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에피소드 '스테이크와 비빔밥'
지난 토요일, 서울나들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둘째 오빠의 외아들인 조카 녀석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결혼식은 옛날과는 달리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신랑이 신부를 위해 축가를 부르는 건 기본이 되었고, 특히나 다른 건 음식이었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당시에는 모든 음식이 집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엄마는 딸 시집보내려고 준비 해 둔 목화 솜으로 이불을 만들고, 폐백을 드리기 위해 밤이며 대추, 각종 강정을 만들어 형형색색 곱게 솜씨를 발휘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 딸을 결혼시켜도 집에서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 2부 예식, 간편한 파티복으로 갈아입은 신랑 신부
어제 올린 결혼식장에서 서울 쥐와 시골 쥐? http://heysukim114.tistory.com/586
스테이크와 비빔밥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모, 재밌는 이야기하나 해 줄까?”
“뭔데?”
“우리 엄마가 말이야.”
큰오빠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올케는 바깥출입을 꺼리고 있을 때 이야기였습니다.
남편을 잃고 온 세상과 단절한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내고 있을 때, 오빠와 절친한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호텔에서 한다고 연락이 와 안 가자니 마음에 걸리고 가자니 또 그렇고 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혼식장을 갔다고 합니다. 보통 예식장에서 결혼하고 뷔페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처음부터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그릇과 포크 숟가락이 세팅되어 있어 의아해하며 남들처럼 테이블에 앉았다고 합니다. 왔다갔다 음식을 가지러 가지 않아도 되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어 '요즘 참 편리하게도 하네.' 가만히 앉아 받아 먹기만 하면 되니 그런 생각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1부 예식이 끝나자, 올케는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평범한 60대로 호텔에서 거창하게 열리는 예식장은 처음 가 본 상태로, 예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올케는
“밥 남은 것 있지?”
“엄만, 호텔 가서 맛나는 음식 먹고 왔잖아!”
“말도 마라. 그냥 죽 한 그릇 주더라.”
“엄마! 스프만 먹고 온거야?”
“그럼. 뭐 또 있데?”
“참나, 맛있는 것은 뒤에 나오는데 그냥 오면 어떻게 해!”
“그렇나? 몰랐다 아니가.”
가만히 보니 1부 예식을 마치고 난 뒤, 다 나온 줄 알고 그냥 와 버렸던 것입니다.
속으로 ‘무슨 예식이 이래?“ 하면서 말입니다.
“엄마! 맛있는 스테이크 먹고 와야지!”
“아이고, 니글니글한 스테이크보다 내 입맛엔 이게 최고여!”
양푼이에 나물 붓고 고추장 넣어 쓱쓱 비벼 된장국 떠 먹는 엄마를 보니
‘스테이크를 먹었어도 밥 달라 했겠네.’라고 하는 바람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하긴 한 끼 식사가 5만원이라는 말과, 우리 역시 설익은 듯한 호주산 스테이크를 자르면서도 김치 타령, 밥 타령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각자의 식성이 다르듯 다 맞출 수는 없겠지만, 스테이크보다는 된장찌개가 최고란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 괜히 생겨난 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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