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느끼는 아주 작은 행복
토요일, 아이 둘은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독서실에 가고, 남편과 둘이 시골에 혼자 지내시는 시어머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6남매 잘 키워내시고 자식들은 다 떠나고 소라껍데기처럼 쓸쓸히 홀로 남았습니다. 몸이 안 좋으면 우리 집으로 모셔오기도 하고 또 좀 괜찮아지면 시골에서 텃밭도 가꾸고 노인정에도 다니시곤 합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도착하니 집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어? 어머님 노인정 가셨나 보다.”
시장 본 것을 꺼내놓고 집안 청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불호청도 세탁기에 돌려 햇살에 늘어놓았습니다. 뚝딱뚝딱 부드럽게 호박나물도 볶고, 콩나물도 무치고, 미역국도 한 냄비 끓였습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TV를 보고 앉아있으니 시어머님이 들어섭니다.
“어머님! 어디 다녀오세요?”
“응. 너희들 왔나? 노인정에서 놀다 온다.”
“그런데, 유모차 위에 통은 뭐예요?”
“호박 한 포기 옮겨 심어놓는다고.”
“네.”
집안을 둘러보던 남편이 집으로 들어서는 어머님을 향해 화를 냅니다.
“엄마! 농약은 치지 말라고 했지?”
“풀이 많이 나서.” 하시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아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꼼지락 꼼지락 텃밭정도야 가꾸는 건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이지만, 제초제를 치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는 왜 자식 말을 안 듣는 거야?”
“..........”
아무 말도 못하시는 어머님이십니다.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여보! 집에 가자.”
“왜 벌써 가려고 그래?”
남편의 화가 얼른 가시지 않을 것 같아
“어머님! 아이들 저녁 해 먹여야죠. 독서실 갔다 올 시간 다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어여 가서 아이들 챙겨.”
“네.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저 멀리 우리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여보! 어머님한테 좀 살갑게 대해 줘.”
“몰라.”
“당신은 그래도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행복하잖아.”
“알았어.”
언젠가 한 번은
“당신이 자꾸 엄마한테 그러면 난 아무것도 안 해 드릴거야.”
알았다고 하면서도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어머님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고 해도 참 마음대로 안 되는가 봅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 말입니다. 가족이기에 엄마이기에 편안함 때문일까요?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다른 아들은 시어머님이 뭐라고 하면 “예, 예 엄마!” 하는데 유독 남편만은 똑바로 하라고 바른말을 하고 독하게 구는 것 같아 며느리인 내가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엄마 떠나고 난 뒤 후회하지 말고 말이라도 다정하게 하라고 합니다. 왜 우린 영원한 내리사랑을 모르고 살아가는 걸까요?
언제나 따뜻한 엄마 품 같은 아름다운 고향풍경에 한 번 빠져 보세요.
▶ 담쟁이가 흙 담을 휘감고 올랐습니다.
어머님은 꽃을 참 좋아하십니다. 우물가, 마당 가장자리에 이것저것 심어놓은 꽃들이 한참 그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 추어탕, 전을 부칠때 넣어먹는 방아잎
▶ 엉컹퀴
▶ 흙냄새를 맡고 실하게 자라는 벼
▶ 들깨
▶ 고추
▶ 개망초
▶ 무성한 호박잎
▶ 호박꽃
▶ 가지나무
▶ 가지꽃
▶ 뱀딸기
▶ 산딸기
주말마다 자연은 하루하루 그 얼굴을 달리합니다. 물과 햇빛 농부가 준 거름을 먹고 피고지고 열매 맺고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참 대견스럽습니다. 이름 없는 들꽃으로 살더라도 항상 그 자리에서 말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 누리는 것 같아 늘 나는 행복합니다.
어머님!
아범 마음 알지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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