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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별미-멸치 김치국밥을 아시나요?
-글/저녁노을-
며칠 따숩다 느끼며 지내왔는데
겨울답게 창문을 타고 알싸한 바람이 스며들어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먹는 저녁식사가 아닌
식구 넷에 하루에 밥상은 세 번을 차리는 우리집입니다.
학원시간이 다른 딸과 둘이서 먹고 나면,
한 시간 후에나 들어오는 아들의 밥상,
더 늦은 남편의 저녁식사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맛을 음미하며 나누는 시간은
주말이나 휴일 뿐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끼니 때에는 다 모여
따뜻한 가족애 나누곤 했는데....
어제는 우리보다 조금 늦은 아들에게
"김치국밥 해 줄까?"
"신김치로 하는거?"
"그래"
"네~김치찌개라면 좋지요"
김치를 넣은 것은 잘 먹는 편이라 그런지 쉽게 대답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 김치국밥이라고 했는데
엉뚱하게 김치찌개라고 말을 해 버립니다.
이 엄마의 마음은 내가 아들만 할 때
긴긴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무쇠솥에서
외할머니가 해 주던 김치국밥이 생각 나 해 준다고 했는데
속도 모르고 김치찌개라고 하니....
혹여 맛이 없다고 안 먹는다고 할까봐
우리집에서 제일 작은 뚝배기를 꺼내어 엄마가 해 주던 맛
그대로를 재현 해 보았습니다. 다시마, 조갯살, 콩나물도 넣지않은...
묵은 김장김치를 조금만 꺼내어 냄비에 담고
그 위에 커다란 다시멸치만 몇마리 올리고 적당히 물을 부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조차 듣기 좋은 아름다운 리듬이었습니다.
다시멸치가 울어 났을 즈음에 밥솥에 있는 밥을 몇 숟가락 퍼서 넣어
한소큼 더 끓이다가 그릇에 곱게 담아 식탁위에 올렸습니다.
"아들! 어서와서 먹어 김치국밥 다 되었어"
"엄마, 김치찌개에 왜 밥이 들었어요?"
"응, 김치찌개가 아니고 김치국밥이다"
"나 안 먹을래요"
"왜? 맛있어 먹어 봐"
"싫어요"
"맛 있다니깐."
"이 멸치는 또 뭐야?"
"그거 건져내면서 먹는 거야. 한 입만 먹어 봐"
"나 안 먹어요 다른 밥 주세요. 흰밥"
"엄마가 맛있게 했는데 그래도 한 입이라도 먹어주라"
둘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딸아이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엄마 왜 그래요?"
"아들이 김치국밥을 안 먹잖아"
"제가 한번 먹어 볼게요"
"그럴래? 그럼 딸이 먼저 먹어봐 누나가 맛 없다면 너도 먹지 마"
"알았어요"
"엄마@!~ 맛 있어요"
정말 맛 있어서 그러는지, 엄마의 눈길이 애처로워서인지
숟가락 오르내리는 속도가 빨라지며 잘 먹어 주었습니다.
"그만 먹어, 동생도 먹어야지. 얼른 너도 먹어 봐"
"네"
할 수 없이 숟가락을 드는 아들 먼저 좋아하는 김치가락을 집어들고
입으로 가져가더니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입에 맞는지 표정도 예쁘게 잘도 먹어주었습니다.
"맛 있지?"
"먹을만 해요"
어느새 비어있는 그릇이었습니다.
녀석들은 엄마의 추억을 먹는 겨울밤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어릴 때에는 자주 먹던 음식이었으며
이모랑 외삼촌이 양푼이에 퍼서 함께 먹었다는 옛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참 많이도 변한 세상에 우리 아이들은 살아갑니다.
먹거리, 입을 것, 모두가 풍족하여
가지고 싶은 것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끔 이렇게 나의 추억을 드듬어 그리움에 젖곤하지만,
녀석들에겐 내 나이가 되면 무슨 추억으로 살아갈까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추억은 늘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련한 겨울밤의 추억 그립지 않습니까?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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