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한번 검어지면 다시 희어지기는 어렵다?

by 홈쿡쌤 2008. 1. 29.
728x90
반응형
 



한번 검어지면 다시 희어지기는 어렵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는 말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저는 며칠간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33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보물 같은 첫 딸을 얻었고, 욕심처럼 둘째 아이는 아들이었음 하는 바람으로 낳았을 때에는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엄마의 바깥생활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딸아이는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준비물이며 숙제를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씨알 같은 누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녀석 둘은 도서관으로 공부를 한다고 가방을 들고 나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날아 왔습니다.

"엄마! 나 지금 첼로 학원가요."

전화를 걸어 보니 첼로 선생님이 약속이 있어 12: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며 버스를 타고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알았어. 잘 갔다 와."

딸아이를 보내놓고 나니 아들 녀석의 점심이 은근히 걱정이 되어 시골 어머님도 모셔올 겸 집 가까이에 있는 분식점에 들러 김밥을 두 줄 사서 도서관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에 있어야 할 아들 녀석의 머리맡에는 누나가 써 놓고 간 메모장만 달랑 붙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혹시나 하여 화장실, 책대출실, 도서관 주위를 다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녀석이 어딜 간 거야?'

할 수 없이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함께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머리가 아프시다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첼로 학원을 들러 딸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가 보았습니다. 4시가 넘었는데 아들의 자리에는 내가 놓고 간 김밥만 이웃자리로 옮겨져 있었고,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아까처럼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요 녀석 어디 PC방 간 것 아니야?" 하더니 차를 몰고 가까운 PC방 앞에 멈추더니

"당신, 한 번 들어갔다 와 봐!"

"싫어요. 우리 아들은 안 가요."

설마, 엄마를 속이고 갈 녀석이 아니란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당신은 아들을 그렇게 못 믿어요?"

"아니,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그렇지...."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그런 곳에 갈 리 없어요."

정색을 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습니다.


 딸아이만 도서관에 남겨두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후,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엄마! 00이 도서관에 있어"

"어디 갔다 왔다니?"

"옆 자리에 있었다는데?"

"나중에 집에서 얘기 해."


그렇게 도서관에 있다는 소리에 안심을 하고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은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뒤, 가족회의를 하였습니다.

"아들! 너 어디 갔다 왔는지 오늘 무엇을 했는지 말 해 봐"

"도서관에서 친구 만나서 뒷산에 놀다 왔어요."

"거짓말 하면 너 오늘 알지?" 남편이 으름장을 놓습니다.

"............"

"엄마는 사람을 속이는 일이 제일 나쁘다고 했지?"

"네."

"오늘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 해 봐."

이제 막 중학생이 되는 아들 녀석이라 그런지 어른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은 없나 봅니다.

사실을 말하는 아들의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아파 대출 실에 내려왔는데 책 빌리러 온 친구 4명을 만났다고 합니다. 대출을 다 하고 나오는 녀석들이 "우리 PC방 가자" 라고 하는 말에 현혹되어 누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따라 나섰던 것입니다. 1시간을 넘기고 1,200원을 계산을 하고 나와 도서관 매점에서 점심을 먹고 제 자리로 돌아와 공부를 하는데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코를 킁킁 거리고 자꾸 말을 걸어와 자기 자리와 거리가 먼 반대편에 앉아 있었으니 제대로 찾지 못하고 나왔고, 아들이 앉았던 그 주위만 살핀 내 잘못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갔을 때 찾지 못하고 돌아왔던.....


"당신은 이제 남편이 말을 하면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행동 해 줘...."

"....................."

저 또한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아니 안 하였습니다.

난 정말로 우리 아들이 그럴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난 너를 믿었는데 너무 실망이야. "

학교를 갔다 와도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며 조잘조잘 거리는 녀석이었으니 이 엄마에게는 다 말을 해 주는 줄 착각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그 실망감은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아이들을 억지로 시키려는 게 문제야!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한테 말이야."

누나가 공부욕심이 많으니 아들 녀석도 함께 보낸 건 인정합니다. 아무소리 없이 따라 다니기에 또 학원 선생님도 잘 하고 있다고 하기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게 다 들통이 나 버린 날을 보내었던 것입니다.


어제는 단 둘이서만 집에 있게 되어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들! 이제 엄마가 아들을 못 믿겠는데 어떻게 하지?"

"잘 할 게요. 걱정 마세요."

"정말이지?"

"네. 이제 거짓말 다시는 안 할게요."

"그래..."

꼭 안아 주며 엄마의 체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한번 검어지면 다시는 희지 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믿음이 깨지고 나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내 아들이기에 또 한 번 믿어 보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