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오신 시어머님을 위한 상차림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다 치매가 찾아와 요양원 생활을 하신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형제들이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고 하루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홈페이지 관리도 잘해 주고 있습니다.
기억이 자꾸 뒷걸음질 칠때도 있지만,
"나 좀 집에 데리고 가다오."
고향을 향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주말마다 요양원 가까이 사는 막내 동서가 찾아가고 있기에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님! 어머님이 자꾸 집에 가 보자고 해서 어머님 모시고 다음 주 갈게요."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 괜찮겠어?"
"약 먹이고 가면 됩니다."
"그래라. 그럼."
일주일 내내 동동거리며 뛰어다니다 주말이 되자 오랜만에 오시는 어머님을 기다리며 토닥토닥 맑은소리를 내 보았습니다.
시어머님은 치아가 좋지 않습니다. 물기가 있도록 자작하게 하고, 나물도 푹 삶아 먹기 좋도록 하였습니다.
▶ 일찍 식사하시는 어머님을 위한 상차림
시어머님은 막내아들 등에 업혀 동서네 가족과 함께 들어섭니다.
"어머님 어서 오세요."
"오냐. 잘 지냈나? 뭐하러 오라고 그래샀냐?"
혼자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계시지만 제법 얼굴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이쿠! 사골을 사서 고왔나?"
"네. 어머님 오신다고 끓였어요."
"맛있네."
이것저것 젓가락을 옮겨가며 제법 밥을 많이 드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 재료 : 무청 150g, 된장 1숟가락, 깨소금, 참기름 약간
▶ 만드는 순서
㉠ 김장하고 남은 무청 끓는 물에 푹 삶아낸다.
㉡ 무청에 된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완성된다.
▶ 재료 : 쇠고기 200g ,진간장 4숟가락, 조청 2숟가락, 물, 마늘, 깨소금 참기름 약간
양파 1/4개, 당근 1/4개, 부추 약간
▶ 만드는 순서
㉠ 갈은 쇠고기에 양념(간장, 마늘, 깨소금, 참기름, 물엿)을 해 둔다.
㉡ 양념한 쇠고기부터 볶다가 익으면 채소를 넣고 마무리한다.
▶ 재료 : 무 1/3개, 간장 2숟가락, 오이고추 1개, 올리브유, 마늘, 깨소금, 참기름 물 약간
▶ 만드는 순서
㉠ 무와 오이고추는 곱게 채를 썬다.
㉡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향을 먼저 내주고 무를 볶아준다.
㉢ 물을 약간 붓고 무가 익으면 썰어둔 오이고추를 넣어주면 완성된다.
(물은 어머님을 위해 자작하게 볶기 위함입니다.)
▶ 재료 : 무 100g, 두부 1모, 진간장 5숟가락, 육수 반 컵, 마늘 대파 약간
▶ 만드는 순서
㉠ 무와 두부는 납작하게 썰어둔다.
㉡ 냄비에 무- 두부를 담고 양념장과 육수를 부어준다.
㉢ 자작하게 졸여주고 썰어둔 대파를 넣어 마무리한다.
(부드러워 치아가 안 좋으신 어머님이 좋아하셨습니다.)
▶ 재료 : 새송이버섯 2개, 애호박 1개, 밀가루 1컵, 계란 4개, 올리브유 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 새송이는 뿌리 부분은 동그랗게 썰고 머리부분은 납작하게 썰어 밑간한다.
㉡ 애호박도 먹기 좋은 크기로 동그랗게 썰어 밑간한다.
㉢ 밀가루 - 계란 순으로 옷을 입혀 노릇노릇 구워낸다.
(어머님은 호박을 잘 드시고, 삼촌은 새송이를 고기 먹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 재료 : 갈치 2토막, 밀가루, 올리브유 약간
▶ 만드는 순서
㉠ 밑간을 해 둔 갈치는 칼집을 넣어준다.
㉡ 밀가루를 살짝 발라 프라이팬에 구워주면 완성된다.
▶ 재료 : 브로콜리 1개 (고추장 2숟가락, 식초 1숟가락 깨소금, 마늘 약간)
▶ 만드는 순서
㉠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끓는 물에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준다.
▶ 재료 : 고추 부각 150g, 올리브유 약간
▶ 만드는 순서
㉠ 맵지 않은 고추에 찹쌀가루를 묻혀 쪄낸 후 햇살에 말려준다.
㉡ 프라이팬을 달군 후 올리브유를 약간만 두르고 바삭하게 구워주면 완성된다.
▶ 재료 : 묵은지 1/4 쪽, 돼지고기 150g, 물 1컵 정도, 대파 약간
▶ 만드는 순서
㉠ 묵은지와 돼지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볶아준다.
㉡ 돼지고기가 반 쯤 익으면 물을 붓고 자작하게 졸여준다.
㉢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다.
조카 둘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 재료 : 양상추 5장 정도, 파프리카 1/2개, 맛살 2줄, 약간
▶ 만드는 순서
㉠ 양상추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손으로 찢어둔다.
㉡ 파프리카(노란, 빨강)와 맛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다.
㉢ 소스(마요네즈 1숟가락, 머스터드 1숟가락, 키위 1개, 요거트 약간)를 뿌려주면 완성된다.
곰국 맛있게 끓이기
사골을 찬물에 1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빼낸 다음, 사골을 끓는 물에 잠시 넣고 검은 물이 우러나기를 기다립니다. 다음에 물을 버리고 사골을 씻어 찬물을 부어 끓입니다. 대파, 마늘, 양파 등을 넣어 끓이면 누린내가 없어집니다.
▶ 재료 : 우족 1개, 대파, 소금, 후추 약간
▶ 만드는 순서
㉠ 우족은 1시간 정도 물에 담가 핏기를 빼준다.
㉡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첫물은 따라 버린 후 다시 물을 붓고 끓인다.
㉢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후추 대파 소금을 넣고 마무리한다.
(2~3회 끓여 섞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 저녁상
저녁을 먹고 막내 동서네 가족은 친정에 가고 어머님과 둘만 남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남편이 들어섭니다.
"엄마! 석이 왔다!"
반갑게 상봉하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졌습니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엄마와의 반가운 상봉을 마친 후
"이거 농약 하나 안 쳤다고 먹어 보라고 해서 가져왔어."
상추, 치커리, 쌈 배추가 하나 가득이었습니다.
"여보! 나 저녁 안 먹었어."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서 밥도 못 얻어먹고 다녀요?"
"누가 밥을 주것노? 얼른 차려 줘라."
"네."
가지고 온 쌈 채소와 함께 밥상을 차려 주었습니다.
고기가 없어도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머님도 한 입 드릴까요?"
"아니야. 씹히지 않아서 못 먹어."
"어머님 앞에서 너무 맛있게 먹으면 안 되는데."
"아니야. 난 젊을 때 많이 먹었잖아. 너희들 먹는 것 보는 것도 좋다."
아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가끔가다가 '메주를 끓어야 할 텐데.', '대추 좀 사다가 말려 두어야 할 텐데.'
옛날에 당신이 해 오시던 일을 기억하시며 중얼거리십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나자 막내아들을 기다립니다.
"왜요 어머님?"
"집에 가야제. 차가 많이 밀리는데."
"점심 드시고 가야죠."
조금 있으니 친정 갔던 막내 동서네 가족이 들어섭니다.
"형님! 엄마가 딸기랑 고구마 식혜 주셔서 가져왔어요."
"어머님 드시라고 보내셨나 보다."
정이 많으신 사돈 어르신이십니다.
"동서 점심 먹고 가!"
"형님 힘들잖아요."
"아니야. 벌써 다 준비해 두었어. 밑반찬에 한 가지만 더 하면 되는걸 뭐"
"네 그럴게요."
얼른 만들어 놓은 밑반찬에 수육만 하나 더 올려 상차림을 하였습니다.
▶ 재료 : 잔파 200g, 초고추장 약간
▶ 만드는 순서
㉠ 잔파는 깨끗하게 손질하여 끓는 물에 데쳐낸다.
㉡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동서 친정엄마가 삶아서 보낸 것입니다.)
▶ 재료 : 돼지고기 전지 500g, 묵은지 1/4 쪽,
물 3컵 정도, 붉은 고추, 대파, 굵은 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 물 3~4컵 (고기가 잠길 정도)을 붓고 굵은 소금을 약간 넣고 끓여준다.
㉡ 물이 끓으면 돼지고기를 넣고 삶아준다.
㉢ 다 삶아지면 얇게 썰어주고 묵은지와 함께 담아내면 완성된다.
"누나하고 형은 어디 갔어요?
"응 학교에 갔어."
"일요일인데 학교 가요?"
"고등학생이잖아."
우리 아이 둘은 도시락 싸서 학교에 가고 없었습니다.
상차림을 본 6학년인 조카가 하는 말
"우와, 숙모! 한식집에 온 것 같아요."
"우리 매일 이렇게 먹는 것 아니야. 00이 왔다고 차린 거야!"
"네. 잘 먹겠습니다."
언제나 주말이면 어머님을 찾아뵙고 있는 동서네 가족에게 밥 한 끼라도 차려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니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였지만 늘 이별은 아쉬움만 남기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잘 가세요."
"오냐. 잘 있거라."
막내 아들 등에 업혀 떠나시는 모습을 뵈니 마음이 짠하기만 합니다.
"형수님! 잘 먹고 갑니다."
"............"
어머님!
지금처럼만 지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글이 마음에 들면 추천 한방!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맛 있는 식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주일의 여유, 엄마가 만든 집 밥이 최고! (57) | 2011.12.19 |
---|---|
일주일의 여유, 온 가족이 함께한 행복한 식탁 (65) | 2011.12.05 |
바다의 칼슘제, 나 스스로 반한 맛 톳 국수 (24) | 2011.11.22 |
일주일의 여유, 쌀쌀해진 날씨 우리 집 밑반찬 (70) | 2011.11.21 |
사랑하는 아들을 위한 정성들인 생일상 (71) | 2011.1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