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생의 아주 특별한 ‘엄마 사랑’
봄은 남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니 동백, 매화, 목련, 개나리 등 아름다운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 형형색색 그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휴일, 몸도 좋지 않으시면서 친구가 있어 좋다며 시골에 혼자 계시는 시어머님을 찾아뵈려가려고 하니 반찬까지 만들어 먼저 와 있는 막내 동서에게 맡기고 남편과 가까운 산행을 떠났습니다. 고요한 산사에 찾아온 봄을 즐기며 양지쪽에 앉아 쑥과 냉이를 캐고 있을 때 막내삼촌이
“형수님, 엄마가 진주 간다고 하십니다.”
“그래요? 그럼 모시고 오세요. 집에는 아이들 있습니다.”
완연한 봄기운 맡고 집으로 돌아오니 기력이 많이 떨어진 어머님은 곤히 잠들어계십니다. 꽁꽁 언 땅을 딛고 올라온 쑥으로 국을 끓이고 냉이무침을 하여 봄 식탁을 꾸몄습니다. 그저 씹는 소리만 들어도 배부른 주부가 됩니다.
저녁을 먹고 한가하게 TV를 보고 있으니 남편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형! 10시까지 고속버스터미널에 나갈 수 있지?”
“응. 왜?”
“내가 생선회를 좀 보냈어.”
“뭐 하려? 여기서 사 먹으면 되는데.”
“시간 맞춰 찾아 가.”
“알았어.”
몹시 가난한 농부로 살아가면서 자식 위한 삶을 살다가 시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아픈 몸만 가지신 83세의 시어머님만 살아계십니다. 연세가 많다 보니 가장 가까이 사는 우리가 몸이 안 좋으면 모시고 오기도 하고, 또 좀 괜찮으면 시골로 모셔다 드리기도 합니다. 시댁 형제는 6남매로 5남 1녀입니다. 잘 사는 건 아니지만, 고만고만 서로 의지하며 사는 형제들을 볼 때마다 참 흐뭇합니다. 시댁의 전기요금은 막내아들통장에서, 전화요금은 남편의 통장에서 휴대전화요금은 고명딸 통장에서 자동 이체되고, 그리고 가족 대소사에는 월 3만 원씩 공금을 모아 누가 많이 내고 작게 냈다는 부담감 없이 그 돈으로 해결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삼촌의 엄마사랑은 유별납니다. 하루에 한 번 전화하는 건 기본입니다.
목소리까지 내려 깔고
“저~ 여기 경찰서인데요. 할머니 경찰서 좀 나와야 됩니더.”
“와? 내가 무신 잘못 혔다고?”
쉽게 넘어가는 시어머님이라 삼촌은 이렇게 사소한 장난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는 무슨 재밌는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다정스럽게 웃음을 전하기도 하시는 분입니다. 꼬박꼬박 월 10만 원을 따로 어머님의 통장으로 용돈도 보내는 효자 중의 효자입니다.
4시간 정도 걸려 고속버스로 날아 온 스티로폼 박스는 두 개였습니다. 생선회와 대게가 들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주무시다 얼른 먹어야 할 것 같아 횟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어머님! 회 드세요.”
“이 야밤에 회가 어디서 났노?”
“인천에서 보내왔어요. 고속버스로...”
“아이쿠! 그러나? 세상 참 좋네.”
엄마가 회를 좋아하는 걸 안 넷째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회식을 하고 나오면서 주문을 해 얼음을 채워 고속버스로 보냈던 것입니다. 초장은 매워서 드시질 못하니 된장 간장을 만들어 찍어 드시게 하였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으니 몇 점 못 드시고 젓가락을 놓으십니다.
“엄마! 더 먹어.”
아들이 입에 넣어 주니 또 받아 드십니다.
대게는 가족이 다 모이는 늦은 시간에 이틀에 걸쳐 삼촌이 보내온 사랑을 듬뿍 느끼며 살을 발라 먹고 게 뚜껑에 밥도 비벼먹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마음마저 보내주는 형제들이 있어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삼촌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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