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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자식들의 그리움 가득한 '대청마루에 걸린 사진'

by 홈쿡쌤 2009.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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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의 그리움 가득한   '대청마루에 걸린 사진'
 



  하나 둘 피어오르는 꽃들로 남녘에는 봄이 바람을 타고 도착하는 느낌입니다. 경칩 날 촉촉이 내린 봄비 때문에 농부들의 일손은 한층 더 바빠졌습니다. 얼마 전, 혼자 시골에서 지내고 계시는 시어머님댁에서 대청마루에 걸린 낡은 사진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궁을 좋아하셨던 아버님이 대회에 출전해 받았던 상장도 걸려 있고, 당신 젊었을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 자식들의 결혼사진, 조카의 졸업사진, 우리 아이들 돌 사진 많은 세월이 그 속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16살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살아오신 어머님의 연세는 83세입니다. 재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맨주먹으로 6남매 공부시키고 잘 키워내신 분입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과 손자들이 보고 싶을 때 햇살 부서지는 따뜻한 툇마루에 걸터앉아 올려다보시면서 그리움을 달랬을 것입니다.


지금은 사진도 뽑지 않고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하고 누구나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어 육아 일기장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 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숨 쉬는 것을 담은 태아사진에서 세상에 처음 태어나는 날, 목욕시키는 것,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시골에서 태어나다 보니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찍어주는 독사진이 처음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몰라 뽀로통하게 화난 것처럼 하고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요즘 아이들 카메라 갖다대면 V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어주며 행복한 포즈까지 지어주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잘못 나온 사진도 포토샵으로 처리해 예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사진관에 맡겨도 며칠을 기다려야 했던 인화도 15분이면 되는 빠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많이도 변한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 부모님이 자식을 생각하는 영원한 내리사랑일 것입니다. 소라껍데기처럼 빈 몸만 남으신 우리 시어머님, 아직 어린 조카들의 사진을 건네시며

“야야~ 이거 좀 걸어둬라.”

“어디서 났어요?”
“응. 막내 집에서 가져왔지.”

그 마음 알기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액자를 내려 환하게 웃고 있는 조카의 사진을 넣어두었습니다.


어머님의 눈에는 언제나 귀여운 손자의 모습일 테니 말입니다.

여러분의 고향엔 이런 사진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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