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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장례식장서 큰소리치며 다투는 안타까운 이유

by 홈쿡쌤 201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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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서 큰소리치며 다투는 안타까운 이유




날씨가 추워서 그럴까요?
'딩동'
'00님 시부 별세'
'00님 친정어머님 별세'
따뜻한 봄날을 보질 못하고 어르신들이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의 시어머님이 떠나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라 곁에서 먹을 것도 챙겨주며 상주와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북적이는 식당 쪽에서 큰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수도 없고, 입에서는 욕을 내뱉고 곁에서 친구들이 말리고 야단이 아니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는 분이 누군가 하고 나가봤더니 지인의 시동생이었습니다.
"남 부끄러워 미치겠어."
"왜 저러는 거야?"
"왜긴 왜겠어? 부조금 때문이지."
"부조금을 어떻게 하라고?"
"모르지."
"................"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데리고 나가버려 더는 시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잘 모셔드리고 와."
"그래, 고마워."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는 49제를 지내고 온 지인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구순이 넘은 연세와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하셨던 시어머님이시라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세상으로 떠난 게 더 잘된 일인지 모를 일입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지인은 제법 평온해 보이는 표정이었습니다.
"고생했지?"
"아니.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맘 고생이 심했지."
그녀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장례식에서 들어온 부조금 때문에 형제간의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인은 삼 형제의 맏형으로 물려받은 재산은 모두 똑 같이 나누었고 큰아들이라 부모님이 살던 집 한 채 더 받았답니다. 두 동생은 사업으로 다 말아먹고 가끔 큰형에게 찾아와 돈 달라고 멱살을 잡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동료 보기도 민망할 정도였답니다. 그래도 동생이라 몇 번의 자금을 대출받아 줘보았지만 구멍 뚫린 독에 물 붓기란 것을 알고 거절을 하였다고 합니다. 항상 깔끔하셨던 시어머님은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요양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주말마다 찾아뵙고 요양원 비용은 지인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은 시아버님 제사도 명절에도 몇 해 동안 얼굴도 비추지지 않고 있다가 엄마의 장례식에 나타나서는 자기 앞으로 들어온 봉투는 가져가겠다고 했답니다. 장례식도 끝이 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시끄러운 게 싫어 부조금 봉투를 꺼내 모두 주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장례식 비용 하나도 안 냈단 말이야?"
"그 돈 받아서 뭐하니."
"그래도 그렇지." 
앞뒤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최소한 장례식이나 끝내고 난 뒤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 몰라 몰라! 그냥 다른 이야기 하자. 머리 아파!"
".................."
그녀의 속앓이는 다시는 내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부조금으로 형제간의 다툼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내 가까이에서 이런 일이 있고 보니 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모두가 돈 때문이겠지요.
있으면 편안하고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인데,
우린 더 가지기 위해 늘 욕심을 부리나 봅니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게 이 세상엔 참 많습니다.
없어도 늘 마음써주는 형제애라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삭막한 세상, 그래도 의지하며 살아야할 형제인데 말입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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