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갈등없애는 시어머님의 처세술
며칠 전, 시어머님을 모시고 목욕을 다녀왔습니다. 6남매의 자식을 키워내시느라 왜소한 몸에 앙상하게만 보여 안쓰럽기만 합니다. 얼굴엔 검버섯이 검게 피었고 피부는 부드러워 껍질이 벗겨질까 무서울 정도입니다. 긴 쪽 머리 곱게 빗겨 묶어드리니 볼그레한 볼로 새색시 같아 보입니다. 깔끔하게 씻고 밖으로 나오니 봄바람이 먼저 우리를 맞이합니다.
“날씨가 풀리니 살 것 같네.”
“그렇죠? 곧 봄이 올 것 같아요. 어머님.”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 가족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호주머니를 확인하고 세탁기에 넣고 돌렸습니다. 봄기운 가득한 햇살과 훈훈한 바람 때문인지 오후가 되자 바싹 말라있었습니다. 하나 둘 옷을 정리할 때 어머님의 속옷에서 무언가 잡히는 것이 있어 만져보니 부적이었습니다.
“어? 어떻게 해?”
물이 들어갔으니 사용하지도 못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섰습니다.
살짝 꼽아 놓은 옷핀을 풀고 주머니를 펼치니 부적과 부서진 팥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부적은 손상되지 않았고, 팥은 부서져 있어 부엌으로 가서 새 팥으로 바꾸었습니다.
“어머님! 부적을 세탁기에 돌려버렸어요.”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제?”
“팥은 부서져서 새것으로 바꿨어요.”
“부적은 괜찮나?”
“네. 한 번 보세요.”
그 부적은 작년 5촌 당 숙부님이 주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시면서
“이번에 내가 이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
당신은 그 부적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또 속옷에 옷핀으로 고정하며 곱게 간직하시는 것입니다.
“섣달에 죽으면 그것도 민폐야.”
“왜요?”
“초상집에 갔는데 차례를 어떻게 지내냐?”
“아~ 그렇군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어머님이십니다.
우리 눈에는 모든 것이 미신처럼 보이지만, 83세의 시어머님의 행동은 모든 게 정성이고 마음에서 오는 듯 보였습니다. 함께 살면서 각자의 생각이 틀려 눈에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이 많겠지만, 그저 어머님 처지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다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님이 함께 사시면서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행동을 하십니다. 공짜 핸드폰을 새로 바꿔 드렸더니
“내가 노인정에 가면 자랑 할란다. 우리 며느리가 새것으로 바꿔줬다고.”
또 번호로 저장된 자식들에게 하나 둘 눌러 자랑도 합니다.
그리고 목욕을 함께 다녀오시고 난 뒤 하나밖에 없는 고명딸에게 전화해
“뭐 하노?”
“왜 엄마!”
“내 애미랑 목욕 갔다 왔다. 이제 아픈 것 다 씻고 와서 올해는 건강 할끼다.”
“그래야지.”
“옆에서 애미가 나 때문에 고생한다 아이가. 약 챙겨 먹여야지 꼬박꼬박 밥 챙겨 먹여야지.”
“큰 며느리도 아니면서 올케가 고생한다.”
시누는 ‘내가 미안해서 네한테 전화도 못 하것다.’ 하시며 엄마를 모셔갈까라고 하지만 아이들도 다 자라 떠나고 없고 모두 직장을 나가고 나면 혼자 계셔야 하기에 우리 집이 더 편할 것 같아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미역, 밑반찬 할 것들이 택배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다른 자식들에게 자랑이 너무 심해 정말 곁에서 들으면 민망하여 피해 버릴 정도로 칭찬을 하십니다.
우리어머님의 행동이 셋째며느리에 대한 배려임을 압니다. 당신의 몸 희생해가며 자식들을 키울 때 큰아들과 셋째 아들을 구분하여 키우지 않으셨기에 불편하신 마음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형제 중 시댁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기에 함께 하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더 큰 이유는 친정 부모님들을 하늘나라로 다 보내고 나니 후회만 남는 것 같아서입니다. 막내이면서 늘 받기만 하고 철없이 떠나보내야만 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암으로 투병중일 때도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집에 모시고 있으면서 잘해 드리지 못해 후회만 남습니다. 그렇게 쉽게 내 곁을 떠나갈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는데 그 사랑 오래 받지 못하고 시아버님도 떠나신지 오래되었고 이제 남은 분은 시어머님 한 분뿐입니다. 잘해 드리고 싶어도 마음뿐일 때가 잦습니다. 어머님은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고 날씨가 포근해지자 친구가 있는 시골집이 그리워지는 가 봅니다. 주말에는 반찬 몇 가지 마련해서 시골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당신이 원하시니까.
어머님이 곁에 있어줘서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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