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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린 속으로

6인 병동의 가족멜로 '내사랑 내곁에'

by 홈쿡쌤 200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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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출연작마다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명캐릭터를 탄생시켜 온 천의 얼굴 김명민. 그는 촬영 수개월 전부터 루게릭병에 대한 자료조사는 물론 실제 루게릭 환자들과 주치의를 정기적으로 방문해가며 치밀하게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한다. 또한 실제 루게릭병 환자들의 병 진행과정에 맞춰 손동작, 발동작, 표정 등이 어떻게 미묘하게 다른지까지 분석해 연기에 반영하는가 하면, 촬영기간 동안 180cm의 장신 키에 체중이 52k가 되기까지, 무려 20kg 이상을 감량하는 놀라운 집념을 보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촬영 막바지엔 건강을 염려한 제작진이 감량을 만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불면증, 저혈당 증세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캐릭터를 위해 감량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1kg을 감량하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하는지 알기에 배우로서의 프로정신 높이 평가하고 싶고 더 훌륭해 보이는 김영민이었다. 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영화라 너무 슬플 것이라는 선입감 때문이었는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는 못했고 좋은 평점 또한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줄거리

〃나 몸이 굳어가다 결국은 꼼작 없이 죽는 병이래.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줄래?〃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는 종우(김명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던 날, 종우는 어린 시절 한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운명처럼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신혼 보금자리는 바로 병원. 종우는 숟가락 하나 손에 쥐는 것도 힘겨운 처지지만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 지수가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누구보다 투병의지가 강하다.


〃지수야, 나한테도 정말 기적이 일어날까...〃

전신마비나 식물인간 상태의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 비슷한 아픔을 지닌 병동 식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위로받으며 지내는 사이 회복세를 보이는 환자도 수술의 희망을 갖게 된 환자도 하나 둘 생겨난다. 그러나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가고, 병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투병의지를 불태우던 종우도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는 게 점점 더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언어장애가 시작되는데......

<사진 줄거리는 다음 영화에서>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어 지능, 의식, 감각은 정상인 채 온몸의 근육이 점차 마비되어가는 희귀병이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어 대개 발병 후 3~4년 안에 호흡에 필요한 근육마저 마비돼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팔다리나 얼굴 근육 마비를 시작으로 결국에는 눈만 깜박거릴 수 있을 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병이 진행되는데, 말짱한 정신으로 하루하루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이 변해가는 자신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 불린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법학도 종우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지수를 만난다. 장례지도사 지수의 착한 마음을 목격한 종우는 ‘내 곁에 있어 달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간단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병원에 신혼방을 차리고 함께 병을 이겨나간다. 그러나 종우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면서 사랑만으로 견디기 힘든 나날들이 시작된다.


두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큰오빠 생각이 나던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심한 말을 하며 ‘정을 뗀다.’고 말들을 한다. 종우가 지수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하면서 이별을 고한다. 그 속마음은 지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하며 환갑을 앞둔 우리 큰오빠. 동생들 공부시켜가며 자신을 희생하신 이 세상의 큰아들이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오빠를 보기 위해 퇴근을 하고 매일 찾아갔다. 하루하루 뼈만 앙상하게 남기고 쇠약해져 가는 모습을 보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전복죽을 끓여 병원에 넣어주려고 바삐 뛰어가니 승강기 앞에서 큰 올케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언니! 아침부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더 안 좋아졌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니!~ 말을 해!”

“오빠가 오늘 이상하네.”

“왜?”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나한테 짜증을 내고 나가라고 하잖아.”

“어쩌누. 언니, 오빠가 정 떼려고 그러나 보다.”

“그래도 심하잖아.”

“언니가 이해해. 예민해서 그럴 거야.”

“이해는 해 그래도 서운하다.”

“기운 내 언니!”

“어서 가. 출근해야지.”

그렇게 며칠 이겨내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프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제나 그렇듯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지수-종우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을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멜로가 들어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하니 조금 괜찮은 영화였다고 평하고 싶다.


1. 백종우/김영민

“백종우 사전에 포기란 없지! 난 꼭 살 거야.”

전도유망한 법학도였으나, 루게릭병에 걸리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몸도 가누기 힘든 처지가 됐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날 거라 믿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투병 중에도 지수를 만나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고시공부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남자. 누군가의 곁에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혼자서도 행복해야 정말 행복한거야...



2. 이지수/하지원

“원래 사람은 다 죽어. 순서가 따로 없어.

그러니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야.“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당차고 씩씩한 여자. 직업상 늘 죽음을 대하기 때문에 천한 직업이라 여기며 두 명의 남자로부터 이별하고 종우의 병을 알면서도 스스럼없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손을 가졌다고 말하는 종우, 그러나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남편을 지켜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3. 박근숙 & 춘자/임하룡 & 임성민

“춘자씨 이상형이 쌍꺼풀 미남이야. 늘 테이프를 붙이고 있어야 해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인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남편 근숙. 병동에서 오락부장으로 통한다.




4. 주옥연 & 남편 / 남능미 & 최종률

“영감...제발 눈을 뜨라구. 어떻게 끝까지 날 골탕을 먹여?”

병원 허드렛일을 하며 식물인간인 남편이 깨어나기만을 9년째 한결같이 기다리는 노부인. 지수가 어머니처럼 의지한다. “세상에서 제일 먹기 힘든 게 마음이고 제일 버리기 힘든 건 욕심이고 제일 배우기 힘든 기술은 잘사는 기술이다.”



5. 서진희 & 엄마/손가인 & 신신애

“나 좀 그냥 죽여줄래? 그냥 편하게 지금 죽게 해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피겨선수 진희. 불수의 몸이 된 어린 딸 앞에서 눈물을 감추고 가슴으로 통곡하는 어머니. 유일하게 자신의 안하무인 행동을 꾸짖는 종우에게 마음을 연다.




6. 배석중 & 배석원/ 임종윤 & 임형준

“살인? 내 형이라구! 당신이 내 심정 알기나 해?”

수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형을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24시간 뒷바라지하는 돌봐온 동생. 생활고를 버틸 수 없어 병원 측에 안락사를 요구한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자신의 삶을 희생한 채 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의 헌신적 사랑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한계 상황에서도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고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건 소중한 가족뿐이며, 어려운 시대 먹먹해진 우리 가슴에 따뜻한 위로가 되는 것 또한 가족애뿐인 것을.


오늘도 병상을 지키며 하루를 죽이고 있는 그들에게 판도라 상자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 살포시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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