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상,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
며칠 전, 지인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직장을 퇴임한 분이 곁에 앉게 되어 재밌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나? 자그마한 오피스텔 관리인으로 취직했지."
"정말요? 잘 되었네요."
"그럼, 요새 집에 놀면 뭐해, 뭐라도 해야지."
일을 하시던 분이라 그냥 집에 있기 그렇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이야기 하나를 해 줍니다.
오피스텔을 관리하다 보니 별스러운 사람을 다 만난다고 합니다.
간호사 아가씨의 다급한 SOS 요청
"아저씨~ 아저씨~ 바퀴벌레가~~너무 커요. 무서워요."
딸 생각이 나서 얼른 올라가 바퀴벌레를 잡아 주고 약을 곳곳에 설치해주고 왔다고 합니다.
"아저씨~ 변기가 막혔어요! 얼른 와 주세요."
자잘하니 호출도 많은가 봅니다.
"신경 많이 써이겠어요."
"월급 받는 일인데 참고 해야지."
그러던 어느 날, 일 년 넘게 비워두었던 방을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면서 대청소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사갈 때 들고 가지 않은 선반 안에 그릇 밑을 들추니 현금 50만 원과 통장 몇 개가 나와 관리실로 들고 와 주인집에 나가신 분의 전화번호를 물어 통화하게 되었답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제가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이튿날, 당장달려와 현금과 통장을 받아가면서
"이 통장은 다시 내려면 부산까지 가야 하는데 ..."
그 말 한마디만 남기고 총총 사라져버리더랍니다.
당연히 주인을 돌려줘야 하는 건 맞지만 돌려주고 난 뒤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가진 것으로도 행복하게 사시는 정직한 분입니다.
나 같으면 음료수라도 한 박스 드리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을 것 같은데 참 세상 사람들 내 맘같지 않은가 봅니다.
고마운 일에 고맙다 말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 말하고,
죄송하면 죄송하다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하는 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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