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학교를 마친 선생님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먼 타향으로 남편하나만 믿고 따라 온 다문화 가정을 위해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우리가 어렵고 힘겨울 때, 누군가 곁에 있어주고 도움이 되어준다면 그 얼마나 행복하던가!
"샘~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몇 번 아니지만, 그래도 안면 있다고 반가운 인사도 서로 나누는 정겨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날은 농번기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란 말을 들었는데, 스물을 갓 넘긴 새댁에서 40대로 보이는 우리나라 말을 능숙하게 잘 표현하시는 분들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20여명 되었고, 봉사하는 사람들, 그 가족들을 합쳐 40명 정도.
그들을 위해 우리가 준비한 전통음식은 호박죽과 산적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긴 해도 가을철에 딱 어울리는 호박죽 그리고 명절이나 손님상에는 꼭 올라가는 산적으로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한글과 식품을 익히기 위해 마련해 둔 것입니다.
새댁들이 오기전에 준비 해 둔 재료들
선생님의 설명을 먼저 듣고 있는 새댁들...목 빠지겠어요.^^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호 박 죽
가을철의 누런 늙은 호박은 보관만 잘 하면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어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A의 훌륭한 공급원이 된다. 호박에 많은 베타카로틴은 몸속에서 비타민A로 바뀌어 기도와 콧속 정맥을 튼튼히 해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또 미네랄과 비타민B, C도 풍부해 신진대사와 면역력을 좋게 한다. 또한 늙은 호박에는 칼륨이 많아서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예로부터 산모의 산후회복에 많이 쓰였다. 식이섬유가 많고 같은 양의 밥에 비해 칼로리가 4분의 1에 불과해 여성들에게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와 아울러 늙은 호박죽을 끓일 때 땅콩 등의 견과류를 갈아 넣거나 콩, 팥, 밤 등의 부 재료를 곁들이면 맛과 영양이 한층 강화된다.
늙은 호박의 노란빛을 내는 카로티노이드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발표됐다.
최근 미 국립 암연구소에 따르면, 하루 반 컵 정도 늙은 호박을 꾸준히 섭취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혈액 속에 카로티노이드가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심장병의 발생 위험이 36%나 적다고도 한다.
늙은 호박 3kg, 단 호박5kg, 강낭콩1kg, 팥1kg,
밤1kg, 찹쌀가루 3kg, 설탕,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1. 늙은 호박과 단 호박은 껍질을 벗긴 후 잘게 썰어 압력솥에 삶아준다.
2. 찐 호박을 어깬 후 물을 부어 주걱으로 으깨주면서 채에 내리면 입자가 곱다.
3. 강낭콩과 팥은 끓는 물에 삶아 물기를 빼 놓는다. 밤도 손질해 둔다.
4. 찹쌀가루는 익반죽을 하여 둥글게 새알을 만들어 둔다.
5.
5. 걸러 놓은 호박에 삶 강낭콩과 팥 밤을 넣어 준다.
6. 만들어 놓은 새알을 넣는다. 끓이면서 튀기 때문에 주걱위로 살살 넣어준다.
7.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찹쌀가루를 풀어준다.
8. 밑이 타지 않도록 골고루 젓다가 설탕과 소금을 넣어 간한다.
잔치음식이나, 제사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쇠고기 산적
[재료]
쇠고기(우둔, 채끝) 2kg, 느타리버섯 1kg, 실파 1kg, 맛살 2kg,
달걀 2판, 부침가루 1kg, 식용유, 대 꼬치
쇠고기양념장 -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깨소금, 후추, 배
[만드는 방법]
아이들과 함깨 새알을 만드는 모습 선생님과 새댁들도 열심히 만듭니다. 쇠고기는 불고기양념하면 되고, 느타리는 살짝데쳐 소금으로 조물조물, 파 맛살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은 다음 꼬챙이에 끼워 밀가루 계란을 입혀줍니다. 후라이팬에 굽기 시작합니다. 어느 조가 더 예쁘게 구울까? 모두가 참여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열중하는 새댁 모양도 곱습니다. 호박죽과 함께 산적을 받아가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산적을 끼워 밀가루 계란 순으로 입히라고 하니
“선생님! 우리 어머님은 이렇게 안 하던데...”
“그럼 어떻게 하던가요?”
“그냥 밀가루 물에 풀어서 입히던데...”
“아~ 생선 굽는 것처럼 했나 보군요. 그럼 색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요.”
“다음부터는 배운 것처럼 해 보세요. 그럼 시어머님께 사랑 받으실 겁니다.”
“네.”
가족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하나 둘 배워가는 것을 보니 마음 뿌듯하기도 했던....다음시간에는 김장하는 법을 배워줄 생각이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접하게 해주고 부엌일에 서툰 그녀들의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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