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사라져 가는 느낌, 형제애와 가족애?
아이들이 자라다 보니 이제 한 상에 앉아 밥 먹는 시간도 제 각각입니다. 겨울 주말에야 함께 식탁에 앉곤 하는.....
특히나 아침에는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 제일먼저 식탁에 앉아 혼자 먹고 나면 아이 둘과 함께 밥을 먹게 되는데 딸아이는 차비를 아껴 불우한 학생을 돕는 ‘한 마음의 날’로 조금 늦게까지 등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일어났고 뒤 늦게 앉은 딸아이 솥에서 밥을 퍼 주려고 하니, 세상에나 오리고기 훈제를 담은 접시가 텅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엄마! 난 뭐하고 먹어?”
“딸! 어쩌냐? 동생이 다 먹어 버렸다.”
“치~ 괜찮아. 김치찌개랑 먹지 뭐.”
“아이쿠 착한 우리 딸~”
빙그레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게 먹는 딸아이를 위해 따로 덜어 두는 걸 깜박했던 것입니다.
“아들! 너 왜 누나는 생각 않고 오리 훈제를 혼자 더 먹어버려?”
“누나 꺼 따로 없어?”
“그것 밖에 없었어.”
“난 또 있는 줄 알았지.”
“뭐든 가족끼리 나눠 먹는 거야.”
“알았어. 몰랐어요.”
“.............”
어릴 적 육남매의 막내로 자라나면서 오빠와 언니 그리고 엄마가 막내 것은 꼭 챙겨주시는 바람에 사랑을 먹었습니다. 고구마를 삶아도 못 먹은 가족들을 위해 따로 보관 해 솥 안에 넣어 놓으면 심술궂은 오빠들이 살짝 내 먹어버려 혼이 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풍족하지 못한 시대를 살아오면서도 늘 형제들 사이에서 서로 양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로 돌봐주는 마음 가득하였습니다. 그래서 콩 하나를 갖고도 온 식구가 나눠 먹을 정도로 형제애가 돈독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계층 간의 반목현상이 일어나면서 ,경쟁의식이 강하고 비협조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 집에서 한 둘 뿐이기에 모두가 왕자요 공주님입니다. 나 밖에 모르고 나만 먹으면 되는 개인주의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아들을 봐도 누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생각 가지는 것만 봐도 말입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정말 먹을 것이 귀했습니다. 60년대 초등학교시절, 미국에서 원조 물자로 옥수수 가루와 우유 가루가 들어왔는데 그 옥수수 가루로 만든 강냉이 빵을 나눠 주었습니다. 먹을거리가 시원찮아 항상 배곯는 게 다반사인 그 시절에 강냉이 빵 냄새는 빈속을 요동치게 하기에 충분했었습니다. 빵이라고 하니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말이 빵이지 강냉이 가루에 소금을 넣어 간을 해서 만든 것 입이다. 4교시를 마치면 점심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빵을 먹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배고픔 위에 장사 없다고 수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귀퉁이를 조금씩 뜯어 먹다보면 집에 갈 때쯤이면 벌써 삼분의 일 정도는 배 속에 들어 가 버리고, 나머지 조각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있는 동생들 생각에 목에 걸린다는 것을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 형제애 때문에.....그렇게 우리 세대들은 형제들과 강냉이 빵을 나눠 먹는 우애를 보여줬는데 요즘은 그런 우애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풍족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모두가 어려웠지만 훈훈한 인정은 철철 넘쳤기에 더 그리워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해 주면
“우리 엄마 또 검정고무신 나오신다.” 하며 놀려댑니다. 그래도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친하게 지내줬으면 하는 맘 가득해집니다.
이 세상에 단 둘 뿐인 오누이입니다.
부모가 영원히 곁에 있어 줄 것도 아닌데, 험난한 세상 둘이서 서로 어깨 기대며 살아가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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