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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아련한 추억여행 '닭 우리'

by 홈쿡쌤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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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여행 '닭 우리'
 

며칠 전, 혼자 살고 계시는 시댁을 다녀왔다. 6남매 잘 키워내시고 자식들 위해 다 내어주시고 이젠 빈 소라껍데기처럼 나약한 83세의 노모. 집안으로 들어서니 안 보이던 닭 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님! 닭 우리가 왜 나와 있어요?”
“응. 닭 3마리 사왔어.”
“어디서요?”
“장에서 샀지.”
“우와. 우리 어머님 장에도 갔다 오셨어요?”
“박스에 담아 왔지.”

“어머님 힘드시게 뭐 하러 샀어요?”
“밥알 버리는 게 아까워서. 나중에 알 낳으면 너희 갔다 먹으면 좋지.”

그저 싱크대에 밥 한 톨 떠내려가는 게 아까워하시는 어머님이고, 자식들을 위한 일임을 안다. 그래도 노인정에도 놀러 가시고, 가끔 5일장에도 다녀오시는 걸 보니 건강이 조금 나아지신 느낌이었다.

닭 우리 속을 쳐다보니 아직 어린 닭이었다.  

“어머님! 왜 닭장에 넣지 않고 닭우리 속에 넣어요?”
“응. 고양이가 물어가. 아직 어려서.”

“네.”




 

한 소년이 부엌문턱에 앉아 무엇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책보를 낀 옆구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비친다. 꼬꼬댁 꼬꼬! 드디어 닭울음소리. 소년은 둥우리에서 방금 낳은 따뜻한 달걀을 꺼내들고는 달음박질친다. 사거리 구멍가게로 달려간 소년은 주인 노파에게 부끄러운 듯 쭈뼛쭈뼛 달걀을 내민다. 노파는 달걀을 받아 귀에 가까이 대고 흔들어 본 다음에야, 소년을 향해 턱짓으로 진열대 쪽을 가리킨다. 소년은 하얀 도화지 한 장(5원)과 ‘눈깔사탕’ 두 알(2원)을 집어 들어 노파에게 확인시킨 다음, 다시 달음박질친다. 안개 깔린 등굣길 양옆으로 빨간빛 장미가 흔들려 가벼운 현기증을 일으킨다. 끈적끈적한 손바닥에서 사탕을 입에 털어 넣는다. 오빠가 4명이나 되는 장난질에 막내인 나도 옆에서 사탕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는 행운도 누린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닭을 많이 키웠다. 알을 낳으면 모았다가 5일장에 나다 팔아 돈을 만들었다. 장날만 되면 엄마를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십리 길을 걸어서 도착한 5일장에는 꼬맹이인 나의 눈에는 더 넓은 세상으로 보였고,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다. 고등어 한 마리를 새끼줄에 꿰어 돌아오는 길에는 참새 방앗간을 못 지나치는 것처럼 엄마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엄마! 나 풀빵!”

“너, 맨날 이거 먹고 싶어 따라오려고 하지?”

엄마는 못 이기는 척 10원어치를 사 주곤 했다.



 

어머님으로 인해 아련한 추억여행을 한 행복한 기분이었다.

여러분은 이런 추억 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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