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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이불 속에 든 따뜻한 밥 한 그릇>

by 홈쿡쌤 2007.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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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 든 따뜻한 밥 한 그릇>


 

                                       
검은 무쇠 솥에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이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보고 자라났기에 더 정감 가는 게 아닐까요?
보리쌀 푹 삶아 놓았다 솥바닥에 깔고 그 위에 하얀 쌀 조금 씻어 함께 밥 해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 사십대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고구마 몇 개 얹어 낮에 먹었던 유일한 간식거리였고,
풋고추 썰어 넣고 밥물 넘쳐 들어간 된장국 짭짤하게 만들어 먹는 그 맛은 엄마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도 변하여 시골에서도 무쇠 솥에 밥을 해 먹는 일이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하얀 수증기 내뿜으며 고소하게 누룽지 만들어 서로 먹기 위해 숟가락 부딪히며 싸움을 하면 늘 막내인 나에게 누룽지 그릇 슬쩍 밀어 주던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얼마 전, 시골에 혼자 계신 시어머님께서 잠시 다니려 왔습니다. 매일같이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시어머님은 언제나 저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저녁 회식을 해도 '어머님 오늘 저녁엔 늦어요.' 한마디만 하고 나면  집안일은 잊어버리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으니까요.
어제 저녁에는, 잠을 자기 위해 이불장 속에 있는 이불을 꺼내자 방바닥에 밥 그릇 하나가 소리를 내며 나뒹굽니다.
"어? 이게 뭐야?"
"아이쿠! 어쩌나? 그거 애비 저녁밥 아니가?"
"밥 담아 놓으셨어요?"
"응. 내가 깜박 잊었구나."

남편은 저녁을 먹고 왔기에 이불속에 든 밥그릇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게 어머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김이 술술 나는 밥 제일 먼저 퍼 놓는 건 언제나 시아버님 밥이었으나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이젠 당신의 아들 밥을 담아 놓고 나서야 다른 식구들을 챙기십니다.
난 엄마의 사랑조차 모른 채 쏟아 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다행히 사기그릇은 깨지지 않았고, 아직도 따끈따끈 정이 담긴 밥은 나를 더욱 미안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늦게 들어오고 있는 남편이라 찬밥은 밥 위에 얹어 먹어도 항상 내 차지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담아 둘 필요가 없다 싶어
"어머님 이제 밥 담아 놓지 마세요."
"오냐. 알았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내일이면 또 아들의 밥은 담아 놓을 것입니다.


허긴, 우리 친정어머님도 멀리 5일장에 가셨다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위해 항상 이불 속에 밥 두었다 따뜻하게 드시게 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땐 전기밥솥도 없었으니까....

그러니 어머니가 아들을 향한 그 사랑이 어디 가겠습니까?
지금은 이불 속에 넣지는 않지만 식탁 위에는 그래도 뚜껑 덮인 항상 밥 한 그릇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밥그릇 하나가.....


옛날과는 달리 가장의 위치는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하며 흔들리고 있다지만, 작은 이런 곳에서 조차 아버지, 남편을 향하는 그 맘 따라 가려면 난 아직 멀었나 봅니다.

항상 일깨움을 주시는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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