갈 수도 없어."
"그럴까?"
아무 말 없이 따라가겠다고 하는 두 녀석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님은 소파에 앉아 계셨습니다.
몹시 야위고 기운 없으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오냐. 왔나?"
들어서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쿠! 우리 손자 왔나?"
"어머님 누구야?"
"응. 00이 아니가?"
또렷하게 이름까지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할매! 내 왔다."
"그래 내 새끼."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다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할머니 옆에 앉아 고시랑 고시랑 정겹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 형제들을 위한 상차림



동서는 한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하고 와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냈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오리백숙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불고기 등 한 상 가득 담아내고 나니 조금 늦게 도착한 고명딸인 시누이가 회를 사와 정말 배불리 먹게 되었습니다.


늦게 도착하는 형제들을 기다리다 어머님은 배가 고플까 봐 먼저 오리백숙을 드시게 하였습니다. 며칠 사이 더 악화되셔서 잠도 못 주무시고 먹는 것도 소홀했다고 하였습니다. 죽을 떠먹이니 오물오물 한 그릇 뚝딱 비워내셨습니다. 자식들이 모여 정담 나누는 모습을 보며 편안하신지 잠이 드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어머님은 어제보다 훨씬 또렷해지신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응. 잘 잤다."
"많이 드셔야 해요. 입맛이 없어도."
"넘어가야 먹제."
"어머님 밥 드릴까요? 배 안 고프세요?"
"밥 안 먹을란다."
"왜요? 그럼 죽 끓여 드릴까요?"
"응."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남의 부엌이라 어색했지만, 얼른 일어나
"동서. 쌀하고 야채 좀 내나 봐."
"형님. 찹쌀 불린 것 있어요."
"그래? 그럼 금방 하겠네."
동서가 내 주는 야채를 받아 뚝딱 금방 만들어낸 죽입니다.  



★ 채소 아몬드 죽


재료 : 불린 찹쌀 1컵, 물 3컵, 아몬드 10개 정도, 표고버섯 1개, 피망 1/4쪽, 당근 , 참기름, 소금 약간

만드는 순서


㉠ 채소는 잘게 다져준다.
㉡ 불린 쌀을 냄비에 붓고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아 준다.
㉢ 물을 붓고 끓여주다가 쌀이 퍼지면 믹스기에 간 아몬드를 넣어준다.

*불린 쌀이 없을 경우, 쌀을 반쯤 갈아서 사용하고 더 빨리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밥으로 만들면 금방 만들 수 있습니다. 


 


㉣ 썰어둔 채소를 넣어준다.


㉤ 소금으로 간을 하고 담아내면 완성된다.



▶ 어머님을 위한 아침 밥상


세수를 시켜 모시고 나온 어머님은 얌전하게 앉아계십니다.
"어머님! 식사합시다."
뜨거운 죽을 식혀가며 입에 넣어 드리니 오물오물 잘 먹어 주십니다.
"아이쿠! 우리 어머님 잘 받아 드시네."
"어머님! 입 맛없다고 안 드시고 그럼 안 됩니다."
"많이 드셔야 오래 사시지요."
"그래야 우리 딸 시집 보는 것도 보실 수 있어요."
아무 말 없이 받아 드시기만 합니다.


오후가 되어 점심까지 드시고 요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시설은 제법 깔끔한 곳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님을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잘 다녀오셨어요?"
"응."
"우리 할머니는 얼마나 착하신데요. 심성도 곱고."
평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하시기에 시설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꾸 집에 불이나 가 봐야된다며 침대를 내려오시려고 해 난감했다는 말을 해 주십니다. 거동조차 하시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고 하여 오래 머물 수 없어 그렇게 또 이별을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오냐. 조심해 가거라."
"................"
잡았던 손을 놓고 밖으로 나오니 마음은 왜 그렇게 허전하던지....


휠체어를 타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많기도 해라. 한 부대가 왔네."
그 말이 좋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자식이 여섯이면 무엇하겠습니까.
모시질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머님께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전화 자주 드릴게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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