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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외롭게 사시는 시골 부모님까지 울리는 세상

by 홈쿡쌤 2008.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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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사시는 시골 부모님까지 울리는 세상


며칠 전, 혼자 지내고 계시는 시어머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물컹하게 시금치도 데쳐 삶아 무치고, 콩나물 국물 자작하게 넣어 무쳤습니다.
치아가 건강치 않은 어머님을 위해 다져놓은 듯 한 언양식 불고기도 볶고, 호박나물도 볶아 남편과 함께 이것저것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허허벌판을 지나 찬바람을 가르며 달려갔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니, 막 가까운 회관에 친구들과 함께 놀다 왔다고 하시며
"온다고 전화나 하지. 아이쿠, 방이 차가워서 어째!"
"금방 따뜻해 질 건데요 뭘"
"그래. 춥다 이리 앉거라."
"네. 어머님"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함께 들으며 아들과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난 부엌으로 나가 저녁준비를 하였습니다. 가지고 간 쇠고기로 미역국을 냄비가득 끓어놓고 가져 온 반찬을 들어서 안방으로 들고 들어갔습니다.

저녁상을 받으시며,
"야야~ 무슨 반찬을 이래 많이 해 왔노?"
"자주 못 오니 덜어서 잡수세요. 엄니."
"그래 알았어. 어여 먹자."
"네."
상을 물리시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과일을 깎으려고 하는데 시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너거들 조심허거래이~"
"뭘요?"
가만히 전해주시는 어머님의 이야기는 정말 난감하고 마음 갑갑할 뿐이었습니다.

  이웃집 할머니에게 어떤 낯선 남자분이 허겁지겁 놀란 표정으로 찾아 와서는 바로 면사무소 앞에서 아드님이 접촉사고를 내 합의를 봐야 된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할머니의 가족사항은 바늘을 꾀 듯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 할머니는 의심 한 번 하지 않고 선뜻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가진 돈을 10만원을 다 내어 주었다고 합니다. 내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게 자식 위하는 어머님의 마음인데 어찌 안 줄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떠나고 보내고 난 뒤, 아무리 기다려 봐도 소식이 없자 할머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엄마! 무슨 말이야. 이번 주에 나 안 간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랬었지?"
"참나."
그말을 들은 아들도 얼마나 황당 했을까요?
정말 무슨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살기 어렵다고는 해도, 시골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니....벌이조차 없어 겨우 자식들이 부쳐주는 용돈 농협에서 찾은 줄 어떻게 알았는지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엄마가 조심해야겠네 뭐."
"허기사, 어떤 엄마가 자식이 교통사고가 났다는데 돈 안 내 줄 사람 있것노?"
"엄마! 그땐 핸드폰으로 바로 확인전화 하세요."
"그래야제... 나도 안 당할라카모."
"전화 와서 통장 이야기를 해도 난 그런 거 모른다! 그러세요."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가..."

세상에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남을 속이는 이들로 가득 차 있나 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겨워도 힘없고 나약한 시골노인들의 호주머니는 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속이고 생긴 돈으로 어디다 쓰려고 해도 살이 되고 피가 되지는 않을 것인데 말입니다.

언제나 서로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오려는지....

군불 지핀 따뜻한 아랫목에 몸 녹이시며, 긴긴 겨울밤 지새우시는 우리 부모님의 행복을 빌어 봅니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라고....

이런 맘이라면 그런 행동은 나오지 않겠지요?

우리의 부모님은 잘 계시는 지 한번 쯤 챙겨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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