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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겨울 이야기(5)-<연탄>

by 홈쿡쌤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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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5)

<연탄>



                                                                                       -글:저녁노을-


겨울바람에 몸이 꽁꽁 얼어도 이불 덮인 아랫목에 쏙 들어가면 어느새 몸이 스르르 녹아 내렸다.
틈을 비집고 황소바람이 기세 등등하게 들어오긴 했지만 방바닥만은 지글지글 끓었다.
밖에서 뛰놀던 아이도, 밤늦게 귀가한 아버지도 아랫목에 앉는 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유난히 배고프고 추웠던 그때 그 시절, 바로 연탄은 서민들의 겨울나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연탄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난방이나 취사를 위해 주로 목재가 땔감으로 이용되었고,
석탄의 사용은 산림 녹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도서 지방이나 산간에서도
연탄의 사용이 보편화되자, 헐벗었던 산에 비로소 나무가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연탄은 주성분인 무연탄에 소량의 코크스와 목탄 등의 탄화물을 배합해서 만든다고 한다.
연탄은 연소를 원활히 하기 위해 위아래로 통하는 구멍을 뚫어 놓는데, 구멍 수에 따라서 구공탄, 십이공탄, 삼십이공탄 등이 있으며, 가정용으로 쓰이는 일반 연탄은 이십이공탄이다.
연탄은 화력이 강하면서도 값이 싸 해방 이후 난방용이나 취사용으로 가정, 사무실, 학교, 식당 등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여고시절 도회지로 나와 객지 생활을 하면서 연탄불을 조정 해 가며 밥과 반찬을 해 먹기도 하였고,
한꺼번에 많이 사 들일 수 없었던 가난했던 우리들의 부모님, 세끼 줄에 끼워 달랑달랑 들고 가시는 달동네 독고 노인의 모습은 아직도 아련 거리는 그림 같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연탄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금방 냉방으로 변해 버리고, 불 한번 붙이려면 마른 솔가지 듬뿍 넣어 올려놓아
힘들게 불을 붙이기도 하였지만, 세월이 좋아지자 번개 탄이 나와 한결 수월해졌었지.
그러나 연탄은 고체 연료인 탓에 불을 붙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람에게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한다.
석유나 가스보일러가 일반화되기 전까지 연탄 가스 중독 사고는 추운 겨울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드물지 않은 뉴스였다.

91년, 난 언니 집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린 조카와 둘이서 겨울밤 깊은 잠에 빠져들었었다.
새벽녘에 언니가 새로 갈아넣은 연탄가스가 어디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온 방 가득 들어 와 숨쉬기조차 어려워지자 나도 모르게 엉금엉금 기어서 방문을 열고 나온 것 같다.
아무리 일어서려고 해도 다리는 힘없이 풀리고 겨우 언니가 자고 있는 방문을 두드리고 정신을 잃어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심하게 연탄가스를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물김치국물을 마시고 야단을 한 후에 깨어 날 수 있었다.
잘 다스리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쉽게 생각하면 목숨을 잃거나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
주위에도 많이 볼 수 있었던 우리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설탕이나 사탕을 녹여서 식용소다를 약간 넣고 나무 작대기로 살살 저으면 조금씩 부풀어오르면 모양 판에 쏟아 붓고 난 뒤, 굳으면 바늘로 섬세하게 찍어내면 다시 한번 더 하게 해 주던 구멍가게에서의 '달고나' 과자 만들어 먹던 기억 없나요?
제가 어릴때는 색깔이 누렇다 하여 '똥과자'라고 했는데 우리 딸아이 문방구 앞에 '달고나' 자판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예나 지금이나 따라 다니는 건 추억이란 걸 실감하였답니다.

몸무게 3.6㎏,몸값 300원에 불과하지만 서민들을 웃고 울리는 힘을 발휘했던 연탄. 배고픔을 참으며 일했던 시절,
서민들의 정겨운 동반자였던 연탄에 대한 회고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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