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생신, 아들의 한마디로 뭉클했던 사연



지난 일요일은 음력 6월 25일, 알츠하이머와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시어머님의 86번째 생신이었습니다.
무더위에 집에서 손님 치르는 게 힘들다며 하나밖에 없는 시누가 콘도 하나를 빌려 간단하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시어머님의 생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시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형님! 일요일이 어머님 생신인데 어쩌죠?"
"응. 저번에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그래도. 걱정돼서..."
"콘도 빌러 놓았어."
"뭐 준비해 갈까요?"
"준비할 거 없어. 그냥 입만 가지고 와!"
"그래도 돼요?"
"그럼."
폭염까지 겹친 더운 여름 손님 치르는 일 예삿일이 아닌데 쉽게 넘기게 되었답니다.



우리 집 두 녀석 고3인 딸, 고2인 아들,
방학이지만 한창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기입니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아들에게
"아들! 토요일에 할머니한테 갈 거니?"
"자고 와요? 몇 시에 출발할 건데?"
"네가 마치면 출발하지 뭐."
"알았어요."
"따라갈 거니?"
"엄마는 당연히 가야죠.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식 노릇은 해야지요."
"................"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사랑 끔찍하긴 합니다.
그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 이렇게 생신을 차려드릴 일이 몇 번이나 남았겠니?
그리고 자식 노릇이 뭐 별거겠니?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효도란 걸 아는 녀석 같아 흐뭇하였습니다.



 고3인 딸아이에게
"딸! 도시락 2개나 싸야 하는데 엄마는 그냥 안 갈란다."
"우리 집에서 안 해?"
"응. 부산 고모가 오라고 하네"
"왜 안가?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세요. 내가 다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신경 쓰이잖아."
"엄마가 신경 쓰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
"못 가서 죄송하고 할머니 생신 축하한다고 전해줘요. "
"알았어"

언제 이렇게 자라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가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곱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더운 날, 집에서 손님 치르기 힘들다고 고명딸인 시누이는 콘도를 빌려 우리를 모이게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생선 굽고 나물을 장만하고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형님은 물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머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너희들이 다 했지 내가 했나?"
"그래도 어머님 생신이라 잘 먹었다구요."
"나도 잘 먹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할머니와 도란도란 얼굴 마주하며 지내는 조카와 아들을 보니 저 역시 흐뭇했습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뭐하냐고 하시며 밖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고모부와 함께 금정산에 올랐습니다.

한 때는 부산의 명소였는데 이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곧 폐쇄된다고 합니다.




무더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싱그러운 자연 속에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씻어 주기도 했습니다.




캐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렸습니다.







온천장이라 길거리 족욕탕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휴장이었습니다.





점심은 시장에서 횟감을 준비해 왔습니다.





고3인 딸만 빠지고 온 가족이 함께한 1박 2일이었습니다.
어머님의 몸이 불편한 관계로 식당에 나가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기에
이렇게 집안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형제들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 얼굴을 보며 지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형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더 나빠지지만 마시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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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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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도리는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지요.
    고등학생이니 명절 때 할머니 댁에 안가도 되는 걸로
    가르치면 늘 그래도 되는 것으로 알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 섬길 줄 아는 노을님네 두 자녀들은 아마 더 크게 될 거예요.

    2012.08.15 08:51 [ ADDR : EDIT/ DEL : REPLY ]
  3. 노을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ㅅ시어머님의 병환이 빨리 완쾌되길 빌어 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2012.08.15 0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부모를 보면 그 자식을 안다고 하죠?..
    효녀에 효손들입니다.. ^^

    2012.08.15 09:23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고 3 따님^^
    이 따님이 청국장 맛있다고 했죠?
    이쁜 딸^^

    늘 주변에 가족의 화목이 있어 좋아요.

    2012.08.15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가족간의 정이 정말 돈독해 보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2.08.15 09: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따님을 잘 키우셨네요
    든든하시겠어요 ^^

    2012.08.15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이들이 기특하네요.. ^^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

    2012.08.15 09:40 [ ADDR : EDIT/ DEL : REPLY ]
  9. 청솔객

    자녀분들을 올곧게 잘 키우셨습니다.
    어머니의 생신 저도 축하드립니다. 늦었지만...

    2012.08.15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시어른 생신이었군요...
    저희할머님께도 같은 병이세요.
    지금 요양원 계시고 98세입니다.

    글을 읽으니 마음이 짠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마음씀이 넉넉하여 참 좋습니다.
    이런 행복은 모두의 노력과 이해심 없으면 불가능하더군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2012.08.15 1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보기 좋습니다. 비록 치매이시지만, 아마도 사랑 많이 받고 계신 어머님, 다 아실것 같습니다.

    2012.08.15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풋풋한 정이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2.08.15 1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노을님의 글은 늘 마음을 훈훈하게 하네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2012.08.15 1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훈훈하네요~

    2012.08.15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노을님께서 평소에 부모님께 잘 하시기에..
    자녀분들도 .. 예쁜마음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2012.08.15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노을님께서 평소에 부모님께 잘 하시기에..
    자녀분들도 .. 예쁜마음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2012.08.15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아드님 따님이 정말 너무 훌륭하네요
    저희딸도 그렇게 이쁘게 커야할텐데^^
    시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바래요^^

    2012.08.15 1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신록둥이

    아이들이 참 잘 자랐습니다.
    요즘 아이들 가족모임에 참석 안하려고들 하는데....
    화목한 집안 분위기에 흐뭇해지는군요~

    2012.08.15 13:50 [ ADDR : EDIT/ DEL : REPLY ]
  19. 아니... 금강공원이 폐쇄된데요??? 잉?????! ㄷㄷㄷ

    2012.08.16 1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생신 축하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2012.08.16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저녁노을님 자녀분들 다들 정말 착하고 바른 것 같아요. ^^
    정말 매번 읽으면 늘 웃음이 나와서 너무 좋아요.
    행복한 미소요. :)

    2012.08.16 17:00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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