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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추억속으로 여행, 행복한 친정나들이

by 홈쿡쌤 200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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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정나들이를 하였습니다. 6남매의 막내로 자라다 보니 부모님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무궁한 산천만이 제자리를 지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울긋불긋 봄꽃들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시골길을 달려 나란히 누워계신 산소 앞에 차를 세워주는 남편입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 사이에 잡풀을 뜯어내며 엄마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봉분을 어루만졌습니다.

‘엄마! 잘 있지?’ 하고 말입니다.

아무런 대답은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엄마의 그 온화한 미소가 번져나갔습니다. 당신은 못 먹어도 자식만은 공부시켜야 한다며 허리가 휘도록 열심히 사시다 가신 분인 줄 알기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목이 메여오던지.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먼저 엄마 아버지 앞에 데려다 주는 남편이 늘 고맙습니다.


꼭 잠긴 열쇠를 따고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엔 이리저리 낙엽들이 나뒹굴고 장독대 위에, 대청마루엔 뽀얀 먼지만 자욱하였습니다. 온 가족이 까르르 이웃담장으로 웃음 넘기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골목길을 내달리며 잡기 놀이 숨바꼭질하며 놀았던 친구들의 모습도 그리웠습니다. 흘러가는 세월 탓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꽃을 좋아하며 마당 가에 심어 둔 장미  줄기는 숨을 쉬고 파란 잎을 틔워내며 살아있음을 알리고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충 쓸고 닦아 놓고 창고에 있는 나락을 싣고 정미소로 향하였습니다. 커다란 정자나무 곁에 쓰러져가는 듯 서 있는 정미소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 나보다 나이가 더 먹었을 것입니다.

“아이코! 아기씨 왔나?”
“응 언니.”

사촌 올케가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웬걸 3포나 되노?”
“쌀 찧어서 조카 결혼식 때 오면  나눠주려고.”

큰오빠의 아들이 4월 25일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정미소 풍경 구경 한번 하실래요?


마을입구 정자나무

여름이면 나이 든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  뽀얗게 먼지 앉은 정미소 내부
 
▶  졸졸졸 잘 빨려 들어가는 나락      

     실고 온 나락 3포를 부었더니 금방 삼켜버립니다.


    
▶  나락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사촌올케는 기계를 살핍니다.

▶  열심히 나락을 삼켜 껍질을 벗기고 있나 봅니다.

▶  1차 공정 껍질만 벗긴 현미가 내려옵니다.

▶  1, 2, 3번에 걸쳐 쌀이 도정되어 나오는 모습

▶  뽀얀 쌀이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   마지막 공정을 거친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백미입니다.

▶  포대에 나누어 담아냅니다.

▶  쌀겨입니다. 먹거리 없었던 어린시절 개떡도 해 먹었던....


▶  왕겨입니다.

▶  리어카



"당신 한 번 타 볼래?" 

"진짜?"

막내로 자라나 아버지의 지게나 리어카는 나의 신나는 장난감이었습니다.

작은 체구라 쏙 들어갔었는데 나락 가마니 위에 걸터앉으니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퀴를 바라보니 꼭 옛날 유년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쌀 1포를 찧으면 삯으로 1되를 받거나 현금 5,000원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그걸로 노동 값도 안 되겠다."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버리지 못하고 있어."

하나 둘 떠나고 없는 시골에 우리 친정처럼 빈 집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나 그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어도

행복한 친정나들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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