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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3)
-불이야!~-
-글:저녁노을-
오늘 같은 날이면 따뜻한 아랫목 군불 지핀 따뜻한 구둘 놓인 온돌방이 그립습니다.
문풍지 펄럭이며 날아드는 찬바람의 사각거림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삭풍으로 비록 위풍이 있어 코는 시려 오지만, 작은 방에서 이불 한 개로 서로 덮으려고 이리저리 당겨가며 지냈던 어린 시절 6남매의 웃음소리 귓가에 가득 합니다.
아버지를 따라 큰집 산에 올라 쓸데없는 아카시아 나무 베어 놓았다가 마를 때쯤이면 차곡차곡 리어카에 실어
낮에는 가져오지도 못하고 해가 질 무렵에 겨우 순경의 눈을 피해 가슴 조이며 끌고 왔던 기억 생생합니다.
한 겨울 내내 나뭇가지 모아 놓고, 힘들게 작업한 장작 산더미처럼 쌓아 놓으면 추운 겨울 가득 찬 창고 마냥 부자가 되었었지요. 할머니 댁에서 불장난을 하던 아들녀석이 아궁이에 타다 남은 불쏘시개로 갈잎에 붙이는 바람에 놀라 불 작대기로 쳐서 타 들어가는 불을 끄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말입니다.
다행이 옆에 앉아 있어 큰불은 나지 않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도와주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솥에 불을 지펴 밥을 했으니까요.
어느 날, 엄마가
"막내야! 작은방 솥에 불 좀 때거라"
"알았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지괭이로 산소가 들어가
나무들이 잘 탈 수 있도록 들추어 가며 불을 지폈습니다.
한참 잘 타 들어가는 나무를 완전히 거두어들이지 않고 아궁이에 물린 상태로 두고 잠시 무엇을 가지러
부엌을 떠난 사이에 순식간에 번져 나와 쌓아 두었던 갈잎에 불이 붙어 활활 석가래 까지
시꺼멓게 변해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불 하나 제대로 지피지 못한다고 야단 엄청 맞았답니다.
간혹 긴 겨울밤 동네에서 불이라도 나는 그 원인은, 아궁이에 모인 재를 소쿠리에 담아 헛간에 버렸는데
잿불 속에 불씨가 남아 있어 옆에 두었던 짚단이라도 옮아 붙으면 솔솔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타고 어찌나 잘 타 들어가던지.
"불이야! 불이야!"
깜깜하던 어둠이 타오르는 불로 온 동네가 붉게 물이 듭니다.
고함 치는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한밤중 속옷차림으로 맨발로 달려 나와 우물에 물 퍼 올려 함박지로
하나 가득 담고 머리에 이고 달려가면, 급한 마음에 반쯤은 다 쏟아 가며 불을 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골에야 어디 소방서가 있습니까?
모두 내 집 일 같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게 우리의 정서였고 이웃 사랑아니었겠습니까.
함지박에 물 담아 쏟아 붓거나, 솔가지나 기구로 쳐서 불을 꺼야만 했던 때였으니까요.
다 타고 난 뒤, 앙상한 석가래 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많이도 허망해 하시던 어른들의 얼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래도 쓸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같은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하며 살아오신 우리의 부모님들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끄진 불도 다시 보는 안전에 신경 쓰고, 한번 더 점검하는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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