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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선비와 잘 어울리는 매화향기 '산청의 삼매'

by 홈쿡쌤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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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잘 어울리는 매화향기 '산청의 삼매'


주말에는 TV 진품명품의 감정사로 나오시는 김영복 선생님과 경상대학교 교수님 등 남편이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함께 ‘산청의 삼매’ 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웁니다. 선비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생각하여 눈이 덮여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처음 피는 꽃을 찾아 나서는 일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매난국죽 사군자 중에서도 제일 먼저인 매화, 이 매화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이니만큼 ‘선비의 고장’ 산청에서 매화를 구경한다는 것은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이 오고 있는 지리산 자락 남사마을을 찾았습니다. 꽃샘추위로 인해 귓전을 스치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분명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섬진강 가 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려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건만, 지리산 매화는 이제 하나 둘 피어나가 시작하였습니다. ‘예담촌’고풍스런 기와집이 즐비한 마을이 남사마을입니다. 이런 고풍스런 남사마을에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 남사마을 매화

많은 관광객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잘 정비되어있지 않은 남사마을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 보아왔던 골목과 골목사이의 돌담 들은 정겨운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7호 라는 안내간판 옆에 한 그루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진양 하씨가 대대로 살아온 ‘분양고가’도 있고, 원정공 하집(1303-1380)이 심었다는 이 매화나무 옆에는 원정공의‘매화시’를 적은 시비가 있습니다.


  


○ 기와지붕과 어울리는 하얀매화

▶ 하씨 고가

▶ 640여년 되었다는 매화나무를 구경하는 지인들

▶ 오랜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 홍매입니다. 매화나무는 3년전에 죽었고 원뿌리에서 자라나 이렇게 꽃을 피웠습니다. 

‘집 양지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찬 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점 티끌로 오는 것이 없어라’

원정공의 매화사랑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입니다. 
 

▶ 산천재 매화

 남명선생이 글을 읽었던 곳 원리 산천재, 이곳에도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남명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고, 다만 남명선생은 매화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전해옵니다.




▶ 남명 선생님의 기념관

                  
산천재 앞 매화나무 
    

경상대 교수님으로부터 남명선생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 산수유도 활짝 피었습니다.

▶ 목련 봉우리


▶ 매화의 고운자태를 뽑냅니다.

 

▶ 단속사 정당매

정당매를 보러 가는 길목에 신라고찰 단속사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현제 절터에는 당간지주와 삼층석탑이 우리를 먼저 반겨주었습니다. 절터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와당을 비롯한 석물들이 출토되고 있으며, 주변 민가의 담장이나 집안에 많은 석물들이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고려말, 문신 강회백(姜淮伯)이 단속사에서 공부하면서 심었다는 수령 600년 이상 된 매화나무가 한 그루. 후세 사람들은 이를 정당매(政堂梅)라고 부릅니다. 젊은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한 강회백이 뒤에 고려 조정에서 정당문학의 벼슬을 하게 되자 그렇게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강회백이 심은 정당매는 고사(枯死)하고 그의 증손인 강용휴가 그 자리에 다시 매화를 심어 지금에 전하고 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강회백의 문집인 통정집에 정당매를 두고 읊은 시가 전해 내려옵니다.


‘우연히 옛 동산에 다시 오르니

 뜰가득 맑은 향기 한 그루 매화에서 나네.

 매화는 옛사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은근히 바라보며 눈 속에 피어있네’






철망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해도 멋진 자태였습니다.


소주 한잔에 띄운 매화꽃잎 하나, 시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정당매에서 5분거리, 논두렁에 자리잡은 야매(야생매화)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 꽃잎이 작고 향기가 작다고 설명하시는 김영복 선생님
    산청의 삼매가 아닌 사매라고 하십니다.






 

지리산 자락 산청의 매화는 요즘 피는 섬진강가 매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선비의 기풍을 지니고 있는 ‘선비매화’라 하고, 지리산 천왕봉과 선비 그리고 매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세상 의(義 )는 사라지고 욕심만 차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니 마음 정화하는데 좋은 코스가 아닐까 생각 해 봅니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꽃과 연계하여 관광상품이 될 만하면 앞다퉈 개발을 해서 지역의 소득증대와 연관을 시킵니다. 진품명품에 나오시는 김영복 선생님은 초봄 매화는 전국 어디든지 피지만, 산청처럼 ‘선비와 매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데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방치만 하지 말고 어렵겠지만 지방문화재로 승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고한 매화의 아름다움과 어우려진 소박하고 정겨운 돌담길을 돌아 나오니 꼭 어릴적 추억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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