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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빈 그릇과 아름다운 메모
찬바람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요즘, 밖에서 뛰어놀기 보다는 집에서 북적대고,
방학이라 세 끼를 꼬박 챙겨줘야 하기에, 엄마노릇 제대로 하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엄마! 맛있는 거~'
매일 먹는 게 그게 그것 같을 때가 많습니다.
며칠 전, 휴일이라 더 움직이기 싫어 가까운 식당에서 자장면과 짬뽕을 시켜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난 뒤 별 생각 없이 먹었던 젓가락, 씌워 왔던 랩까지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와 함께 담아 현관 앞에 내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목욕을 갔다 오다가 앞집에서 내 놓은 듯한, 빈 그릇 위에
'잘 먹었습니다. ^^' 라는 메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생각 없이 뒤섞어 내 놓았던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깔끔히 씻어 놓은 것을 보니 어찌나 창피하던지...
언젠가 TV에서 보니, 먹다 남은 음식에 파리가 우글거리고, 비둘기, 도둑고양이들이 와서 입을 댄다는 소릴 듣긴 한 것 같은데....
가져가서 어차피 다시 씻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릇을 가져가는 사람의 기분은 천지차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서로의 기분 좋게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자그마한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행복하게도 만들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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