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막내가 좋은 이유

by 홈쿡쌤 2007. 11. 8.
728x90
반응형


 

어릴 때  엄마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 간다는 생각 가지고 있는데 이젠 어딜 가도 관심도 없는 것처럼  "엄마. 다녀오세요!" 하니 제법 의젓함 보여 주는 녀석들입니다.


며칠 전, 사촌형부의 아들결혼식이 있어 친정 식구들을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어린아이 소풍가는 것처럼 신나 하며 큰올케가 와 계신 시골집으로 갔습니다.


옆에 사는 언니, 형부와 함께 시골에 도착하니 큰 올케 주말마다 와서 농사지은 배추, 무치 담을 수 있게 간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맛있게 양념 버무려 김치 담가 놓고, 깊어 가는 가을을 눈에 넣으며 오손 도손 오가는 정겨운 대화 나누며 한참을 달려 예식장에 도착하니 결혼식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지 않았는가?


"우리 나온 길에 쇼핑이나 하자"

"다리 아픈 작은오빠는 차집에 가서 쉬세요."

"허허 그러지 뭐"

큰 올케, 언니, 형부와 쇼핑을 하러 지하상가로 내려가 이것저것 눈요기를 하며 돌아 다녔습니다.

"와! 가을 옷 세일하네, 벌써 겨울옷 나왔어"

"올해는 밤색이 유행한다던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형부가

"저거 예쁘다. 처제 한번 봐"

"우와  가을 분위기 나고 예쁘다."

"한번 들어가 보자"

가게 문을 열고 들어 가 이것저것 들러보고,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입으니

"됐다. 그거 그냥 입고 가자"

"고모야 내가 사 줄게"

"언니는. 그냥 내 카드 긁을게."

한참을 보고 있던 점원 아가씨 형제간에 우애가 너무 좋네요. 하니

"친언니가 아니고 올케가 사 준다하네요"

"그래요? 우와 부럽다."


이렇게 큰 올케한테 옷 한 벌 얻어 입고 나니 저쪽 가게에서 형부가 부르며

"처제, 가방 한번 봐, 맘에 드는 걸로 골라 내가 사 줄게"

"오늘 왜들이래?"

"그냥 사 주고 싶어서 그렇지."

곁에서 보고 있던 언니는 맨 날 오는 날 아니니 그냥 가만있으라고 하며

"예쁜 것으로 골라" 그렇게 말을 합니다.


인심 좋은 우리형부 큰올케 손지갑 오래되었다며 하나 덥석 사 주시니

"어머나! 나까지? 고마워요 잘 사용할게요."

서로 사 준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그저 마주보는 눈길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구질구질하게 보였나?'

'내가 없어 보이나?' 별 생각 다 해 보았지만,

형제가 주는 그 마음들을 알기에 그냥 생각 없이 받아 왔습니다.


예식을 마치고 나오면서

"작은오빠! 나 오늘 선물 많이 받았다!"
"무슨 선물을?"
"응, 올케는 옷 사주고, 형부는 가방 사 주고"
"허허 우리 막내 오늘 기분  좋았겠네."
"응"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막내가 제일 눈에 밟힌다 하더니 오빠, 언니들의 마음에 항상 내가 걸리나 봅니다. 시집을 가서 아이 둘을 낳고 사는데도 말입니다. 무엇이든 있으면 나누어주려는 그 마음 때문에 난 맨 날 받기만 하는 철부지 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 큰오빠 내외였습니다. 늦은 중매결혼으로 살아가면서 동생들 데려다 먹이고 입히고 학비까지 내 주시며 유학시킨 분들이니까요. 옛날에는 객지에 먼저 나가있는 아들에게 왜 그렇게 큰 짐을 지게 했던 것일까요? 없이 살았기에 하숙비라도 아껴보려고 큰오빠네 집에서 옹기종기 형제들이 모여 지냈습니다.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다 해 줬던 분들이기에 그 은혜 두고두고 갚아도 모자란 세월이었건만, 아쉽게도 2년 전 큰오빠는 벌써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안 계십니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육남매의 막내라 부모님도 안 계시니 부모님 대신이라며 꼭 챙겨주곤 하시던 분이었는데. 이제 큰오빠 대신 올케가 그 자리를 매 꾸어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네 60년대 가정 형편이 대개 그렇듯 매일 매일 끼니를 걱정하고 학교에 납부할 학비 걱정,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그런 상황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휠씬 아름답고 행복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정주부, 아이 둘의 엄마가 아닌 내 어릴 적 기분에 잠겨보는 하루였습니다. 육남매 중에서 응석받이 막내로 돌아간 그 기분...

그래서 막내가 좋은가 봅니다.
친정만 갔다 오면 냉장고가 가득하고
사랑 듬뿍 담아와 마음 또한 부자가 되니
나도 언젠가 나누어 주는 그 마음 실천 할 날 오겠지요?

언니! 많이많이 고마워요.




Daum 블로거뉴스
기사가 맘에 드시면  추천 꾹 눌러 주세요.
추천하기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