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그렇듯 주부들의 마음은 부산하기만 합니다.
어제는 시골에서 가져 온 쌀 2되를 가지고 강정을 만들러 갔습니다. 제법 많이 보이던 강정을 만들어 파시는 분이 없어 다른 동네까지 원정을 가서 말입니다.
“어머님! 강정 만들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뭐하게. 엄마는 그냥 집에 있어.”
“다리가 아파 걷지도 못하는데 안 갈란다.”
“안 걸어요. 어머님, 그냥 차에 앉아 계셔도 돼요.”
“그럼 한번 따라 가볼까?”
하루 종일 심심하게 집안에만 계신데 코에 바람도 쏘일 겸, 모시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외투를 걸치며 함께 나서는 어머님의 마음도 즐거운 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강정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니 행복했습니다. 다리는 좀 아팠지만..
뻥이요∼ 뻥튀기요…….
멀리 마을 어귀나 골목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면 꼬마들은 마음부터 들떴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딱지치기 구슬치기도 팽개치고 동네 아이들 모두 뻥튀기 장수 곁으로 모여들었었지요.
그렇다고 해서 딱히 자기 집에서 뻥튀기를 튀기는 것도 아니었는데
장구통 모양의 시커먼 기계에서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풀려져 나오는 뻥튀기만 봐도 마음은 절로 풍성해지는 듯했습니다.
튀긴 후 뿌연 김이 솟아오르고 아이들은 구수한 그 냄새도 좋아 코를 연신 킁킁거리고, 철망 밖으로 튕겨 나오는 튀밥을 서로 먼저 주워 먹으려고 다투기도 했었습니다.
먹을 것이 흔치 않았던 60∼70년대의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저씨의 눈대중은 정확합니다. 한번 튀기는데 깡통 하나에 쌀 1되가량을 준비합니다.
▶쌀 1되를 넣어 180-200도를 넘기는 온도가 되도록 회전을 하며 돌아갑니다.
▶ 식용유 약간, 물엿과 설탕을 1:1로 넣고 튀긴 쌀에 골고루 버무립니다.
뻥튀기 아저씨의 노련한 솜씨, 하얀 솜털 같은 크게 튀겨 져 나온 펑 뛰기로, 아주머니는 설탕과 물엿을 적당히 넣어 방앗간에 있는 깨소금 볶는 기계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빙그르르 돌아 가 잘 섞어 주었습니다.
▶ 무거운 방망이로 꾹꾹 힘주어 밀어줍니다.
▶ 몽둥이로 자로 댄 것처럼 칼로 잘라냅니다.
▶ 살짝 식으면 까실까실 맛있는 강정이 완성됩니다.
▶ 시아버님 제사상에 올릴 큰 강정 5개도 만들었습니다.
두 귀를 막고 무서워하면서도 신기 해 하기만 했었습니다. 모락모락 퍼져나는 그 향기는 내 어릴 때의 그리움이었습니다. 또 밀려있는 쌀을 금방금방 부어 가스 불 붙여 기계를 돌린 후 아저씨의 호루라기가 삐이익 ♬ 울리자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앞이 보이지 않게 하더니 하늘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설이 가까이 오자 달군 솥뚜껑에 쌀을 놓으면 부풀어 올라 튀겨져 나왔습니다. 곤로 위에 물엿과 설탕을 녹여 튀겨놓은 쌀을 버무리고, 납작한 판에 골고루 펴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 내고 따뜻한 온돌방에 신문지 위에 늘어 말려서 칼로 자르곤 하였습니다. 먹을 땐 신문지가 묻어 있어 뜯어 내어가며 먹어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쌀, 땅콩, 검은 콩 등을 넣어 영양만점의 강밥이 만들어져 나와, 요술을 부리는 마법의 세계로 여행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명절이면 찾아오는 뻥튀기 아저씨~ 그립지 않으십니까?
고소하고 달콤한 강정을 만들어 와 먹으며 벌써 명절 기분 미리 내 보았습니다.
먹을거리 지천이지만, 그래도 손이 먼저 가는 간식으로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잔잔한 추억을 함께 먹는 기분으로....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아직 찬 기운 남아있는 겨울이었지만, 볼이 발갛게 되어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어머님의 마음은 자식들과 손자 녀석들 입에 들어 갈 것을 생각하면 추위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설날, 부모형제간의 따뜻한 정 나눌 생각을 하면 벌써 행복함 밀려옵니다.
밤마다 조금씩 가져다 먹는 강정의 맛은 추억 속으로 밀어 넣고도 충분함이 깃든 간식거리였습니다. 이불 하나도 당기고 밀쳤던 어린 시절을 떠 올리면서 가까워진 설날 만나게 될 정다운 이들을 그리워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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