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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밥알 하나에 담긴 사랑★

by 홈쿡쌤 200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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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 하나에 담긴 사랑★


하루에도 몇 번의 그냥 스쳐 가는 인연으로 살아가기도, 끊지 못한 인연을 맺고 이렇게 부부로 살아가기도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 같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삼십 년을 넘게 자라나 먹는 것, 자는 버릇, 생각하는 것까지 다르지만,
이제는 십 년을 넘게 한 이불을 덮고 생활하다 보니 눈빛만 보아도 느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울어야 할 핸드폰이 진동으로 되어있는 바람에 알람이 울지 않아 늦잠을 자 버렸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출장을 가야하기에 저보다 더 늦게 나가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부산하게 손 놀려 후다닥 된장국을 끓여 놓고
"저 먼저 출근해요."
"그래. 잘 갔다 와~ 여보! 잠시만"
"왜요?"
"출근하는 사람이 신발이 그게 뭐냐?"
"학교 가서 닦으면 되요."
"엘리베이터 눌러 놓고 와. 내가 얼른 닦아줄게.."
"우와. 정말? 고마워라."
11층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려면 1분은 기다려야 하니 얼른 눌러 놓고 발만 갖다 대니 쓱싹쓱싹 구두 솔로 닦아 내 얼굴이 비춰질 정도 반짝거리니 새 신을 신은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하늘까지 닿을 만큼 발걸음 가벼웠고 차가운 바람마저 훈훈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즐거운 하루를 시작한......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을까요?
하루 종일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을 해 저녁상을 물리면서 저는 빨래에 집안 청소를,
남편은 설거지를 거의 같은 시간에 마쳐 안방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Tv를 함께 보다가
"아이쿠! 우리 마누라 어쩔까?"
"왜요?"
"얼굴이 이게 뭐고?"
"뭐 묻었어요?"
"얼굴에 고추장 튀어 있고, 이건 내일 아침 밥 할거야?"
"밥 먹다가 흘렀나?"
나의 손이 먼저 올라가기도 전에 벌써 남편의 손은
제 얼굴에 묻은 밥알을 때어 자기 입 속에 넣어 먹어 버리는 게 아닌가?
"어?"
"왜? 당신 얼굴에 묻은 건데 어때서?"
"그래도 그걸 먹으면 어떡해?"
"당신이 좋아서 그렇지"
"치.."
"치? 마누라가 예쁘면 친정 말뚝보고도 절한다고 하잖아"
"당신 정말 그만큼 절 사랑해요?"
"당연하지"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그 웃음 속에는 감동의 눈물도 함께 말입니다.
성격상 저는 사랑 표현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느끼고 있지만, 남편은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편입니다. 때론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지만, 사랑 표현은 하면 할수록 기분 좋은 것이라는 걸 느끼는 날이었습니다.
밥알 한 톨에 담긴 그 사랑은 누런 황금들판을 얻은 기분 말입니다.

오늘은 저 울어도 될 만한 날이죠?
행복에 겨운 눈물 말 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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