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7. 12. 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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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할머니가 안 계세요"


  혼자 계시던 시어머님을 집으로 모셔온 지 며칠 째, 이웃도 없는 아파트에서 집에만 계시는 것을 보니 마음 한편으로 씁쓸함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 동안 먹던 약도 거의 다 되었고, 병원 한번 가보고 싶다하시기에 조퇴를 하고 나와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드시는 것도 잘 드시고 하는데 어지럽고 기운 없어 하십니다."

"중풍 예방약하고 울렁거림증 약 처방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뵈어도 노병이라 딱히 약도 없다고 하십니다.

약국에 들러 보름치 분량의 약을 타서 주차장으로 가려고 하니 할머니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느린 동작을 하고 있는 어머님이라 제가 얼른 전화를 받으니

"엄마? 할머니가 안 계세요."
"할머니 지금 엄마랑 같이 있어."
"어디세요?"
"병원"
"휴~ 걱정 했잖아요."

"왜?"
"아프신 할머니가 집에 안 계시니까 말입니다."
"그래. 우리 아들 다 키웠네."

학교에 갔다가 반가이 맞아  줄 할머니가 안 계시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곁에 앉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저씨께서

"할머니 손자신가 봅니다."
"네. 할머니가 안 계시니 전화를 했네요."
"녀석, 잘 키우셨네요."

"아닙니다. 할머니가 어릴 때 키워 주셨으니 그렇죠."
"그래도 아이들이 어디 그렇습니까?"
"예쁘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허허허..."

그 말씀을 듣고는 시어머님도 손자녀석이 참 대견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어떤 아저씨가 아들보고 잘 키웠다고 하더라."
"왜요?"
"할머니 안 계신다고 전화까지 다 한다고..."
"제가 좀 착하죠?"
"엥??"
우린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담 너머로 웃음을 흘러 보냈습니다.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선거가 있는 날, 시어머님은 혼자 있어도 친구가 있는 시골이 좋다고 하시며 선거 핑계를 대며 살던 곳으로 구지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두게 한다는 사실을 결정하기가 어려워 시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고모~ 어머님이 자꾸 시골 가신다고 하는데..."
"그럼 반찬이나 좀 만들어서 며칠 지내게 해 봐. 소원하시니..."
"네. 그래 볼게요."
그렇게 어머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바쁜 손놀림으로 미역국 한 냄비 끓어놓고,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어머님~ 끼니 빠지지 말고 꼭 챙겨 잡수세요."
"오냐~ 알았다."

집에 계실 때에는 기운 없으시다 며 누워만 있으시더니, 시골에 와서는 염소 사료도 주고, 이리 저리 움직이시는 것 보니 차라리 잘 모시고 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밥을 해 함께 점심을 먹고 난 뒤,

"엄니~ 저 갑니더."
"그래, 어서 가서 아이들 챙겨라."
"네. 어머님 몸 안 좋으시면 당장 전화하세요."
"그려 그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서 있는 것 보니 기분 참 묘해졌습니다.

20-30년만 있으면 바로 내 모습 같아서 말입니다.


집에 거의 도착 할 때가  되니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엄마! 할머니는?"
"응 시골 모셔다 드렸어. 엄마는 집앞이야."
"그냥 혼자 두시고 오면 어떻게 해?"
"혼자 계시겠다고 하네."
"그래도 엄마는 그럼 안 되지."

".................."


그럼 안 돼?

정말 어떤 게 효도인지 모를 일입니다.

집으로 모시고 오자니 하루 종일 혼자서 소일거리도 없이 지내야 하고,

시골에 혼자 계시게 두자니 몸이 안 좋으시니 밥도 안 넘기실 갈 것이고, 또 하기 싫어 대충 드실 것 같기에 말입니다. 빨래 걱정도 되고....

혼자 주무시다 그렇게 쓸쓸히 정신을 놓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더 크게 앞섰습니다.

"자식 애 안 먹이고 자는 듯 떠나가고 싶다”고 소원하시건만 인력대로 안 되는 게 사람 목숨이니....


가슴 한 컨이 묵직합니다.

건강히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아들 녀석 저녁이면 전화를 걸며,

“할매! 밥 묵었어?”

반말을 해도 귀여운 아들입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을 보면.....

손자의 목소리 듣고 빙그레 웃으실 어머님을 떠올립니다.


이 모두가 어머님이 주신 사랑 때문임을 잘 압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07 블로거기자상 네티즌 투표

여러분의 귀한 한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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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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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밝은미소

    따뜻한 가족애 봅니다.
    혼자 계시는 엄마에게 전화라도 한 통화해야겠습니다.

    2007.12.21 18:27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림자놀이

    행복하세요. 오래오래~

    2007.12.21 18:28 [ ADDR : EDIT/ DEL : REPLY ]
  4. 송정임

    어머니라는 이름은 늘 그리움이되는듯합니다.

    2007.12.21 18:31 [ ADDR : EDIT/ DEL : REPLY ]
  5. 며느리(어머니)가 효를 잘하시니
    손자는 어머니를 본받아 할머님께 효자되지요
    명심보감에 "내가 부모(조부모님)님께 효도를 잘하면
    내 자식 또한 (나에게)효도를 잘할 것이요"라고 했듯이
    어린이(손자 손녀)는 부모님이 하는데로 보고 실천하지요

    2007.12.21 18:34 [ ADDR : EDIT/ DEL : REPLY ]
  6. 손자를 효자로 키우신 부모님과 그 할머님께
    자욕쌍친락 가화만사성의 축복을 흰눈처럼
    자자손손 받으소서 누리소서

    2007.12.21 18:35 [ ADDR : EDIT/ DEL : REPLY ]
  7. 구름꽃

    초등6학년으로 알고있는데 녀석...잘 키우셨어요.ㅎㅎㅎ

    2007.12.21 18:41 [ ADDR : EDIT/ DEL : REPLY ]
  8. 사랑해

    아 오랫만에 굉장히 감동적이네요 ^^그냥 읽고 지나가려다가 마음이 훈훈해 져서 답글남기구가요~ㅋㅋ맞아요 누구나 늙게 되고 저 할머니의 모습이 언젠가는 제 모습이 되겠죠?그나저나 아드님 정말 귀여워용 ㅎㅎㅎ

    2007.12.21 19:10 [ ADDR : EDIT/ DEL : REPLY ]
  9. 초로기

    남자들은 "엄마, 내가 장가가면 효도 많이 할게.."한답니다. 우습죠? 장가가서 자기가 효도하는 게 아니라 마누라더러 제 부모 잘 섬기라는 거죠. 머 저도 시모 계시지만 그 점이 섭섭하더라구요. 나도 울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데 순서에서 밀리니까..따뜻한 마음, 정말 보기 좋네요. 그치만 시부모님께 잘 하다가도 꼭 친정 부모님 생각에 밸이 꼬일 때도 많다는거.. 참 슬픕니다..

    2007.12.21 22:04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들이 벌써

    할머니 시골에 혼자 두고 온 엄마보고 "그래도 엄마가 그러면 안되지" 했단 소리에 소름이 돋네요..그 어린 것이 벌써 할머니(시어머니)에 대한 효는 엄마가 할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나중에 결혼해서도 즈이 엄마 돌보고 공양하는 일은 마땅히 자기 부인이 해야 할 일이란 선입견이 개개가정에서 만들어지고 굳는 과정 보는 것 같아 오싹.

    2007.12.21 22:29 [ ADDR : EDIT/ DEL : REPLY ]
    • 오싹은 ....좀

      노쇠하신 할머니를 시골에 혼자계시니 걱정이 되어서 그런 말을 한것같네요. 측은지심이랄까
      아드님의 마음씀씀이에 보기 좋은데..

      2007.12.22 02:31 [ ADDR : EDIT/ DEL ]
  11. 김준성

    우리형 같다 ,,,,,,,
    가까이 있으면 혼자라도 찾아가 이런저런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식사도 같이하고 논두렁도 둘러보는 정말 좋은형인데
    떨어서 있어서 볼 기회가 부족한 우리 할매 심정은 어떨까,,
    이제 내가 실천할땐가 보다

    2007.12.21 23:49 [ ADDR : EDIT/ DEL : REPLY ]
  12. 구름나그네

    따순 가족애 봅니다.
    늘 행복으로 채우시는 날이시길 빕니다.
    엄니~ 오래오래 사세요. 효도받으시며요.ㅎㅎㅎ

    2007.12.22 03:47 [ ADDR : EDIT/ DEL : REPLY ]
  13. 개똥이

    무슨 댓글에...말들이 이렇게 많아유~~~~~~~
    됏시유~~~~~~~~통과~~~~~~~~~

    2007.12.22 07:05 [ ADDR : EDIT/ DEL : REPLY ]
  14. 효진엄마

    만 5개월된 아기 시엄마에게 맡기고 출근하는 직딩맘입니다..
    한 무게하는 손녀지만..(현재 10kg^^;;) 그래도 이뿌다며 손에서 안 놓으십니다..
    울딸도 커서 아드님처럼 할머니 잘 챙기는 이쁜 손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7.12.22 08:50 [ ADDR : EDIT/ DEL : REPLY ]
  15. kkomo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이 아이에게까지 투영된 듯 합니다.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일들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아타깝습니다.
    예쁜 맘을 가진 그대에게 축복이 있기를~~~

    2007.12.22 10:49 [ ADDR : EDIT/ DEL : REPLY ]
  16. 갈무리

    마음 한곳이 찌 잉 하네요 눈시울이 뜨거워 지네요 엄생각에

    2007.12.22 11:15 [ ADDR : EDIT/ DEL : REPLY ]
  17. 엄마

    이글읽으며왜이리 눈물이날까요 귀여운손자 효성 오랫동안변치않기바래요 이쁜녀석

    2007.12.22 11:25 [ ADDR : EDIT/ DEL : REPLY ]
  18. 울엄마

    울엄니도 그러시거든요.

    아파트로 모시고 오면 오히려 병나시는것 같아요.

    혼자계셔도 시골에 계시겠다네요.

    시골서 부지런히 움직이시는게 어르신들한테 더 나은듯 싶습니다.

    2007.12.22 12:17 [ ADDR : EDIT/ DEL : REPLY ]
  19. 세계로

    왠지 나의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효자 집안에서 효자 난다고 하지요.
    효심 좋은 며느님 손자를 뵈어서 기쁩니다....
    늘 건강하세요...

    2007.12.22 15:20 [ ADDR : EDIT/ DEL : REPLY ]
  20. 헤인디

    우리 엄마 생각난다.

    2007.12.23 15:01 [ ADDR : EDIT/ DEL : REPLY ]
  21. 부분공감

    나도 며느리랍니다. 글읽으면서 눈물이 맺혔는데
    순위가 바뀌는것 슬픈일입니다. 친정엄마하고 시엄마가 아프시다면
    순위가 시엄마라는것 ,,,
    손윗시누는 뭐라하는줄 아세요.
    자기딸이 그랬답니다.
    "엄마 나도 커서 숙모들처럼 멀리 살을까? 아님 엄마처럼 옆에 살까?"
    아니 거기왜 숙모란 단어가 들어가야 되나요 외삼촌이 들어가야지
    그리 말하는 시누의 심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하지만 시누 시엄마옆에 산다고 절때 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부모에게 받기만을 바라지요

    오히려 차로 20분거리에 사는 저희가 더 열심히 하지요
    그래도 그러면서도 마음한켠은
    늘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전 불효녀입니다. ㅠㅠ

    2007.12.23 16:25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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