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봄내음이 한 발짝, 가다랭이 마을과 설흘산
여기저기 봄꽃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요즘이다.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남해를 다녀왔다. 모든 것을 다 털어내고 봄바람을 가르며 달려간 곳은 남해 가다랭이 마을과 설흘산이었다. 마치 소풍가는 기분으로 들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온 기분이다.
★ 가다랭이마을
입구에서 할머니들이 제일먼저 우리를 반긴다. 직접 농사지은 햇마늘이다. 쑥 한봉지에 2,000원으로 인심 또한 넉넉하였다.
층층이 다랑이논 사이를 오르내린다. 다랑이논은 초록것들로 온통 푸르다. 푸른 다랑이논을 만드는 것들은 마늘과 봄나물이다. 풋마늘이 맛이 좋을 때다. 밥상에 올라 봄맛을 전해준 그 풋마늘 맛을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
모두 층층인 까닭에 위치만 잘 잡으면 마을 곳곳이 훤하게 보인다.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는 기분이다.
무늬다. 그 무늬가 생기기까지 몇 백년의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 곧장 곤두박질 치는 가파른 지형. 108개의 층층 다랑이논이 45도 경사의 설흘산 자락을 따라 바다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풍경이다. 가천 다랑이 마을은 인간이 만들어낸 집체예술이었다.
남해 가천 암수바위 [南海加川-]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에 있는 암수바위.
지정번호 경남민속자료 제13호
지정연도 1990년 1월 16일
소장 가천부락
소재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
크기 숫바위 높이 5.8m 둘레 2.5m, 암바위 높이 3.9m 둘레 2.3m
분류 신앙자료
남근을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나?
▶ 구름다리
일일이 돌을 날라 석축을 쌓고 흙을 넣어 논을 만들었다. 108개의 계단식 논이 그렇게 생겨났다. 683개의 논배미들이 땅의 모양새를 따라 알뜰하게 자리했다. 너무 작아 아직도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논. 한 뼘의 땅도 포기할 수 없었던 억척스런 세월의 증거들이다. 구불거리는 곡선의 무늬들에는 그 고단한 시간이 서려있다.
최근엔 ‘지겟길’이 생겼다. 걷기 열풍으로 지자체들이 저마다 다양한 길을 만들고 있지만 지겟길은 좀 다르다. 지자체가 아닌 마을이 직접 길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지게지고 오르내리던 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다랑이’는 ‘다랑논’을 뜻한다. 산비탈을 깎고 축석을 쌓아 일군 계단식 논이다. 산허리를 잘라 평지로 고른 비탈마을 사람들, 그 숱한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들어내어 담을 쌓고 바닥에 진흙을 발라 물 빠짐을 막아야 비로소 논이 된다고 하니 그 정성과 노력을 어떤 말로 표현하겠는가.
힘들게 얻은 논바닥. 얼마나 작았던지 전해 내려오는 삿갓배미 전설 한 토막에도 애잔함이 잔뜩 묻어있다.
▶ 동백이 아름드리 피웠다.
다랑이마을을 구경하고 난 뒤 바로 설흘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 설흘산 굽이굽이 봄내음이 한 발짝
한 시간 가량을 달려 가천 다랭이마을 뒤편에 솟은 설흘산은 해발 482m로 그렇게 높지않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 진달래가 활짝 피어 우리는 반긴다.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봉수대에 서서 바다쪽을 굽어보면 감탄사가 저절로 터진다.
망경창파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쪽에서 바로 솟아난 날카로운 암릉이 마치 부채모양으로 서 있어 남동쪽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아득하게 보이고 저 멀리 전남 향일암 주변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한려수도의 아기자기한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 봉수대
그래서 설흘산 정상에서 만나는 해돋이는 남해에서 으뜸으로 쳐주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장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동해와는 다른 색다른 울림이 있는 남해의 일출은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 환상적인 색감에 넋이 나가 버릴 정도다.
▶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옹기종기 앉은 마을의 모습
▶ 파릇파를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한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배미가 있었다’ 그 논배미를 찾아 온종일 비탈을 헤맨 농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밟힌다. 땅의 고마움을 아는 남해 사람들의 강인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에는 몽글몽글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었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 만끽하고 돌아 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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