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허전하거나 외로울 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저 보고 싶고 생각나는 건 부모밖에 없나보다. 6남매의 막내로 자란 탓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찾아간 친정은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았다. 파랗게 땅 냄새를 맡고 튼튼하게 자라는 들판을 바라보며 달려가면 30분이면 도착하는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그리운 친정이다. 큰오빠가 살아계실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청소도 했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대청마루에는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꿈을 키워왔던 오막살이 같은 집에서는 그래도 자연은 혼자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해 주었다.
▶ 푸른 들판
▶ 대청마루에 먼지만 뽀얀 친정집
▶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익어가는 석류
▶ 대추
▶ 박
▶ 조롱박
▶ 느티나무
▶ 토실토실 잘 익은 토마토
▶ 참깨꽃
▶ 고구마 줄기 따는 모습
▶ 도라지
▶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 담을 타고 오른 능소화
▶ 은은한 향이 나는 더덕꽃
▶ 감
▶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렸다.
▶ 콩
▶ 부추꽃에 나비가 살짝 내려앉았다.
▶ 옥수수
▶ 호박
집안을 둘러보고 텃밭으로 나왔다. 사촌 올케가 심어놓은 곡식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마침 부추에 비료를 하러 나온 올케는 나를 반겨주었다.
“아이쿠! 아기씨 오랜만이야.”
“응. 언니. 잘 있었어?”
“나야 늘 그렇지 뭐.”
“언니, 텃밭 잘 가꾸었네.”
“땅이 좋아 잘 자라네.”
“아! 부추도 좀 잘라가고, 고구마 잎이랑 줄기도 좀 따 가라.”
“그럴까? 맛있게 해 먹을게.”
인심 좋은 올케는 친정엄마처럼 하나 가득 채소들을 손에 쥐여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운 이별을 하고 왔다.
고향의 맛 같은 고구마줄기 볶음과 고구마순무침을 해 먹었다.
★ 고구마 줄기 볶음
- 재료 : 고구마줄기 200g, 풋고추 1개, 붉은 고추 1개, 양파 1/2쪽, 올리브유 마늘 약간, 간장
- 만드는 순서
①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긴다.
② 소금을 약간 넣어 끓는 물에 데쳐준다.
③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④ 물(멸치 다시물)을 약간 부워 준다.
⑤ 간장을 넣고 고구마줄기에 맛이 베이면 양파 풋고추 붉은 고추를 넣어 볶아낸다.
★ 고구마순무침
- 재료 : 여린 고구마순 100g, 고추장 1스푼, 마늘 식초 깨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① 고구마순을 끓는 물에 데쳐낸다.
② 삶아 둔 고구마순에 고추장 깨소금 식초를 넣어 조물조물 맛이 베이게 한다.
완성 된 모습, 맛있어 보이나요? |
옥수수, 감자 등과는 달리 고구마는 줄기, 잎, 뿌리 등 쓰레기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같다.
고향은 늘 풍성하고 엄마 품처럼 따뜻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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