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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겨울밤 먹거리

by 홈쿡쌤 2007.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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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먹거리


    -글/저녁노을-




    싸늘한 바람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유난히 맑은 밤하늘에는 별들이 세상을 향해 부서집니다.
    노란 달빛을 타고 들어오는 토끼의 절구질 때문일까요?
    이럴 때 '메밀묵!''찹쌀떡!'하고 외치는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깊어 가는 겨울밤 일찍 먹은 저녁으로 인해 입이 궁금해지나 봅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엄마! 배고파요"
    "간식거리가 뭐 없나?"
    "저기 아까 오다가 보니 군고구마 팔던데..."
    "그래? 그럼 가서 좀 사 와"
    "알았어요"
    밖에는 쏴아 불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외투를 챙겨 입고
    모자에 목도리까지 하고 길을 나섭니다.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나간 딸, 잠시 후 돌아 온 딸의 손에는
    군고구마와 군밤이 들려 있었습니다.
    "고구마 사 온 다고 하더니 밤도 사왔나 보네"
    "구워 놓은 것 보니 너무 먹고 싶어서.."
    "잘했어"
    고구마를 보니 기계에 넣어 탄 것 없이 잘 구워 냈습니다.
    따끈따끈하게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배고픈 군침을 돌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어릴 적 사랑방 가마니 가득 들은 고구마 꺼내
    소죽을 끓이고 난 아궁이에 타고남은 재 속에 묻어 놓고
    깜박 잊어버리면 불에 많이 닿은 곳은 타 버리기도 했지만,
    검은 숯 입가에 발라가며 먹던 그 맛 기억하시겠지요?
    또, 땅을 파고 묻어 놓았던 무 꺼내서 깎아 먹기도 하고,
    김장김치 송송 썰어 넣고 찬밥 볶아 마지막에 겉 들이는
    참기름 한 방울의 고소함!
    녀석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시켜 먹는 것 보다
    옛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 들 수 있어 좋았고,
    그 맛을 따라 갈 수는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엄마! 엄마 어릴 때는 그렇게 먹을 게 없었어요?"
    "다들 어렵게 살았지. 너희들은 행복한 줄 알아!"
    "왜요?"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맘대로 하며 살아가니 말이야"
    "그런가?"
    "그럼"
    "엄마. 먹을 것 없으면 라면 삶아 먹지!"
    "에엥?"
    참나, 어린 아들 녀석의 말이었습니다.
    허긴, 이런 녀석이 어찌 60-70년대의 먹거리 없어
    푹 삶은 꽁보리밥 꾹꾹 눌러가며 간장 발라 주먹밥 간식으로
    지내왔다는 사실을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언젠가 시댁에 가면 아궁이 속에 직접 고구마 넣어
    구워 먹어 보게 해 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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