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이런 꽃다발은 어떤가요?
오늘은 우리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33살 늦은 결혼으로 첫 딸을 얻었고, 둘째는 아들이었음 하는 바램 가지고 낳았더니 요행스럽게 귀여운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다가 4살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가 제일 걱정스러울 때는 아침 출근길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이고, 또 아이가 아플 때입니다. 어릴 때에는 감기도 어찌 그렇게 심하던지....
이젠 중학생이 되는 아들 녀석은 제법 자라 엄마 키와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코 흘리게 아들 녀석이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출근도 하지 않는 남편과 봄방학을 한 딸아이와 온 가족이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름값이 올라서 그런지 모든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꽃값 또한 많이 올랐습니다.
빨간 장미 한 송이에 2천원을 하니 말입니다. 예쁘게 포장까지 하면 4천원…….
그래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에게 장미 한 송이를 준다는 게 뭣하여 17,000원을 주고 샀지만,
장미 3송이 백합 3송이, 국화 2-3개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제법 볼만하게 꾸미려면 25000-30000원은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디 돈으로 비할까 싶어 기분 좋게 들고 학교로 향하였습니다.
학교 앞에 도착하자 일찍 나와 꽃다발을 파는 아주머니의 목청은 높아만 갔습니다.
"꽃 사세요."
"한 다발에 만원입니다."
추운 바람 맞으면서 서 있는 아주머니의 볼은 빨갛기만 했습니다.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었습니다.
'괜히 화원에 들러 서 왔나? 추운 날 나와 서서 파는 걸 살걸...'
하는 생각도 없잖아 들었습니다.
★ 졸업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250여명 모두에게 졸업장을 나누어 주시는 모습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축하를 해 주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
첫째,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둘째, 여러분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일꾼입니다.
셋째,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라.
▶ 답사를 읽고 있는 아들
우리가 어릴 때에는 졸업식 날이 울음바다가 되곤 했었는데, 감정이 매 말라서 그럴까요? 아무도 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싱글벙글....답사를 읽는 아들도 무덤덤....
▶ 아들과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초등학생들이라 그런지 밀가루도 케첩도, 알몸 뒷풀이도 없이 조용히 마친 졸업식이었습니다.
▶ 사탕 부케입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강당에서 졸업생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손에는 아름다운 꽃다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 옆에 서 있는 학부모 한 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뭇머뭇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탕부케를 살짝 뒤로 보내는 것 같더니 웃음을 지으며
"우리 딸이 꼭 이것을 원하네요."
"어? 사탕 아닙니까?"
"네. 꽃보다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럼요. 이 꽃이야 한 번 보고 나면 그만이지요."
"............그렇죠? 5천원 밖에 안 들었어요."
"너무 생각 깊은 딸을 두셨네요."
"아~ 아닙니다."
"자랑스럽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졸업 축하한 다구요."
"네. 고맙습니다."
우리는 허례허식, 남의 의식을 많이 하며 살아가나 봅니다.
요즘 아이들이 친구들의 눈 얼마나 의식하며 지내는 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사탕다발을 받겠다는 아이가 얼마나 대견합니까?
저 역시 그저 쉽게 살 수 있는 꽃다발을 선택했으니까요.
한 번 쓰고 버리는 꽃다발 보다 정성이 가득담긴 사탕부케가 훨씬 가치 있어 보여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꽃을 주고 받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남편이 생일에 꽃다발을 선물해 왔기에
"이게 뭐여?"
"내가 안 하던 짓 하나 이러지~ 칫~"
그 후 꽃다발 선물이 사라진지 오래랍니다. ㅎㅎㅎ
어떻습니까?
이런 사탕 꽃다발 참 예쁘지 않나요?
이젠 더 성숙한 여러분이 되어 이 세상을 빛내 주시길 바래 봅니다.
졸업생 여러분 정말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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