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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린 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소중한 선물 ‘애자’

by 홈쿡쌤 200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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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소중한 선물 ‘애자’


이른 아침 정성스레 차려주는 식사,

매일 우리가족을 배웅해주는 사람,

그것보다도 우리 가족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엄마’라는 이름입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글자가 있다면, 바로 '엄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와 가까운 사람, 너무 고맙고 또 한없이 미안하기만 한 엄마에 대한 감정은 내게 애틋함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있을 땐 성가시고 없을 땐 그립기만 한 엄마에 대한 감정은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기 마련입니다. 웬수같은 자식이지만 감싸 안을 수밖에 없는 엄마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살다보면 아무리 부딪치기 싫어도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게 가족입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징글맞게 싸우고 금세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관계를 꼽으라면 형제간 보다는 단연 엄마와 딸일 것입니다. 아마 가족이라는 멍에 속에 우리를 가두고 너무 편안하고 막역한 사이이기에 서로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애자>는 바로 그런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돌아보게 하였고, 가장 가까우면서 또 가장 쉽게 상처를 주는 복잡 미묘한 모녀 관계를 통해 가족의 애틋함을 풀어놓았습니다.




 

스물아홉 애자. 고교 시절엔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렸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서울 생활이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지방신문 당선 경력은 억대 공모전 수상에 태클을 걸고,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친구 때문에 속 섞이기 바쁘고, 무엇보다 애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건 부산 사는 엄마 영희. 공부 못하는 오빠만 유학 보내주고 어릴 때부터 애자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이젠 날마다 결혼하라는 독촉에 시달립니다. 자신이 사고뭉치 딸인 건 생각도 않고 엄마에게 지겨움을 토로하던 어느 날, 엄마가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엄마와 그걸 지켜봐야 하는 딸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말 안 들을 거면 나가라, 이년아!” 소리를 지르는 엄마한테 “나한테 뭐 해준 게 있다고 이래라저래라 하노?”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딸. 불꽃 튀는 이 둘의 싸움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풍경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허긴, 말썽꾸러기였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듭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익숙한 일상이 유치하게 느껴지다가도 언젠가 그런 상황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연스레 <애자>에 빠져들고 맙니다. "나도 저렇게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겠구나.

나도 저렇게 엄마가 영원히 옆에 있을 것만 같이 함부로 대하고 있구나."하고 말입니다.


엄마와 딸, 아들과 아버지는 애증의 관계라 말을 합니다. 서로의 닮은 모습을 대견해 하면서도 그 닮은 게 못내 싫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질러대고, 빡빡 우기며 툴툴대고, 신경질 부려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만큼 쌓아 온 세월이, 부대낀 정이 있기 때문에.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걸 겪게 되고 또 그럴 수밖에 없게 되지만, 가족의 죽음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경험은 없을 것입니다. 엄마가 아픈 걸 빤히 알면서 몸에 밴 성질을 죽이지 못한 채 한참 성질부리고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애자. 게다가 작가가 되고픈 바람과 현실과의 간격은 너무 크고, 내심 의지하던 남자친구와도 결별을 하며 마냥 당당할 것만 같던 애자에게도 눈앞의 현실은 점점 더 감당하기 벅찰 정도가 되어갑니다. 그런 애자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변함이 없고, 딸내미를 울고 웃기는 데는 단연 일등. 이 모든 게 엄마이기에 가능하단 걸 알기에, 그만큼 애자에겐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퍼뜩와~ 에미 심심하다. 서울 간 애자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쪽지


괘안타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이 들어도 딸 앞에서는 끝까지 괜찮다고 말하던 엄마.


니 남편 만나고, 니 애 낳고 살다보면 언젠가 엄마는 잊고 그렇게 잘 살게 될 거야.

 

참 곱다 애자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뽀얗게 핀 벚꽃을 보고 감탄하는 엄마.


아가,, 엄마가 먼저가서 미안해..


보내도... 엄마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애자에게 자신을 보내달라고 하는 장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곁을 떠나간 엄마생각으로 온통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애자는 그래도 얼마 되지 않는 기간이나마 보낼 준비라도 했지만, 저는 6남매의 철없는 막내딸이었습니다. 친정과 가까이 있기에 아픈 엄마를 우리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온 가족이 엄마의 그 아픔이 ‘간암’말기라는 사실을 다 알았어도 나만 몰랐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멀리 살고 있기에, 병원 달려가기 가까울 것 같아 우리 집에 모셔왔는데 마음약한 내가 엄마의 병을 알고 나면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게만은 비밀로 했던 것입니다. 함께 살고 있는 남편마저도 내게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알아차린 못난 막내였습니다.  입이 까칠하여 죽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시기인데도 죽거리를 준비해 놓지도 않고 출근 해 버려 남편에게 혼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아픈 엄마 끼니도 안 챙긴다며....


당신이 제게 쏟았던 그 정성 반도 채우기 전에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갔을 때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니, 엄마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그 몇 개월 동안만이라도 내 마음 다 쏟아 부었을 텐데……. 원망스럽고 한스러울 뿐입니다. 73세라 아직도 내 곁에 많이 있어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살아왔기에 더욱....


만날 티격태격 싸우던 모녀가 슬프게 이별하는 이야기. 우리 엄마 같은 김영애와 사고뭉치 철부지 애자를 눈물 쏙 빠지게 연기한 최강희의 열연은 <애자>를 이끌어가는 큰 힘이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짐정리를 하던 중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은 문서하나가 눈에 들어와 클릭을 해 보니 딸과의 소통을 위해 열심히 자판기를 두드린 한글파일속에 엄마의 글,
깐따삐야꼬스뿌라떼 뭘 바 이년아 평생 못 쓸 줄 알았냐?


“니가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 줘 봤나?”

"결혼이 무슨 '조국통일'이가? 소원이게."

코가 시큰해지도록 눈물이 나오지만 웃음도 함께 있는 영화였습니다.



엄마의 죽음이 다가오고 나서야 깨닫고 마는 철없는 딸의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 더 사람들에게 와 닿는 것이 아닐까요.


 ‘깐따삐야꼬스뿌라떼’ 라는 책을 퍼내 엄마 영전에 바치고, 애자는 살아있을 때 엄마가 가르쳐주어도 되지 않았던 휘바람을 엄마의 말을 머리속으로 떠올리며 입을 모아 불기 시작합니다.


모든 힘이 엄마와 딸의 값진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하였고, 엄마 없이도 힘겨운 세상 당차게 살아가는 <애자>였습니다. 
 

늘 우린 먼저 보내놓고, 또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그 마음을 헤아리며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살아계실 때 엄마와의 정을 한 번 더 느껴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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