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글을 쓴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그 많은 세월 동안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일기처럼 적어내면서 공감해 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 제법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크릴 수세미, 만손이 식물, 청국장, 무공해 비누, 책, 쿠키, 치약 등등 참 많은 걸 받기만 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무터킨더님으로 부터 받은 <독일 교육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받은 지 제법 되었지만 리뷰는 한참 후에야 올리게 됩니다.
교육이란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3박자를 이룰 때 잘 굴러가게 되어 있으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이거나 평형이 맞지 않을 때 무너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교육은 백년대계' 즉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즐겁게 하나가 되어 움직이며 공부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잘 사는 나라의 교육제도를 도입하고 접목시켜 나갔음 하는 바램 가득하지만 그것도 맘처럼 쉽지 않으니 늘 삐거덕 거리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독일 교육 이야기>는 독일에서 두 아이를 교육시킨 한국 아줌마가 보고 듣고 경험한 독일 교실 이야기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독일인들은 공부를 안 시키는 거야!' 라며 불만을 가질 정도였지만 독일 교육을 알아갈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독일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깊이 있는 수업을 함으로써 사회성을 갖춘 인간을 길러 내는 전인교육이라는 것이다. 성적과 성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니 교사는 얼마든지 수업다운 수업을 구상할 수 있고, 아이 또한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의 자전거 교육, 초등학생들의 성과 동성애 교육, 스타벅스로 배우는 경제교육, 절반이 비평문 쓰기인 미술교육, 영어는 선택, 체육은 필수가 되는 교육 등은 독일의 교육을 잘 나타내주는 독특한 교실 모습들이다. 이 모습들을 통해 독일 교육을 경쟁없는 인성교육으로 이끌고 있는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입시 성공을 위한 최고 전략이 '학교 수업 충실히 듣기' 인 나라, 학원이나 고액과외 없이 얼마든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나라, 주입식 교육이 철저히 배제되는 나라, 그런 나라의 수업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독일 교육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경쟁과 욕망으로 얼룩진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1 독일학교의 특별한 수업
아프리카 돕기 위한 초등학교 프로젝트|숲에 숨어들어 자연을 배우다|자전거도 학교에서 배운다|독일 학생들은 모두 토론의 달인|학교에서 배우는'행복'|숙제도 저작권 침해는 철저히 지켜야
2 자연과학과 예체능 수업
독일 아이들은 정말 수학을 못할까?|독일어 시험이야? 수학시험이야? |엄마, 비타민 타령은 이제 그만해 |즐겁게 놀면서 암석 공부를|미술교육은 모방에서 출발 |미술수업의 절반은 비평문 쓰기 |영어는 선택과목, 체육은 필수|모두가 인명구조요원이 되는 수영수업
3 어문학수업은 비평과 분석
독일과 한국의 국어시험 비교|영어시험에 책 한 권이 시험범위?|초등학교 4학년이면 우화 한 편은 써야|해석도 못하는 시가 출제 된 시 평론 시험|영어시간에 비틀즈 노래 심층 분석
4 학교에서 배우는 독일인의 성
충격적인 초등학교 성교육|열려 있는 독일인의 성|그 남자의 성희롱을 즐긴 거지?|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이 줄어드는 나라|청소년을 위한 동성애 교육
5 세상을 배우는 사회탐구 수업
역사관 심어주는 역사수업|십자군 나라에서 인터뷰를|콜럼버스에 대한 역사적 평가|철학 없는 혁명은 없다|극한 상황에서 던진 철학적·종교적 질문|경제시간에 스타벅스를 배우다|극우 득세는 선거 의무화로 막아야
6 일반 독일교육 리포트
몬테소리 교육은 영재교육이 아니다|자유를 사랑하는 발도르프 학교|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립학교|독일교육이 홈스쿨링을 금지하는 이유|정육점 주인이 마이스터?|학생이 학생을 재판하는 학생법원|명문 대학 없는 독일
1. 첫 장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공부도 모자라 고액과외, 학원으로 전전하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불쌍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독일 아이들은 입학하면 공부는 뒷전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실천하는 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연말이 되어서야 겨우 이웃을 돌아보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인의 기부문화는 먼저 그들은 도와줄 나라가 어떤 곳인지 상세히 공부부터 한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몸에 젖어 있었습니다.
2. 영어는 선택과목 체육은 필수
체육 시간을 없애는 우리와 비교되는 독일교육
중 고등학교로 갈수록 국 영 수 과학 등 중요과목이 아닌 체육은 저절로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입니다. 그저 뛰노는 것으로만 여기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생각하지도 않기에 체육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독일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체육 시간에 배우는 운동은 실생활에 직접 필요한 종목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자유로운 율동과 게임·체조·수영·자전거 타기 등을 하고, 고학년으로 가면서 축구 · 농구 · 배드민턴 · 탁구 · 배구 · 수영 · 럭비 · 하키 · 핸드볼 · 육상경기 · 스키 · 댄스 · 체조 등을 구체적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무터킨터님의 아이는 체육시간에 살사댄스를 배워 와 집에서도 틈만 나면 흔들어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3. 우리와는 많이 다른 시험 범위
우리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1학기, 2학기로 나누어 보면서 시험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독일어나 영어는 책 한 권이 시험 범위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교재로 선택한 책을 단원별 숙제로 집에서 읽고, 학교에서는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면서 달달 외우는 우리의 주입식과는 다른 토론식으로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시험에서'벼락치기'가 가능할 리 없겠지요. 또한 공부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도 없을 것 같구요. 그저 수업시간에 충실하게 들으며 참여하고, 신경 쓰는 학생은 책을 한 번 더 읽는 정도이며, 시험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시험에 뭐가 나올지 감도 잡을 수 없고, 며칠 동안 달달 외운다고 답안을 채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랍니다.
4. 충격적인 초등학교 성교육
유교문화에 젖어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가정 시간 외에는 성교육을 접해보지도 않고 자랐고 지금도 쉬쉬하며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독일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림이나 일반적인 설명으로 남자와 여자의 신체상 차이점과 기본적인 성 지식이지만 5학년만 되면 막연한 이론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인영화나 직접적인 출산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활용하는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세하게 가르친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나 일상생활에서 성희롱이 일어나도 그냥 자리만 회피하면 그만이지 하고 신고할 생각은 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성추행을 즐겼죠?'라고 한답니다. 이유가 여자들 스스로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지. 그 때문에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 또한 줄어드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5. 대학의 평준화
우리나라의 대학은 나름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대학평준화는 비인간적인 경쟁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대학도 중고등학교처럼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고르게 입학한다고 합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대학 이름으로 일류와 이류로 나뉘지 않으며, 어느 학과를 졸업했느냐가 중요하지 어느 대학이냐는 진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야 학연 지연 따지고 취업을 할 때에도 지방대 학생들은 손해를 보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내 아이는 남의 아이와 달라!
내 아이는 절대 그러지 않아!
언제나 내 아이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단정짓지는 마십시요.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것저것 학원으로 내몰아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 다 하는데 내 아이만 안 하면 뒤처지니까'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학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스스로 학습법이 최고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목에 고삐를 채워 우물가로 데려가도 정작 아이는 물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뒷걸음만 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배워 온 것을 자라면서 깨우쳐가는 독일의 교육방법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 이런 교육을 받으며 지낼 수 있을지.....
딸아이야 알아서 하니 간섭할 것 하나 없는데,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말,
"네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아."
"중 3 겨울방학 기간을 잘 보내면 네 인생이 달라져 있을 거야."
"우리 아들을 믿어"
기대치 조금 내려놓고 나니 내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엄마! 알아서 할게. 걱정 마세요."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아이의 행복이 보인다는 걸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무터킨더님의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 교육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뒤로 물러나 지켜보는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노을이 손에는 달려라 꼴찌님의 책 <치과의 비밀>이 들려져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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