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못 마시는 분께 드리는 6가지 전략
이제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꼭꼭 닫아 놓아도 세는 칼바람을 막을 수 없나 봅니다. 아무리 기온 차가 많이 나지 않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도 추워서 샤워조차 하지 못하고 83세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휴일이면 목욕탕으로 향합니다.
“어머님! 우유 하나 사 갈까요?”
“오냐. 그래라.”
우유 240ml 하나를 사서 목욕 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하였습니다.
일주일간 쌓였던 몸과 마음의 때를 벗기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어머님을 부축하여 목욕을 시키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할무이~ 딸이요?”
고만고만하게 연세 드신 분은 자주 묻습니다.
“딸이 아이고 며느리요.”
“요새 며느리하고 목욕탕 오는 사람도 있네.”
“우리 며느리는 꼭 딸 같심더.”
그만큼 편안하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그 말이 참 듣기 거북스럽습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님 모시고 목욕탕 오는 일이 왜 그렇게 이상한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우유 드세요.”
커다란 우유를 드리니 갈증이 났던지 금방 빨대에서 쪽쪽 소리를 냅니다.
말끔하게 씻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하신지 한 숨 주무시고 일어나시더니 우리 어머님 화장실 가시기도 전해 옷에 설사를 해 버립니다.
“어머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응. 우유 먹은 게 잘못되었나 보다.”
“급하게 드셔서 그런가?”
평소 잘 드시지 않던 우유를 그것도 차게 마셨으니 그럴 수밖에. 제 잘못이 컸던 것입니다.
우유를 마시기만 하면 속이 거북하다면서 우유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 중에 많은 것을 깜박 잊었던 것입니다. 우유를 마시면 배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하는 등 배탈이 납니다. 나이가 들면서 유당(우유 안에 든 탄수화물의 대부분을 차지)을 분해시키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적게 분비되는 것이 원인으로 유당 불내증이라 합니다.
이런 증상은 유럽ㆍ북미 등 백인에겐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동양인ㆍ흑인ㆍ히스패닉(라틴계)엔 발생률이 높습니다. 유당 불내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성장하면서 락타아제의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는 것입니다. 락타아제 분비량은 보통 유아기 때 최고치를 나타내다가 2세 이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성인이 되면 락타아제의 활성이 유아기의 5~10% 수준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은 요령껏 우유를 마셔서 유당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유당 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분께 드리는 6가지 전략
1.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한다.
우유를 빵ㆍ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함께 먹으면 우유의 소화가 이 식품들과 함께 일어납니다. 따라서 우유의 유당이 소장에 더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천천히 락타아제의 작용을 받게 됩니다. 유당이 서서히 소화되면 유당 불내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2. 우유를 조금씩 자주 마신다.
유당 불내증은 다량의 유당이 단시간에 흡수될 때 생기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우유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는 소량씩 여러 차례 나눠 마시면 유당 불내증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평소에 우유 500㎖를 마신 뒤 유당 불내증을 경험했다면 250㎖씩 두 번에 나눠 마십니다. 200㎖만 마셔도 유당 불내증이 나타났다면 100㎖씩 두 번에 나눠 마시면 됩니다.
3,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서 마신다.
우유는 냉장 보관이 원칙입니다. 냉장고(5도)에서 막 꺼낸 찬 우유는 위 속에서 위산에 의해 부드러운 덩어리로 바뀐 뒤 빠르게 소장으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위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것입니다. 반면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면 위 속에서 우유 덩어리가 단단해져 위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유당이 천천히 위를 통과하므로 락타아제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유당을 처리(분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우유 대신 유제품으로 섭취한다.
치즈ㆍ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발효과정에서 20∼30%의 유당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락타아제가 처리해야 할 유당의 양이 줄어들어 우유보다 더 잘 소화됩니다. 우유와 요구르트를 섞어서 마시는 것도 방법. 요구르트에 든 유산균은 장에서 유당을 분해시킵니다. 또 장내 유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랍니다.
5. 두유를 대신 마신다.
우유의 당질(탄수화물)은 대부분 소화시키기 힘든 유당입니다. 이와는 달리 두유의 당질은 '웰빙 성분'으로 통하는 올리고당입니다. 유당 불내증을 지닌 사람에겐 두유가 훌륭한 대체음료가 될 수 있습니다. 콩엔 유당이 일절 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유당을 미리 분해한 우유를 사서 마신다.
'락타아제 프리 우유', '락토 프리 우유' 등 우유의 유당을 인위적으로 분해시킨 제품이 이미 출시돼 있습니다. 유당 불내증이 심한 사람은 마트에서 이런 우유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이제 더 이상 시어머님을 고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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